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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것 같지만 괜찮은

Dead point

by 코코아

우리 몸은 에너지를 써야 활동할 수 있다.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요소는 3가지가 있는데, 탄수화물(carbohydrate)과 지질(lipid), 단백질(protein)이 있다. 인체는 탄수화물 중에서도 포도당인 Glucose(6탄당) 재료를 가지고서, ATP를 생성한다. ATP에는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어 필요할 때 쓸 수 있다. 탄수화물을 통해 만들어진 에너지가 다 쓰이면 어떻게 될까?


우선 에너지를 몸에서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를 가볍게 살펴보자면, 포도당 6탄당을 3탄당 2개로 쪼개는 해당과정(Glycolysis)을 거쳐 일단 순생성된 2 ATP가 만들어진다. 격렬한 운동이나 고산 지대와 같은 산소가 없는 상황일 때든 평소와 같이 산소가 있는 상황이든 상관없다. 그런데 우리 몸이 에너지로 쓰기에는 2 ATP는 너무나도 적다.


따라서, 몸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 소기관에서 열심히 일을 해서 추가로 포도당 한 분자당 최대 36 ATP를 만들어낸다. 산소가 없는 상황일 때는? 아쉽게도 미토콘드리아가 일을 하지 못한다. 단순히 인체 내부의 발효과정을 거쳐서 젖산이 우리 몸에 쌓일 뿐이다. 근육이 알이 배기거나 경련이 오는 경우는 젖산이 많이 생겨버려서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해당과정만 작용한 셈이다. 이렇게 쌓아둔 최대 38 ATP를 에너지로 전환해 전부 다 사용하면?


한편, '골격근' 세포 내에도 ATP와 비슷한 CP라는 녀석이 저장돼 있다. CP는 ATP가 고갈되었을 때, 빠르게 ATP를 재생해 주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매우 짧은 순간의 고강도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우리가 운동이라는 활동을 할 때,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운동이라는 활동을 하며 에너지를 사용한다. 운동하기 시작할 때는 ATP와 CP가 함께 작용해 약 30초간의 아주 짧은 순간의 에너지를 공급한다. 이후에 해당과정을 통한 2 ATP도 다 쓰면 어떻게 될까? 자연스럽게 미토콘드리아가 만들어낸 36 ATP를 건드리게 된다. 정말 신기한 사실은 36 ATP를 쓰는 과정에서 시간도 정해져 있다는 거다. 단, 30분. 30분 전후로 우리 몸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쓰다가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른 에너지원이란? 바로 지질이다. 지방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드디어 살이 빠지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운동생리학에서는 이 시점을 Dead point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30분 채우기가 어디 쉽나. 말이 괜히 Deat point가 아니다. 죽을 것 같은 시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산소는 30분 이상 해야 한다라던가 하는 이야기들은 바로 다 이 Dead point라는 '사점'에서부터 나온 말들이다. 물론 딱 떨어지는 얘기는 아닐 거다. 중등도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약 30분 혹은 그 이상으로 지속할수록 점점 더 많은 비율의 에너지를 탄수화물이 아닌 지방에서 얻게 된다라는 거다. 그 정도는 시간을 투자해야 모든 ATP를 다 쓰고, 지질을 에너지원으로 '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왜 러너들이 '러닝'에 중독될까? Dead point를 지나 지질을 에너지원으로 쓰기 시작하는 구간부터는 우리 몸에서 '엔돌핀, 엔케팔린, 도파민, 세로토닌' 등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마치 마약과 비슷한 성분이라서 러너들이 '러너스 하이'를 느끼게 만든다. 헉헉대며 몸이 힘들어하던 구간을 지나, 몸이 굉장히 편안히 흘러가도록 느껴지는 신기한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러닝을 하면서 3~4번 정도 겪어본 것 같은데, 충분히 중독될 만큼 상쾌한 기분이 드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뛰는 게 즐거운 사람들은 다이어트 목적도 있겠지만 다 '엔돌핀' 느끼려고 러닝 하는 게 아닐까. 추워도 더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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