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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샤넬로 Dec 04. 2022

숫자에 가려진 고객

주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첫 공포심 



최근 들어 나는 하나의 큰 오판을 하였다. 

나는 철저하게 숫자로 고객을 판단하고 분석한다. 어쩌면, 수치화만이 더욱 명확하고 내가 세운 가설을 입증하는데 객관화된 지표 자료를 전달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의 고객은 오로지 수치화 그 자체로만 해석되고 분석할 수 없는 ' 그 무엇'인가 있기 때문이다. 

앰플리튜드로 수치를 분석하고 노트로 수치를 분석화 할 때마다 요즘 내 입에서 나오는 멘트는


" 어?! 이게 뭐지?!" 

" 어?! 뭐야? 이게 뭘 의미하는 거지, 내가 놓친 포인트가 있나?"


그리고 드는 감정은 무서움과 두려움이었다. 


때로는 데이터화와 수치화가 놓치는 포인트들이 정말 많아지는 현대 사회이다


단순히, 수치화와 데이터화가 문제가 아니다


이제와 느낀 것이지만, 마케터 교육이나 프로덕트 매니저 교육 클래스 개념으로 고객의 행동 패턴을 단정화하고 수치화하는 것은 정말 쉽지만, 현업에서는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정의할 수없으며, 더 소름 돋는 것은 어제와 오늘의 데이터가 다르다는 것이다. 

아무리 긍정적인 수치를 보고 퇴근해도 내일 아침에 고객 지표를 보면 나는 늘 창백한 얼굴을 할 수밖에 없다. 


"어? 뭐야? 이건..."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장면들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이 글을 읽게 되는 주니어급 단계분들이라면 조금이나마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고객을 단순히 수치화하고 지수값으로 치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 반성까지 하고 있다. 



내게 고객은 늘 질문을 던지는 포켓몬스터 '오박사'님과 같은 존재이다. 


고객 인터뷰만이 답이 아니다. 그 너머가 있다, 


현업에서 고객의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3회 이상의 고객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방식은 비대면/대면을 가리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쩌면 단편적으로 위안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 일단, 물어봤고 답변을 해줬으니깐 됐어!"


그리고 인터뷰가 끝난 뒤 고객의 또 다른 웃음의 의미를 모르고 있어다는 것이다. 

고객은 상황에 맞게 변화하고 요구의 범위와 감정상 태도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특히, 다양한 채널과 매체의 선택이 주어지는 현재의 환경에서는 더욱 강하다고 본다. 

그런 고객이 인터뷰를 통해 온전히 진실된 정보를 전달할 것이라는 맹신적인 믿음...

사실, 고객은 100%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은 인류가 서비스라는 개념을 이용하고 끝날 때까지 유효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순진한 나는 어느 정도 너무 고객을 맹신하였고 잘못된 '고객 집착 주의'에 빠져들어가지 않았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주니어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는 정말 답을 알고 있을까? 


아무래도 '고객'을 이탈하지 않고 서비스에 선순환하는 구조를 잡는 것은 '주니어' 단계를 벗어난다고 당장 해결될 것은 아니라고 나도 생각한다. 어쩌면, 끊임없이 분석하고 맞춰가야 하는 과정이 있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답'을 알고 있다면 누군가 나에게 허심탄회하게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고객의 댓글과 리뷰에 때로는 무섭기도 하고 고객의 긍정적인 피드백에 다시금 의심하는 자세로 살펴보고 있는 것이 현재의 나의 상황이다. 


현업에 들어오기 전에는 늘 '고객'을 분석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객'을 분석한다는 것이 깊은 의미로는 엄마나 무모한 발언이었는지 알아가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고객'이라는 심해에 나는 끊임없이 아래로 떠내려가고 있으며, 그냥 이 글은 인사이트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지금의 감정을 써놓고 싶을 따름이다. 



고객이라는 심해가 늘 나를 끌어당긴다. 한 치 앞도 모를 그곳으로...



지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공간을 가득 채운 '또 다른 고객들'은 

'한 번쯤은 내가 만들고 있는 프로덕트를 방문한 적은 없을까?'라는 고민으로 글을 마무리해본다. 



성수동은 늘 영감의 동네이자, 또 다르게는 인사이트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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