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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로 움직이는 사람들

미세한 신호들이 모이면?

by 코코아
우리는 어떻게 인지하고, 움직일 수 있을까?


쉽게 얘기하자면, 고속도로의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을 통해 가능하다. 서울이라는 중심 도시가 있고 다른 주변 도시와 소도시들이 존재할 때, 서울이 아닌 도시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과 서울에서 다른 도시로 내려가는 길을 차들이 오고 가듯이 신경이라는 길에서 전기 신호의 전달이 이루어지는 거라 보면 된다.


서울로 가는 고속도로인 상행로는 우리로 치면 물체를 감각하여 중심인 뇌에서 그 사실을 인지하기까지의 신경 전달 경로에 해당한다. 이 경로에 딱히 문제가 없다면 우리는 뇌에서 감각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서울에서 다른 도시로 내려가는 하행로는 뇌에서 명령을 내려 사지의 움직임, 얼굴과 몸통의 움직임을 하기까지의 신경 전달 경로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길이 끊기지 않았다면 우리는 드디어 움직이고 활동할 수 있게 된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길을 따라 이동하듯이, 우리 몸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전달'은 소위 전류의 흐름이다. 우리 몸에 전기가 흐르다니?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무척이나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어떻게 전기가 흐를 수 있는 걸까?


전류란 어떻게 이해해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전자 및 이온의 이동현상이라고 보면 쉬울 것 같다. 전자는 한 번씩은 들어봤을 것 같은데, 이온이라고 하면 두리뭉슬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온은 양이온과 음이온이 있어서 각각 +와 -에 해당하는 성질을 지녔고 이에 양이온은 -인 음극을 향해, 음이온은 +인 양극을 향해 흐르게 된다. 전자는 음극에서 양극으로 흐른다. 전자와 이온을 '전하'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전하의 흐름과 이동은 곧 전류의 이동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전류의 단위인 1A는 단위 시간 동안 흐른 전하의 양이라고도 하며, 1초당 1쿨롱의 전하가 흐르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전류가 그냥 생기지는 않을 것 아닌가. 우리가 콘센트에 충전기를 연결해 '전기'를 스마트폰에 전달해 '충전'하여 그 충전된 전기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듯이 어디선가 전기를 가져와야 전류가 생기고 이동하게 된다. 어디서 가져오는 걸까? 어떠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전기장이라는 전하가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게 준비된 공간이 있어야만 이곳에서 전하들이 전기력을 발생시켜 비로소 이동이라는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 거다. 그렇다면 그 공간은 도대체 어딘가 하면 '세포막'이 그 공간의 역할을 해낸다.


신기하게도 우리 인체의 모든 세포에 있는 '세포막'이 그러한 전기장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거다. 세포막의 구조는 분극 상태로 양극과 음극이 각각 세포막 외부와 내부로 분리된 극 상태를 갖고 있고, 이러한 분극 상태는 바로 전기적인 극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뜻한다. 외부로부터 특별한 자극이 없는 한, 세포막 밖은 양이온이 쌓여 양전하가 축적되고, 안쪽은 음이온이 축적되어 음전하가 축적된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축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 말하며, 마치 배터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게 축전 상태인 안정막 전위에 있다가 막의 통로가 열리면서 이온이 이동하면 비로소 전류가 흐르는 상태가 되는 거다. 안정막 전위에 해당하는 세포막의 전압을 측정해 보면 내부가 외부에 비해 약-70mV~-90mV 정도이다. 즉 세포막의 구조에 있는 분극 상태가 전기를 저장해 두는 축전 효과를 가지며, 전기장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 거다.


우리의 몸은 세포막의 이러한 효과로 인해 전기 신호를 생성해 낼 수 있다. 이후, 신경이라는 통로를 통해 이러한 전기 신호를 뇌로 전달하거나 반대로 뇌에서 팔다리와 같은 신체 곳곳의 세포로 전기 신호를 전달하면서 인지하거나 움직이는 등의 활동을 해낼 수 있게 된다. 나는 이 흐름을 읽고 알게 되면서 굉장히 흥미롭고 신기했던 것 같다.


만약 신경 전달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신경 전달의 통로가 외부의 문제로 인해 끊기고, 전기 신호가 전달되지 않으면 배터리가 방전되고 스마트폰이 꺼지듯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신체 부위가 생기거나 뇌에서 인지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이 끊어진 통로를 이어 주어 정상적인 활동을 해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치료이며, 전기 등의 자극을 올바른 곳에 넣어 주게 되면 인위적으로 전기 자극 신호를 전달하게 되어 다시 정상적인 작동이 가능하게 된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이해할 수 있어도 실제 치료에 적용할 때는 많은 실습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치료에 있어서 전기생리학에 해당하는 이 내용이 꽤나 중요한 개념이고, 원리는 맞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그다지 깊게 다뤄지는 내용은 아니므로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우리 몸이 상행과 하행로 등으로 신경 통로가 구성되고 그 길을 통해 전기 신호가 전달되어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내고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고 있다는 점은 새롭고 신기하게만 느껴졌던 것 같다. 우리 몸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욱더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전기생리학에는 더 많은 전문적인 내용이 있지만, 하이라이트는 신기하게도 '전기'가 우리 몸에 항상 흐른다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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