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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청로 로데 Aug 29. 2022

가을 문턱 밟기

너머



마당 너른 집에 살 적엔

수돗가 가득 크고 작은 대야들을 늘어놓고,

햇살 받아 반짝이던 강철 같은 장독대 위로

아쉽게 보낸 여름날 물장난하듯 물을 뿌렸었다.


고추장 담그는 십이월 마당은

장작불 피운 부뚜막 아궁 위에 앉은

솥단지에 다시물 끓이고 엿기름 달이는 동안

뭉개 뭉개 김이 피어올라

하늘인 듯 땅인 듯 사라진 경계 속에서

솥뚜껑이 덜그럭거리며 발버둥 쳤다.



저 날을 떠올리면서

지금 나는 가을 문턱에 도착했다.


사과 농사하는 이웃이 수고로이 키운 풋사과를 애틋한 마음 담아 한 상자 보내왔다.


뽀득뽀득 씻어서 물기 빠진 풋사과를 쓱싹쓱싹 썰어 

화초 심듯 사과 한번 설탕 한번

켜켜이 쌓아 유리병에 담았다.


아무리 하얀 설탕을 뿌려도 사과의 천성은 붉어지려는가?

풋사과가 하얀 설탕과 어울려 홍차가 되고



난 풋사과청을 담았는데... 내 맘 길을 오가는 이웃들의 등 뒤로는 가을 볕이 완연하다.


그랬구나!

홍차 빛깔로 익어가는 풋사과청 안에서 가을이 뽀글뽀글 숙성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맛에 하얀 이 드러내고

행복하게 웃을 내 이웃의 얼굴들 

몽글몽글 흘러 다닌다.


풋사과로 장아찌를 담아서

(과일)청이랑 짝 지워 면 우리 기쁨도 배가 될터~


풋사과 장아찌 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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