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청로 로데 Sep 11. 2020

《섬에 있는 서점》 리딩

책에게 말을 걸다

미국은 한번도 가본적 없다. 정보의 바다에서 낚은 자료에 의거해 앨리스 섬을 항해하는 페리의 이용시간을 올립니다. 그곳을 잘 아시는 분들께서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 장은 출판사 여직원 어밀리아 로먼이 앨리스 섬으로 가는 페리에서 시작한다.


내가 책에 말을 건 메모들은 이 책 제1부 2장의 <리츠칼튼 호텔만한 다이아몬드>에 간단하게 적었다. 그래서 이 글은 2장과의 대화라고도 할 수 있죠.


이 책의 주인공 A.J.피크리의 언행이 특이해서 책이랑 대화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얘길 걸어보니 읽는 재미가 배가된다. 물론, 피크리가 책 안팎으로 나왔다 들어갔다 공간이동을 하는게 아니라, 저자가 그를 계속 가공하고 있어서 내가 비집고 들어가 끼고 싶어진거다.


얼마 전 나는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이 책 《섬에 있는 서점》을 발견하고 주문한지 3일 만에 책을 받았다. 어젯밤엔 너무 졸리고 피로감이 누적되서 그냥 퍼져서 자고 싶었다. 그렇지만 중고 책이라도 나와는 초면이라서 상견례 차원으로 몇 장을 읽는다는게 용케도 1장을 다 읽었다. 늦은 밤에 혼자 빵!터졌던 대목에서 이 책을 얼른 읽어버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빵!하고 터진 문장은~^^

노랑색으로 마킹한 부분들이다.

작가의 글 솜씨에 박수를 보낸다.


'뭔가 일거리가 필요했다. 몸은 놀리되 힘은 그렇게 들지 않는. 그는 지하실로 내려가 커터칼로 골판지 박스를 해체했다.

 쓱싹.납작.차곡.쓱싹.납작.차곡.

(30쪽에서 인용)


그의 동작이 한 번에 박스 한 장을 해체한 같이 단어들을 띄어쓰지 않았다.


친절하게도 주인공이 박스 해체를 끝낸걸 알려주는 글 '쓱싹.납작.차곡.질끈'.


그가 하는 동작과  동시에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박스접기 같은 단순 노동을 해본 사람으로서, 작가가 "쓱싹.납작.차곡"이라는 세 단어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릴 수 있다는게 기특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제 2장과의 대화 시작

피크리가 고해성사를 하는 건 아니지만. 오기를 부렸다는걸 슬슬 인정하는 대목이다. 미쳤다고 할 정도로 자책하다니 ㅠ



주인공 피크리는 서점을 폐업하거나 은퇴 후에 생활 자금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서 돈 될만한 책을 한 권 소장하고 있었는데, 간밤에 그 책을 분실하고 미친 놈처럼 부랴부랴 경찰서로 달려가서 분실 신고를 했다. 경관과 그의 대화에서 책을 어떻게 구입했는지 얘기하고 있다.  


그는 그 책에 관해 아는 사람이 있냐는 경관의 질문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요." 라며, 죽은 아내 니콜의 언니와 벼룩시장에 가서 5달러에 그 책을 샀다는 얘기를 한다. 5달러로 며칠을 버틸 수 있을까요? 가까운 친척인 처형도 몰랐던 책인데 ㅋㅋ 게다가 처형은 고등학교 교사라는 말이 역설적이다. 책의 가치를 매기는 이들은 누구며, 왜 그 값을 매기는지에 대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미흡하다는 의미로 들린다.





"병원에 가 보시죠."

"아뇨, 괜찮아요."

"내가 괜찮지 않습니다."

순간 이 둘의 대화가 낯설지 않다. 나도 저런 말을 곧잘 했었네.



주인공의 행동은 마치 작가가 관찰한 것 같은 글이기도 하다.

'기다리고, 양식을 작성하고,/ 기다리고, 옷을 벗고,/ 기다리고, 검사를 받고,/ ... 기다리고, 다시 옷을 벗고, 그 다음에야 마침내 중년의 일반의와 얼굴을 마주했다./

(49쪽에서 인용)

이 부분을  읽는 독자가 10대라면 '라임'으로 읽지 않을지?...


"편견이나 선입견이 있군요~"라고 지적받을 대목도 있다.

'눈이 커야만 앵커할 수 있나요?' 그런 편견은 버리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큰 앵커를 시청자들이 더 원하는건, 길들여졌거나 묵인했거나 했을 수 있다. (이래서 방송국 ㄴ.ㅗ.ㅁ이란 소리도 듣는거지)



*일방적인 나의 말에 상처 받을 실존 인물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오늘의 책 제1부 2장과의 대화 시도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