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한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는
아직은 한참이나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는다. 요가든 글이든 어떤 종류의 삶의 모습이건, 이 삶에서 나의 역할이 있을 것이고 꼭 나다운 모양이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양도 속에서 느끼는 것도 결국 가장 면밀하게 아는 것은 나 자신, 피하지 않고 깊숙히 들여다 보아하는 것도 나 자신. 시르사아사나 15분이 지나고 살람바사르방가아사나 15분, 7-8분도 안되서 왼 어깨가 끊어질 것 같고 목도 아픈 것 같아서 발을 스을 내렸다. 내려오니까 거짓말 같이 괜찮다. 다시 또 들어올려서 단다, 쭉 뻗어올리려니 이제는 골반도 허리도 끊어질 것 같아. 그래도 에카파다 사르반가아사나. 어찌저찌 바쁘게 따라 쫓아간다. 쭉 뻗어올리고 파드마짜서 뒤집어 들어올리고 핀다사나, 감싸안고, 왜 이걸 하냐고 되물을 새도 없이 그냥 한다. 숨쉬고 움직이고 그냥 존재하기만 하는 것 같은 이 느낌이 좋아서 계속 한다. 어떤 날은 조금 잘 하는 것 같고 어떤 날은 정말 못 하는 것 같지만 그냥 한다. 매일매일, 어떤 날은 많이 하고 어떤 날은 쬐끔이라도 하려고 겨우 겨우 매트에 선다. 그래도 어쨌거나 매일 한다. 아픈 날은 푹 쉬기도 하고 지친 날은 누워서 숨만 쉰다. 요가 계속 하다보면 아프고 바쁘고 지치는 날 자체도 줄어드는 것 같다. 아픈 건 반은 착각이고 바쁜 건 마음이고 지친 건 정신이라 몸은 몸의 몫을 할 수 있게 된다. 널 뛰는 불의 에너지는 발을 향하고 밑 빠진 독 처럼 새고 있던 물의 에너지는 정수리 끝까지 깨끗하게 모인다. 수승화강, 에너지가 균형을 이룬다. 내가 피워내는 꽃, 불꽃, 그 어떤 것도 나의 샘을 마르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피워낼 때 꼭 맞추어 활짝 피워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르지 않는 샘물같은 에너지를 고갈되지 않게 간직하는 것도 중요하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무엇인가가 되지 않아도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내면의 샘물이 마르지 않는다면 존재하는 한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