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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탕에 소주한잔_취준생의 일기

오늘의 세대에게 전하는 작은 한마디

by 박샤넬로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심호흡하고 도착하는 지하철을 향해 달려갔지만, 내 눈앞에서 문이 닫히고 지하철이 서둘러 출발했을 때... 여러분들은 어떤 기분이었나요?

모든 것이 내가 좀 더 빠르지 않았다는 자책, 왜 하필 완벽하다고 생각 들었는지 오만한 생각을 한 나 자신에 대한 반성과 미움 그리고 좀 더 기다려주면 어디가 불편하나?!라고 지하철 기관사에 대한 원망....


거칠게 달아오른 호흡을 다시 내쉬고 시선을 다시 바닥에서 정면을 응시하였을 때....

우리의 '취업 지하철'은 야속하게도 우리의 모습을 보고도 매정하게 떠나고 있음을 한 번쯤 다들 느꼈을 것이다. 취업과 지하철은 내가 재빠르지 못하면 탑승조차 하지 못한다는 그 성질이 비슷한 것 같아 글의 시작을 위와 같이 시작해보았다.


나는 20대 후반의 끝을 살아가고 있는 흔히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이다. 우리 부모님들은 한강의 기적 세대이자 IMF 외환 시대를 이겨낸 위대한 분들이다. 그들의 세대에서는 마음, 열정, 꿈 그리고 소신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한 번쯤 성공의 기회가 찾아왔던 시대를 살아오셨던 분들이다. 그래서 늘 우리들 세대에게 해주시는 말씀이 있다.


"성실하고 상관 말 잘 듣고 그리고 부지런하면 너를 알아줄 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그 말들이 맞지 않는 세상이 다가왔다는 것을 나는 몇 번의 직장생활을 통해 깨달았다.

부모님의 말씀대로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면 알아줄 것 같은 사회는 오히려 그런 나에게 더 많은 책임과 굴레를 가져다주었고 흔히 말하는 '워라벨'에 대한 소신 있는 생각을 말하게 되면 늘 듣는 말이 있었다.


"봐봐, 요즘 애들은 조금만 챙겨주면 자기 생각밖에 안 하잖아?"


그래서 다시 정신을 부여잡고 내 모든 최선을 갈아 넣으면 나에게 오는 보상은 스트레스와 좌절감이 항상 뒤따라왔다. 부모님 말대로 성실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모든 일에 임하면 나를 알아봐 주고 인정해준다고 하였지만, 내게 돌아오는 것은 더 많은 요구와 더 많은 희생이었다. 비정규직으로 시작하여 정규직을 꿈꾸던 때에는 항상 내게 정규직을 줄 것 같이 밀당을 해왔지만 결국 그 끝의 위로의 말들은 한결같았다.


"아쉽게 되었지만, OO 씨는 이곳보다는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거야, 워낙 일도 잘하니깐"


나와 같은 세대는 단 한 번도 열심히 살지 않으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보이는 우리들의 세대는 철없고 오늘만 즐기는 세대로 보일 수 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려 하고 더 배우고 부족한 자신을 채찍질하며 늘 죄송한 마음을 가슴속에 앉고 살아가는 세대가 우리 세대임을 고백하고 싶다. 기성세대가 단편적으로 본모습들이 우리 세대의 전면이 아님을 꼭 말하고 싶었다. 만약, 그런 모습을 본다면 번아웃이 되고 싶지 않고 생존하기 위한 자기 위안을 어떻게도 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봐주었으면 한다.


우리 세대는 기성세대를 존경하고 그들의 말대로 이 세상에 살아가려 하지만, 이제는 기성세대의 지혜로 살아가기에는 상처와 고통을 이겨내기가 너무 힘들다.


운이 좋게 취업의 지하철에 탑승하여도 깜빡 실수하면 비정규 직역에 내리게 되고 그곳에서 다시 정규직으로 가는 역으로 가기 위해 아등바등되고 노력하여 또 어떻게 정규 직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탑승하여도 순간 우리는 우리 손에 쥐어진 차표 한 장이 애초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하고 슬퍼한다.


취업에 있어서 정규직이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사치가 되고 고지식한 생각이라고 치부되는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 세대들이지만, 그래도 그 너머 그들과 함께 오래 하고 싶어 하는 우리의 작은 욕심들은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하지만 세상은 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더 이상 '최선을 다 해라'라는 추상적인 말을 위로 삼아 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너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취업행 지하철의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고 초인이 아니고서는 웬만하게 탑승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 그렇다면 때로는 그 지하철을 운행하는 운전자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1~2분 정도만 더 기다려주는 배려심을 보여준다면, 누구나 한 번은 성공할 수 있다는 기회와 희망을 심어 줄 것이다.


어린 시절 나의 꿈은 우주 악당을 해치우는 '우주 특공대'라고 유치원 시절 작은 스케치북에 그려 넣었다.

그 당시 우리 부모님은 내가 우주 악당을 해치우는 우주 특공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해주었고, 나는 기분이 좋아 바닥을 뒹굴뒹굴되며 '우주 악당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라고 외쳤다.

그런 나는 어느새, 우주 악당보다 더 막강한 현실이라는 악당과 매일을 싸우고 있다. 그 녀석은 어느새 내 한쪽 팔을 뽑아 갔으며, 나는 언제나 외팔이 된 채 그 녀석과 싸운다. 그리고 어둠이 찾아오면 가쁜 숨을 몰아치며 집안 한구석에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또 아침이 다가오면 그 녀석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한다.


요구르트를 에너지 드링크 삼아 먹고 우주 악당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하였던 6살의 나는 감자탕에 소주 한잔을 걸치며 내일 또 다가오는 현실이라는 악당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취업 지하철을 오늘도 놓쳐 지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우리들에게


"야, 조금만 더 잘 하면 될거야, 회사가 거기밖에 없는 것도 아니잖아?"


와 같은 위로는 어쩌면 우리를 더 우울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취업뿐 아니라 현실이라는 악당은 어쩌면 우리 세대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울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때 한편으로는 기성세대의 힘을 원하지만, 어느새 기성세대는 현실이라는 악당과 함께 싸워오면서 많이 지쳤으며, 우리에게 나눠줄 힘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그럴때 그냥 지긋이 쳐다보면서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야, 감자탕에 소주 콜?!,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은데, 빨리 먹으로 가자 배고프다"


마음속 눈물을 참으며 뜨끈한 감자탕에 미각을 마비해오는 소주한잔을 들이키며 우리 세대들은 내일을 다짐하고 의지를 키워나간다. 그리고 감자탕에 밥을 말아먹으며 다짐한다.



"그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그깟 취업이 뭐라고"


취업과 졍규직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누군가는 그 전부가 아닌 일부도 가지지 못하여 간절히 갈망하고 원한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도전하는 그들의 결과를 평가하기보다는 그저 말없이 지쳐봐주고 힘들때 감자탕에 소주한잔 함께 해주며 푸념을 들어주는 그런 존재가 된다면 더 좋겠다고 본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가며 치열하게 도전하는 밀레니얼 세대 그리고 취준생에게 올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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