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 주저하는 것들에 대해
박스오피스의 화제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왔다.
사실 오래전에 만화책과 TV방영을 한 작품으로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자세히 시청하거나 읽어보지는 않았던 작품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아직도 기억하는 것은 그 당시 많은 형들과 누나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였으며, 강백호, 채치수, 서태웅, 정대만, 송태섭, 안경 선배 권준호 등 그 이름들을 들어본 적이 있는 기억이 어렴풋이 자리 잡고 있었
보는 내내 가슴이 뜨거워졌고 어쩌면 현재 2030 세대들이 왜? 이 작품에 열광하고 있으며, 다시금 영화 속의 명대사 '뚫어! 송태섭'이 회자되는지 영화를 다 보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번 작품이 다시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그동안 비중이 적었던 '송태섭'이라는 캐릭터의 재조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태섭은 농구를 하기에는 168cm 키로 상대적으로 북산고 멤버들에 비해 작고 체력과 몸싸움도 불리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극 중의 명대사 " 키만으로 농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키 작은 가드에게는 드리블만이 살 길 이거든"과 같은 자신의 한계점으로 세상이 제시하는 '키'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고 나아가려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고 결국 극의 클라이맥스 배경음악과 이 부분을 시원하게 해소하는 장면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통쾌함과 '그래 할 수 있어!'라는 또 다른 자신감을 전달하기 충분하였다.
송태섭에게 세상은 늘 실력이 좋았던 형과의 실력적 비교, 농구에 적합하지 않다는 신체적인 비교, 산왕공고에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비교 등 수많은 어려움과 한계를 만들었다.
결국, 우리가 공감하면서 보는 것도 우리의 인생이라는 농구 코트장에서 우리에게 수많은 한계라는 녀석이 눈앞을 막고 포기하길 권유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그 한계를 극복하고 비집고 돌파하려고 하면 거세게 밀어붙이는 것이 농구 코트 현장과 같기 때문이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목표라는 골을 넣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우리는 어쩌면 '뚫어! ooo'의 외침이 필요해서는 아닐까? 싶다.
영화에서 북산고 감독인 안 선생님이 한 가지 이야기한 것이 있다. 결국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흐름을 가지고 오는 '기세'가 필요하다는 것. 어쩌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대사와 그 기세는 경기뿐 아니라 우리 인생에도 정말 중요한 자세임을 이 영화는 송태섭이 속해있는 북산고등학교 멤버들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있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최선을 다하고 당황하지 않는 기세는 상대를 당황시켜 그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오는 기회로 작용한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도전과 시험을 받는 상황에서 순간 포기해 버리면 모든 것을 잃게 되지만 의연하고 재치 있고 그 상황을 즐기고 나아간다면 또 다른 인생의 슬램덩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삶은 어쩌면 누가 그 기세를 먼저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미친 사람처럼 즐기느냐에 따라 판이 다르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 영화는 농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고 본다.
일상에 지쳐 잠시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당당하고 도전적인 잠들어 있던 그 '기세'를 깨어주고 있다.
영화 속 북산고는 농구의 명문 고등학교가 아니었다. 그리고 대회에서 만난 산왕공고는 고등학교 농구 리그 최강자였다. 처음에는 모두 산왕공고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측하였고 사실 관객들도 일방적인 경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극 중 강백호는 다소 엉뚱하지만 그만의 방법으로 팀원들의 사기 진작과 자신감을 북돋는다.
강백호가 멤버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산왕공고가 무서운 것이 아닌 '우리는 절대 최강자인 산왕공고를 이기지 못해'라는 패배자적인 마인드였다. 그리고 경기를 진행하면서 초반과 다르게 후반으로 갈수록 압도적인 실력적 차이가 느껴질 때 그 마음은 북산고 팀원 전체를 집어삼킬 뻔하였다. 하지만, 강백호가 팀원들의 마음의 판을 크게 흔들었고 그 마지막의 방점을 우리의 주인공 송태섭이 시원하게 뚫고 코트를 누비는 순간, 우리는 깨달았다. 결국, 최강자라고 불리는 산왕공고도 북산고의 예측하지 못하는 기세와 움직임에 알게 모르게 반응하고 있었고 그들 또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북산고 감독인 안 선생님이 다그치지 않고 그저 지켜보았던 것은 이 경기는 단순히 산왕공고를 이기는 것이 아닌 농구장 코트장을 타고 넘어오는 '이기지 못할 거야'라는 불확신을 이겨주길 바라는 마음은 아닐까?라고 감정을 대입해 볼 수 있었서 우리는 또 한 번 마음이 뭉클해지지는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영화를 보면서 천재적인 감각이 있는 강백호, 3점 슛의 천재성을 가진 정대만, 괴물 피지컬 채치수, 천부적인 운영 감각을 가진 서태웅도 아닌 키 작은 포인트 가드 송태섭을 이번 주인공으로 선택한 감독의 의도를 영화를 보면서 내내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엔딩크레디트 끝에 한 가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어쩌면, 특별한 타이틀이나 내세울 것이 없지만 노력과 내일을 긍정적 희망으로 살아가고 성장하려는 모습이 평범한 우리 그리고 송태섭과 너무도 닮아있지는 않았는가?"
평범한 것은 못난 것이 아닌 꾸준함으로 천부성과 천재성을 가진 그들을 이기려 하는 투지로 전환되고 결국 극 중에서 산왕공고의 천재 정우성을 당황하게 만든 것도 아무런 천재성 타이틀이 없는 우리의 주인공 송태섭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몇십 년 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주변에서 겉돌았던 송태섭을 영화에서 재조명한 것은 평범한 것은 하찮은 것이 아닌 오히려 더욱 위대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이번 작품을 통해 전달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감독은 단순한 천부성과 천재성은 꾸준히 평범함을 이기고 나아가고 뚫어버리려는 송태섭에게는 또 다른 성장으로 다가와 그들도 두려워하는 존재로 만든다는 거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린 그런 송태섭을 좋아하게 되고 영화를 보면서 같이 '뚫어 송태섭'이라 말하며 또 다른 '나'자신의 송태섭에게 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같이 막막하고 답답한 상황에서 메마른 외침이 되지 않길 바라며, 우리의 삶을 거침없이 뚫길 바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