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아야코 지음
"인간이란 완전하지 못해요.
언제나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있어요.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간이에요." (인용)
이 책은 '우리에게 여전히 사랑과 용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왜 그 '사랑과 용서'가 필요한가는 독자 개인이 찾고 해석해야 할 과제로 떠안아야 한다. 작가 미우라 아야코는 '사랑과 용서'를 통해 인간의 구원('구제' 혹은 '건져냄'이라고도 할 수 있다)을 쓰려고 했다.
"자신에게 충실하다니..... 어떻게 말이냐?"
"기쁠 때는 기쁘게, 슬플 때는 슬프게 사는 거예요. 자기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이죠. 료이치 씨는 그래요. 료이치 씨의 순수함이 좋아요."
"얘, 나오미야! 네가 말하는 자기 충실이란 감정에 충실한 걸 말하는 거니?" 설거지를 하던 (어머니) 아이코가 말했다.
"그래요."
"자기라는 것 안에는 감정만이 전부라는 듯한 생각이로구나. 자기의 의지나 이성이나 신앙에 충실한 것도 자기에게 충실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오미는 머뭇거렸다.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자기감정을 숨기지 않는 것이 제일 순수하다고 생각해요."
"사랑한다는 건 상대방을 살리는 거야." 아이코가 거들었다.
"그래, 너는 과연 스기하라 군을 살릴 수 있겠니? 아버지가 보기에 그 사람을 살린다는 것은 무척 어려울 것 같더라. 나오미, 네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거야. 잘못하면 죽여버리게 돼."
"어머! 너무하세요. 아버지, 저도 한 사람 정도는 사랑할 수 있어요."
"그래? 사랑한다는 건 용서하는 것도 돼. 한두 번 용서하는 게 아니라 끝없이 용서하는 거야. 너는 스기하라 군을 용서해가면서 살 수 있겠니?"
'사랑은 살리는 거야'라는 말은 감정만의 사랑이 감당할 수 없는 차원의 사랑이라는 의미였다고 본다. 나오미의 어머니 아이코가 했던 '자기라는 것 안에는 감정만 있는게 아니다.' 라는 말에서, 온전한 자기 자신과 자신의 됨됨이는 감정만으로 대표할 수 없고 이성과 의지에 대해서도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나오미는 순수함에 대해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이해했고 그런 순수함을 동경했지만, 의지나 이성이 결여된채 감정으로의 사랑만으로 료이치와의 생활을 이어가는데 고통스러워한다.
자신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사람은 이끌리게 된다. 혹시 사람에게 '마음 사용권'이 있어서 그것을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다 이양한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까지 넘겨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케야마의 마음이 그랬던 거다. 사랑이라는 말로 위장했지만 사랑이 아닌 감정이 자신의 의지와 이성까지도 송두리째 끌고가도록 허용한 것이다. 다행히 료이치(나오미의 남편이자 자신의 친구)가 폐병을 앓으면서 점점 변하는 모습을 본 후로, 다케야마 자신도 자신의 양심의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캔버스 위에 놓인 그림에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그리스도가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 십자가 밑에서 그리스도의 피를 맞으며 그리스도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는 청년의 얼굴, 그는 료이치의 얼굴이었다.
이 책은 인간의 구원(구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료이치에게 어떤 구원이 시여되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그는 십자가가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사랑해서 자유분방한 삶을 원했던 료이치는 사실 정직하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지 못하고 살았다. 그는 나오미와 그녀의 부모님이 보여준 헌신적인 사랑과 용서를 경험하면서 그 바탕 위에서만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 수 있음을 깨달았던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