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패턴을 이해해보기
나는 예전 대학을 다니면서도,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며 공부할 때도, 인턴을 하더라도 항상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항상 인식하고 있었지만 삶의 패턴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능 이후에 학교를 다니며 수업을 듣고, 사무실에 앉아 일하는 알바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시험 기간에는 하루 종일 책상에 붙어 지낸다. 어쩔 수 없이 오래 앉아 있는 생활이지만 수능을 준비할 때부터는 틈틈이 몸을 움직이려고도 하고, 때로는 운동도 하면서 어떻게든 몸을 써보려고 노력했었다.
인턴을 하던 중의 일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던 중이었는데 그날따라 다리가 아파 걷기가 힘들어서 점심시간에 급히 정형외과를 찾았다. 진단은 '연골연화증'이었고, 무릎에 물이 차고 관절 주위의 연골이 약해진 상태라는 거였다. 어린 마음에 못 걸으면 어쩌나 걱정도 했던 기억이 난다. 20대 중반에 생기기엔 너무 이르다며 허벅지 근력이 필요하다고도 하셨다. 허벅지의 힘이 있게 되면 무릎에 갈 영향이 최소화된다고 했다. 그때부터 전기치료도 받고, 약도 먹으며 치료를 받았고 필라테스도 시작했다. 수능을 치기 전에 어느 정도의 휴식기를 가졌던 이유가 건강과 체력 때문이었다. 배움 자체에만 몰두했던 터라 중요했던 건강을 소홀히 하다가 관절 주위에 문제가 생긴 거라니.
그렇게 건강을 조금씩 되찾아가면서 공부를 시작했고, 피자헛 알바를 하는 것도 몸은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몸을 써서 때로는 좋았다는 웃픈 만족감도 있었다. 지금도 종종 무릎 아플 때가 있다. 그래서 내게 필요한 건 러닝 같은 관절에 큰 무리를 주는 운동보다는 스쿼트나 데드리프트처럼 하체 근력을 키우는 운동이라는 걸 알고 있다. 작년에는 다이어트나 체력 때문에 러닝을 위주로 운동을 했었다. 덕분에 운동 자체에 대한 부담이 낮아졌고 재미를 느끼면서 꾸준히 달릴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러닝도 하긴 하지만 종종 근력 운동을 배우려고 하고 있다. 운동 잘하는 동기 J에게 부탁했다. 헬스장을 같이 다니는 건 아니라서 일일권 쓰면 돈이 좀 깨지지만 그래도 유익해서 좋다. 5월이 되면 한 번 더 가야겠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움직이는 패턴'이 있다. 뼈대나 근육의 모양, 키나 주로 취하는 자세들이 다르다 보니 걷는 모습이나 몸을 쓰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그래도 '정상에 가까운 보행'은 존재한다. 보행이 다르다고 해서 살면서 문제 되는 건 없지만 평소 운동을 통해서든 치료를 통해서든 그에 가까워지려고 하는 건 좋은 일이다. 보행에 불편함이 생겼다면 꼭 치료가 필요하고 말이다.
실제로 학교에서 보행 관련한 특강을 듣고 있는데, 모두가 모델 패션 쇼하듯이 보행하는 시간이 있었다. 각자의 성격이 고스란히 보행에 드러나는 게 꽤나 인상 깊었다. 자신감 있는 친구는 모델처럼 과장스레 표정을 지으며 스텝을 밟기도 하고, 소심한 친구는 최대한 보행을 빠르게 해서 쇼를 끝내려 한다던가 하는 각자의 모습들이 너무 재밌었다. 나는 꽤 자연스럽게 걷는 편이었고 나름 동기들에게 칭찬도 받았다. 서로의 다른 걸음걸이를 보며 사람마다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걷는구나를 느꼈던 좋은 시간이었다.
우리는 편하다는 이유로 다리도 자주 꼬고 허리에 무리를 주는 자세로 기댄다. 움직여야 할 때 누워있고 자세가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반복할 때가 참 많다. 이러한 모든 안 좋은 자세들은 쌓이고 쌓여 습관이 되고, 문제가 되는 건 몸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문제가 드러난 이후에야 치료를 하기보다는 그전에 미리 잘 관리해 두는 게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가장 좋은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움직임의 패턴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나는 걸을 때마다 한쪽 어깨를 올릴까.
왜 운동을 할 때마다 무릎이 아플까.
왜 앉을 때 어깨가 굽고 허리가 아플까.
우선 이유를 찾아야 한다. 패턴을 바꾸려면 내 몸이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를 천천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삶의 리듬이나 생각하는 방식도 고쳐야 할 때도 있다. 쉬지 못하고 일만 하게 되는 사람은 몸이 자주 긴장하게 된다. 참는 것에 익숙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고장이 날 수 있으니 쉽지는 않겠지만 치료가 굳이 필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건강을 지키는 길인 것 같다. 나를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몸의 신호를 잘 캐치하는 거다.
치료사는 단지 아픈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찾아주는 걸 쉽게 해 줄 뿐이다. 의료적 행위를 제외하고는 대상자의 삶을 온전하게 책임져줄 수는 없다. 물론 치료를 하고 함께 하는 건 맞지만 때로는 본인 스스로의 몫이기도 한 거다. 자신의 몸의 모든 감각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과 아닌 건 다르다. 그러니 삶의 질을 해치지 않는 좋은 움직임을 갖기 위해 나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는 건 참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