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 해도 벌써 얼마 남지 않았다.
다양한 도메인에서 짧고 굵게 서비스기획자 또는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직책으로 현업에서 활동한 지 이제 내년이 되면 4년 차로 접어들어가기 시작한다.
교육, 커머스, 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군을 도전하면서 압축적으로 다양한 인사이트와 성장 포인트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극초기 스타트업에서 Pre-A 그리고 현재는 컴퍼니빌딩 기업까지...
정말 버라이어티 하고 다양한 커리어 경험의 스펙트럼을 만들어가고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에게 서비스기획자 또는 프로덕트 매니저는 정말 산 넘어 산일만큼 어려움과 두려움의 연속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 나가고 있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다양한 가치를 전달하여 프로덕트와 사람을 연결하는 그 자체가 정말 나에게는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프로덕트 매니저 또는 서비스 기획자도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특성이 있다.
"프론트" "백엔드/어드민"이라는 포지션이 조금 더 세분화되어 있는 것 같다.
물론, 시니어 단계에는 그 두 단계를 넘나들 수 있는 내공이 생기지만, 여러분들이 프로덕트 매니저이자 서비스 기획자로 첫 현업에 발을 들인다면, 하나에 먼저 집중하고 밀고 나가야 할 순간들이 있다.
사실, 나는 소비자들의 앞단에서 반응하고 마치 화려해 보이는 프런트단 서비스기획을 하고 싶었다.
물론,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나의 커리어 시작은 백엔드/어드민 기획에서 시작되었고 유의미한 성과를 내 거난 큰 대규모 구성 업데이트가 아닌 이상은 늘 백엔드/어드민단에서 묵묵히 내 역할을 해왔던 것 같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양하는 백엔드/어드민 서비스 기획자 또는 프로덕트 매니저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해보려고 한다.
서비스 기획자로 처음 현업에 들어왔을 때, 내심 프론트단에 UI구성과 배치를 변경해 볼 수 있는 프론트단 서비스 기획을 맡겨주실 줄 알았다. 하지만, 화면설계서와 정책서 그리고 요구사항정의서를 한가득 내게 전달해 주시면서 담당자분은 내게 툭 한마디 던지셨다.
" 샤넬로는 오늘부터 백엔드/어드민단에 투입될 거예요"
사실 처음 보는 정책서와 요구사항정의서 그리고 10페이지가 넘어가는 다양한 가이드라인들은 나를 너무 두렵게 만들었다. 그리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나는 먼저 전달해 주신 모든 자료를 그대로 따라 작성해 보고 정의된 정책서에서의 불필요한 정책들을 가감해 보는 연습만 3달을 하였던 것 같다.
나의 서비스기획자 첫 커리어에서는 칭찬은 듣지 못하였다.
그리고 나의 담당자도 특별히 큰 퍼포먼스를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도 잊히지 않는 중요한 한마디를 해주셨다.
" 누구나 멋있는 자동차 본체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핵심은 자동차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원리로 가는지 파악하고 설계할 수 있는 서비스 기획자가 되어야 오래 현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요. 샤넬로 "
사실 현업에 처음 들어가게 되면 여러분들이 취업준비 때 읽었던 책이나 공부들이 리셋되는 경우를 경험할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다. 다양한 도멘인과 사용하는 개발 언어와 스택이 다를 수밖에 없고 특히, 개발자의 구성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백엔드/어드민 기획을 맡는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개발자들과 소통하고 물어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1년 차까지 개발자들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그들도 귀찮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라포가 형성되었고 일을 처리할 때 우리 조직의 기술적 부채와 기술 병목 현상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은 서비스기획자 혼자서 해낼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다양한 포지션도 함께하지만 특히, 우리의 프로덕트를 작동시켜 줄 수 있는 개발자들과의 합도 정말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개발자들은 솔직히 서비스 기획자들이 물어봐주길 원한다. 오히려 지레 겁먹고 마음대로 기획하여 운영한다면, 다시금 개발을 하거나 개발 생태계 자체를 바꿔야 하는 큰 악수룰 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나온 모든 개발자 그리고 특히 백엔드 개발자들과 지금까지 소통하고 있다.
우리들은 남모르게 동지애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사실 처음에는 늘 가는 곳마다 내게 백엔드단이나 어드민 기획을 맡겨서 내가 능력이 없거나 프론트단에 들어갈 디자인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닌가?라고 자책도 하고 의심도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금 생각해 보고 글을 쓰는 이 시점에 살펴보니 그런 나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프론트단을 설계하는 것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뒤에 보이지 앉는 정보의 흐름과 관리 그리고 운영정책에 대해서는 서비스 기획자만 할 수 있는 고유하고도 숭고한 영역이라고 생각 든다.
결국 기획을 한다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구조화'를 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건축가도 단순히 디자인이나 인테리어를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것이 아닌 기본 토대와 설계 그리고 구조화를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고 인정받는 것과 같이 서비스 기획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결국 우리 서비스의 어드민을 설계하고 구성한다는 것은 서비스의 '핵심'을 건드리고 구조화한다는 것과 같다고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화려하게 보이는 프론트단도 결국 백엔드/어드민 구조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현업 2년 차에 느낄 수 있었다. 프론트단은 결국 우리의 클라이언트에게 가시적으로 보이기 위한 부분이자 소통을 위한 부분이고 본질은 결국 '어떤 정보'와 '어떤 행위'를 저장하고 전달할 것인지를 포착하고 서비스의 언어로 볼 줄 아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백엔드단이나 어드민을 맡았다는 것은 비중이 없는 역할이 아닌 어쩌면 더 중요한 임무를 맡겼다는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다만, 다양한 형태의 문서 그 자체에 매몰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흐름'과 '정보의 유효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초점을 두었으면 한다.
종종 많은 후배 기획자분들이 걱정하는 것이 개발 언어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개발적 구조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 때문에 걱정을 하는데 너무 그 부분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맡은 서비스가 어떤 '핵심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달하고 그리고 이용하는지에 대한 데이터의 흐름과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어렵게 보이는 페이퍼 그 자체를 암기하기보다는 결국은 그 흐름의 끝과 시작에 어떤 '정보'가 프로덕트와 고객사이에 오고 가는지를 볼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백엔드/어드민단에서 서비스를 기획하는 모든 기획자는 음지에서 양지를 향하는 IT 업계의 또다른 국정원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