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에서 발견한 커피의 미래
2025년 한 해를 정리하고 온전히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약 3일간 부산 영도에서 지내고 있는 중이다.
영도는 지리적으로는 하나의 '섬'이지만 다리로 연결된 섬이지만 섬이 아니게 된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부산에서 그 유명하다던 '모모스 커피'의 영도 지점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소식들을 간간히 들어 카메라와 한 손에는 노트를 들고 방문을 해보았다.
부산 영도의 낡은 창고군 사이, 녹슨 철문과 대조되는 세련된 통창 너머로 커피의 미래를 보았다. 이곳은 단순히 원두를 볶는 공장이 아니다. 커피를 둘러싼 모든 관념이 전복되는 지점, 모모스 로스터리 영도에서 발견한 세 가지 본질적인 재해석을 기록한다.
모모스 로스터리 영도는 커피를 마시는 행위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와 영감이 시작되는 ‘오프라인 프로토콜’로서 존재한다.
대개의 카페가 고객의 '안식'을 위해 공간을 할애할 때, 이곳은 '과정'을 위해 공간을 내어준다. 거대한 로스팅 머신과 랩(Lab)실이 매장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곳이 단순한 서비스 접점이 아닌, 생태계의 중심지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이는 스타벅스가 지향하는 ‘제3의 공간’ 개념을 넘어, 블루보틀이 샌프란시스코의 낡은 창고에서 시작하며 보여주었던 ‘로스팅 공장과 커뮤니티의 결합’과 궤를 같이한다. 실제로 모모스는 이곳에서 로컬 바리스타들과 협업하거나 생두 유통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단순한 매장을 넘어 B2B와 B2C가 공존하는 '커피 지식의 오픈 소스'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객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모모스가 설계한 거대한 협업의 생태계에 잠시 접속하는 경험을 얻게 된다.
모모스의 크루들은 단순한 바리스타가 아니라, 모모스라는 독보적인 유산을 고객의 일상으로 전이시키는 ‘스토리 메이커’들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정교하다. 그들은 단순히 ‘맛있는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최초의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WBC)을 배출한 브랜드의 자부심, 즉 ‘헤리티지’를 판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장인들이 단순한 가방 제작자가 아닌 브랜드의 역사를 수호하는 아티스트로 정의되듯, 모모스의 크루들은 고객이 '소장하고 싶은 원두'를 선택하게 만드는 신뢰의 근거가 된다. 이들은 원두의 산지와 가공 방식을 설명할 때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 하나의 서사를 들려준다. 소비자가 '모모스 커피'라는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하는 이유는, 그들이 제공하는 전문성이 '대체 불가능한 정체성'으로 치환되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이제 재화를 구매하는 '바이어(Buyer)'가 아니라, 공간과 서사를 탐험하는 '트래블러(Traveler)'로 재정의된다.
영도 부둣가의 거친 물살과 내부의 정제된 인테리어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소비자로 하여금 이곳을 하나의 '관광지'이자 '전시 공간'으로 인식하게 한다.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한 대기가 아니라, 로스팅 과정을 지켜보는 투어의 일부가 된다.
루이비통의 파운데이션 박물관이나 구찌 가든처럼, 현대의 영리한 브랜드들은 소비를 '놀이'와 '체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모모스 영도는 창밖으로 보이는 실제 부둣가의 크레인과 내부의 인더스트리얼한 감각을 결합해, '영도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브랜드의 일부로 흡수했다. 소비자들은 커피 한 잔의 가격에 영도의 바다 향기, 기계음, 그리고 시각적 충격을 모두 포함한 '추억의 패키지'를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모모스 로스터리 영도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마시는 것은 단지 검은 액체인가, 아니면 한 브랜드가 쌓아 올린 견고한 철학의 집합체인가. 영도의 바닷바람 속에서 볶아진 원두 향은 더 이상 단순한 기호품이 아닌, 부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투박한 생명력과 커피를 향한 집요한 탐구가 결합된 하나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