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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청로 로데 May 10. 2022

보여줄께! 고모랑 같이 해운대 가자!

누나로서 효용성을 높일 기회는 널려있다


*동생에게는 누나로서, 동생의 아들이자 내 조카에게는 고모로서의 효용성 보여준 가정의  첫 주말 5월6일 하루 과를 소소하게 기록 글입니다.  효용성이라는 말이 와닿지 않는다면 '존재 가치'라고 해둘까요. 저의 존재 가치를 할 수 있는 힘껏 보여주려 했던 하루를 그렸습니다.



# 5월6일. 아버지의 팔순 축하와 더불어 어버이날을 맞아 동생들과 올케, 조카들이 모두 모였다. 이른 아침을 먹고 방구석 곳곳에서 한가롭게 보내다가 30분 거리에 위치한 주전 바닷가로 이동해서 점심으로 회를 먹고, 모든 일정이 끝나자마자 둘째 조카와 함께 태화강에서 전철로 부산 해운대역으로 갔다. (*태화강역에서 동해선 기차는 몇 시간마다 운행하고, 최근 개통된 전철이 30분마다 다니고 있다.)


조카는 5일 오후 울산에 도착해서는 자신이 생각했던 6일 오후시간 계획을 수시로 이야기했다. 좁은 집에서 조카의 계획(니드)이 퍼지자마자 동행해야 하는 유일한 인물로 내가 지목됐다. 런걸 '빼박'이라고 하나?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나들이의 전개 과정은 이러했다.


구마유시 선수, 조카,  케리아 선수


# 저 대형 입간판은 e스포츠 선수들이다.

 선수 중간에 끼어 사진에 찍힌 고3 둘째 조카... 조카와 해운대 백사장 위를 프사에 대한 기대 없이 부산으로 출발~ 그런데도 프사용으로 쓸만한 사진 한 장 정도 건졌음 하는 작은 바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왼)페이커 선수, (오)제우스, 오너 선수

 '해운대'는 사람 가슴 깊은 곳의 열기를 끌어올리는 곳이 분명했다. 예상치 않은 열기가 확 치고 밖으로 밀려 나왔다. 해운대역 개찰구를 빠져나와 밖으로 나가는 출구 인테리어 한 해양수족관 그림부터 시선을 끌었다. 출구 계단을 걸어 위로 올라가면 해안까지 길게 이어진 도로 중간에 꽃 대궐(대문?) 조경이 인위적으로 조성되어 있고. 지하철에서 2백 미터 정도를 걸어 해운대 백사장에 도착하니... 이번엔 사람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냥 자유' 해변을 채운 군중들 사이를 휘몰이 장단에 흠뻑 고조되어 있었다.




# 이제부터 맘껏 찍는 거야~

해운대 모래사장 위 모든 부스에서 포즈를 취하라고 조카에게 주문했다. 나의 이 날 용도는 사진사로 따라왔을 수 있다는 착각이 들었어도 괜찮았다. 눈에 들어온 거의 모든 조형물과 부스를 배경으로 셔터를 눌렀으니까. 엇보다 조카가 사진사의 요구를 사양하지 않고 기분 좋게? 어설픈 포즈를 취해줬으니 말이다.

*표정은 '고모, 저 지금 기분이 별로예요. 그러니까.... 자꾸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포즈를 취하라는 요청은 마세요~'라는 말을 하고 있긴 했지만. 사실, 무표정한 조카의 얼굴 말고 속내는 '너무 잘 온 것 같아요~'라고 내게 말해줬다.


 셔터를 눌렀다는 행위 때문에... e스포츠 선수들의 이름들을 알아야 할 이유가 되었다.


조카와 카톡

 내가 조카와 해운대를 동행했던 이유는 내비게이션이자 보호자 역할 때문이었다.  순진한 조카가 낯선 부산에서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오게끔 유도하는 목소리와 손짓, 발짓, 무언의 잔소리가 필요할 거라 생각한 거다. 



# 짧은 지식:

'e-스포츠'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

사실 십 대 아이들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게임에 몰입하는 데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과 의견이 있다. 내가 게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와 별개로 오늘 같은 날은 조카에게 다 맞춰주고 싶다.  최소한의 소통 장구를 열어놓기 위해 '왜?'라는 물음은 다음 기회로 깊이 묻어둔다.




# 위 사진 'MSI 2022'부터 학습해야 하는 게임 무식자의 입문 과정 내용이다. 


1.MSI (Mid-Season Invitationa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사전에서 간단하게 얻은 정보는 이렇다. 2015년부터 라이엇 게임즈가 매년 개최하는 LOL 토너먼트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었다.



2.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

이것은 미국의 게임 개발 회사이다. 그 정식 명칭은 Riot Games Co., Ltd이다. 캘리포니아주 산타 모니카에 본사가 있고,  아일랜드, 대한민구, 브라질, 터키, 호주에 지사를 두고 있다.  2008년 10월에 첫 개발작 'LOL(LEAGUE OF LEGENDS): 운명의 충돌'을 발표했고, 2009년 10월에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발매한 이후 운영되고 있다.



3. 디 오케스트라(The Orchestra)

LOL(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속 음악과 테마곡 등 명곡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공연을 뜻한다.

이번 디 오케스트라 MSI 부산 행사 순서는, 1부에서 '소환사의 부름(summoner's call) 등 9곡을, 2부에서는, MSI 공식 주제가인 '영광을 우리 손에(Bring Home the Glory)' 등 10곡을 선보인다고 한다.



4. BRENA(부산 이스포츠 아레나)

MSI 부산 행사가 열리는 장소이며, 전체 행사 기간은 5월 10일부터 5월 29일까지 진행된다.  정은 다음과 같다.  5월 10일~5월 15일 간 부산 이스포츠 아레나에서 그룹 스테이지를 열고, 5월 20일~5월 23일까지 해운대 백사장에 게임 캐릭터와 포토존을 설치해서 홍보와 흥행을 유도할 것이다.

5월 25일과 26일 양일간 '디 오케스트라 MSI 부산'을 센텀 벡스코에서 이벤트성으로 오케스트라 공연을 선보인다.

그리고 5월 20일~5월 29일까지 벡스코 럼블 스테이지가 열릴 예정이다.


사진출처. 부산 이스포츠 경기장 업체 등록사진



5. 오케스트라 동물 악기 연주자

바드, 아무무, 티모, 트위치, 블리츠크랭크가 해운대 백사장에 세워져 있어서 누구나 언제든 행사 기간에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바드와 아무무


물론, 이스포츠 대회 행사용 포토존 홍보와 동시에 해운대 중앙광장에서 오른쪽 동백섬 방향에 '모래 축제'를 위해 5.20~5.23일 동안 각 나라의 상징적인 모래 형상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자원해서' 검색하고 알아본 이스포츠 관련 정보이다. 조카가 이천에서 울산으로 내려오면서 부산 해운대를 혼자라도 가겠다던 꿈은 이루어졌다. 그 덕분에 나도 이스포츠의 세계 언저리 정도는 알게 되었다고 본다.


미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게임 산업이 대한민국 이스포츠 마니아들을 얼마나 열광시키고 있는가는 아직 눈으로 확인한 내용이 없지만. 세계화는 이렇게 디테일한 개인의 취미까지 하나로 엮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오늘 내가 말하고 싶었던 행동하는 '좋은 누나'라는 주제로 돌아가 보자.  누나로서의 효용 가치라는 것이 동생이 말로 평가해서 생기는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좋아서 행동 하면 된다고 본다. 그리고 행동하다 보면 꽤 많은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주일 전 나는 감기몸살이 회복되면서 '짠맛'이 당기는 바람에 '얼갈이김치'와 '오이김치'를 급하게 담았었다. 오이김치는 정말 나 혼자서 잘~ 먹고 있고, 얼갈이김치는 가족 모두가 맛나게 먹었다.


4월 30일에 담근 김치를 5월 8일까지 먹었다.


 아버지의 팔순 기념과 어버이날이 겹쳐서 동생들과 올케, 조카들이 모두 모여서 울산에서 가까운 주전 바닷가 횟집에서 맛있는 회를 점심으로 먹고, 차를 마시면서 오랜만에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물론, 모든 일정이 끝나기 무섭게 둘째 조카와 태화강역으로 이동해서 부산 해운대까지 전철을 타고 짧은 여행을 다녀왔지만. 하룻 동안 대단한 일정을 소화한 것 같아서 뿌듯하고 행복했다.



오지랖이 넓어서....  이천에서 내려온 큰 동생이 얼갈이김치가 맛있다는 말에 만들어 주기로 했다.

왜? 나는 '좋은 누나'니까.  아닐 때도 있지만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동생에게 할 수 있을 때 뭐라도 해주고 싶다. 조카와 함께 부산 해운대로 갔던 마음도 뭐라도 해줄 수 있다는 마음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해운대를 다녀온 다음 날 오전에 동생 가족들이 다시 돌아가야 하니. 해운대 관광을 하고 저녁 8시에 돌아온 나는 근처 시장으로 뛰어가 얼갈이 두 단을 공수해왔다. 시장 상점들 거의 다 파장하고 있었고, 겨우 한 군데서 배추와 얼갈이를 정리하고 있는 걸 찾아서 사 온 거다. 김치 담그기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니 뽀게지는 통증과 눈을 뜨고 있기 힘든 졸음이 몰려왔다.


최근 들어 이렇게 몸 쓰며 무리하게 일했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동생 내외와 조카들이 밥상에 놓인 '얼갈이김치'를 맛있게 먹을 그림을 완성해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칭찬을 기다리진 않는다. 동생이니까. 사랑하는 조카와 고마운 올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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