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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유민서 팀장

갑작스러운 비보, 부산 발령

by 박샤넬로



어느 날과도 비슷하게 분주한 취업고민수집팀 사무실. 김용수 씨의 재취업 성공 소식에 팀원들은 환호했고, 지희연 씨는 대학원 합격 소식과 함께 감사의 케이크를 보내왔다. 류지혁 씨는 작은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팀원들을 초대했고, 박민영 씨는 심리상담학 공부에 매진하며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었다. 카림 씨는 이제 제법 능숙한 한국말로 업무를 처리하며 팀의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날 오후, 유민서 팀장은 우민호 대표의 호출을 받고 대표실로 향했다. 민서는 팀장의 뒷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평소와 다름없는 팀장의 당당한 걸음걸이였지만, 왠지 모르게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돌았다.


대표실 문이 닫히고, 잠시 후 사무실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팀원들은 각자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는 척했지만, 모두의 귀는 대표실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대화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약 30분 후, 대표실 문이 다시 열리고 유민서 팀장이 나왔다. 그녀의 표정은 담담했다.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팀원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아무 말 없이 자신의 팀장실로 향했다.

팀장실 문이 닫히자마자, 사무실에는 웅성거림이 시작되었다.


“무슨 일이지? 팀장님 표정이 왜 저래?” “설마… 승격 심사 결과가 안 좋게 나온 건가?”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팀원들의 불안한 목소리가 오갔다. 그때, 차일혁 대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팀장실 문을 두드렸다.

“팀장님, 괜찮으십니까?”


잠시 후, 유민서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차 대리.”

차일혁 대리가 팀장실로 들어갔고, 잠시 후 그의 얼굴은 굳어진 채 나왔다. 그는 팀원들을 향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팀장님이… 부산센터로 발령 나셨답니다.”


사무실에는 순간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부산센터 발령이라니. 모두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유민서 팀장이 이곳을 떠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채) 민서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녀는 그동안 유민서 팀장에게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는지 떠올랐다. 그녀에게 팀장은 단순한 상사를 넘어선 존재였다.


엘리베이터 안의 회상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유민서 팀장은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15 층수 버튼을 누르고 순간 생각에 잠겼다. 1층에서 15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신의 패기 넘치던 신입사원 시절을 주마등처럼 떠올렸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고, 결과는 그에 따라 나온답니다.’


우민호 대표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녀는 그 말에 이끌려 이곳에 왔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냈다.


엘리베이터가 층수를 하나하나 내려갈 때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취업고민수집팀에서 만났던 의뢰인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김수호 씨….’

그녀가 취업고민수집팀 팀장으로서 처음 맡았던 의뢰인이었다. 은둔형 외톨이로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했던 30대 남성.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에 극심한 두려움을 느꼈고,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며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다. 유민서는 그에게 강압적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대신, 그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고, 작은 성공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매일 아침 그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고, 그의 작은 변화에도 진심으로 칭찬했다. 몇 달간의 노력 끝에, 김수호 씨는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왔고, 작은 회사에 취업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유민서는 그때 처음으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녀의 마음속에 따뜻한 감동이 밀려왔다.


‘이미화 씨….’

팀장으로 승급 직전 만났던 의뢰인이었다. 48세의 경력 단절 여성. 결혼과 육아로 인해 20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하지 못했던 그녀는 다시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나이와 경력 단절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유민서는 이미화 씨의 숨겨진 재능과 열정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미화 씨가 가진 주부로서의 경험과 살림 노하우를 살려, 주방용품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 지원하도록 도왔다. 처음에는 자신 없어하던 이미화 씨는 유민서의 끈질긴 설득과 지원 덕분에 결국 원하는 회사에 합격했고, 얼마 전에는 팀장으로 승급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유민서는 이미화 씨의 성공을 보며 '나이와 경력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


엘리베이터는 계속해서 내려갔다. 김용수 씨의 좌절, 지희연 씨의 고통, 류지혁 씨의 상처, 박민영 씨의 편견, 그리고 카림 씨의 꿈. 이 모든 의뢰인들의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모두 유민서 팀장에게 '인간적인 성장'을 선물해 주었다. 그녀는 그들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고, 진정한 리더의 의미를 깨달았다.


유민서는 흐뭇하고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지난 세월의 고단함 대신, 깊은 만족감과 자부심이 가득했다. 어느덧 엘리베이터는 15층에 도착했다.


운명 같은 재회, 그리고 팀원들의 침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유민서 팀장은 익숙한 사무실 풍경을 마주했다. 우민호 대표, 차예련 팀장, 그리고 고수호 부장(우민호 대표의 비서실장)과 함께 옹기종사 사용했던 사무실. 과거 그녀가 패기 넘치던 신입으로 처음 인사했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20년 전, 이곳에서 그녀는 세상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고, 우민호 대표는 그녀의 잠재력을 알아봐 주었다.


그리고 현재, 그녀의 팀원들이 보였다. 채민서, 차일혁, 신민아, 그리고 카림. 그들은 소식을 알고 있다는 듯 각자 자리에서 일어나 유민서 팀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아쉬움과 함께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팀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침묵 속에서 깊은 유대감이 느껴졌다.


유민서 팀장은 그들의 눈빛을 하나하나 마주했다. 그녀는 그들의 눈에서 자신의 과거를 보았고, 동시에 그들의 미래를 보았다. 그녀는 그들에게서 자신이 걸어온 길의 의미를 되새겼다.


“다들… 오늘 근무 마치고 오랜만에 팀 회식이나 할까?”


유민서 팀장은 평소처럼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쉬움 대신, 팀원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팀원들은 팀장의 제안에 환하게 웃었다. 그들은 팀장과의 마지막 회식을 통해 그동안의 감정을 나누고 싶었다.


만취한 채민서의 주사


그날 저녁, 회사 근처의 한 고깃집에 모였다. 지글거리는 불판 위에서 고기가 익어갔고, 소주잔이 오고 가며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유민서 팀장은 평소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시며 팀원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팀장님, 기억나세요? 제가 처음 왔을 때, 팀장님이 저에게 ‘눈빛이 영 아니다’고 하셨잖아요? 그때는 정말 팀장님이 너무 미웠는데….”


채민서가 술에 취해 혀 꼬부라진 소리로 말했다. 유민서 팀장은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랬지! 네 눈빛에 불만이 가득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네?”


“그럼요! 팀장님 덕분이죠! 팀장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제가… 제가 팀장님한테 진짜 많이 배웠어요!”


(채) 민서는 유민서 팀장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술에 취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신민아 사원과 차일혁 대리는 그런 채민서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에는 완벽주의에 갇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채민서의 반전 모습이었다

.

“처음에는… 솔직히 팀장님 너무 무서웠어요. 막 저한테 스펙 따지고… 저를 막 공격하고… 그래서 진짜 재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채) 민서는 유민서 팀장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진심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팀장님은… 진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분이세요! 김용수 씨도, 지희연 씨도, 류지혁 씨도, 박민영 씨도… 그리고 카림 씨까지! 팀장님 덕분에 다들 새로운 삶을 찾았잖아요!”


(채) 민서는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유민서 팀장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팀장님은… 진짜… 짱짱! 인정한다야! 민서야… 나 너 처음에 완전 재수 없었는데… 지금은 짱짱, 인정한다야!”


채민서는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그대로 테이블에 엎드려 뻗었다. 팀원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유민서 팀장은 만취한 채민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채민서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함께,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만족감이 서려 있었다.


새로운 시작, 그리고 감동적인 이별


다음 날 아침, 채민서는 숙취에 시달리며 눈을 떴다. 어젯밤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유민서 팀장에게 반말로 주사를 부렸다는 사실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녀는 당황해서 급하게 회사에 출근했다.


유민서 팀장은 이미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민서는 5분 정도 지각했지만, 유민서 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서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유민서 팀장이 회의실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는 민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야, 우리 채민서 사원 어제 패기 있던데? 오랜만에 신입 때로 돌아간 줄 알았네?”


유민서 팀장의 말에 민서는 얼굴이 빨개졌다. 차일혁 대리와 신민아 사원, 카림 씨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민서는 민망함에 고개를 숙였다.


“팀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어제 너무 취해서….”

“괜찮아! 뭐, 그럴 수도 있지! 덕분에 어제 회식 분위기는 최고였어!”


유민서 팀장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어젯밤의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팀장 자리를 바라보았다. 책상 위는 이미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녀의 짐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다들 알겠지만, 나는 오늘부로 부산센터로 발령받았어. 회사의 외연 확장을 위한 인사조치라고 하더군. 그런데 너무 슬퍼하지 마. 멀리 떠나는 게 아니야. 1년 뒤면 다시 이곳으로 복귀할 거야.”


유민서 팀장의 말에 팀원들은 안도했다. 1년 뒤 복귀라니.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내 후임으로 이일호 팀장님이 오실 거야. 내 직속 사수였지. 나랑 비슷하게 호탕하지만, 나보다 더 과감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너희들 잘 이끌어줄 거야.”


유민서 팀장은 이일호 팀장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민서 팀장의 후임이라면 분명 좋은 사람일 것이라고 믿었다.


유민서 팀장은 팀원들을 한 명 한 명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깊은 애정과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다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너희들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정말 고맙다.”


유민서 팀장은 팀원들을 향해 크게 인사했다. 팀원들도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유민서 팀장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유민서 팀장은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그녀는 뒤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


“축하한다, 내 새끼들! 우리 팀 승격했다!”


그녀의 마지막 멘트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사무실에는 유민서 팀장의 마지막 말이 메아리쳤다.

‘우리 팀 승격했다!’


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유민서 팀장이 떠났지만, 그녀가 남긴 유산은 TF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사람의 가치를 믿고,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취업고민수집팀이 나아가야 할 길이었다. (채) 민서는 유민서 팀장의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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