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구석은 내 안에 이미 있음을,
낙타 자세 우스트라아사나,
무릎을 꿇고 앉아 몸통의 앞을 열어 펼쳐내는 자세,
이 아사나는 꽤 오랫동안 피하고 싶은 아사나 중에 하나였다. 뒤로 몸을 젖혀내는 것이 부담스럽고 무섭게 느껴졌다.
두 달 반 정도 제주에 머무르며 요가 수련을 했던 시기에 거의 한 달 가까이 선생님은 새벽 혹은 아침마다 짧게는 5분 길게는 10-20분씩 우스트라아사나에서 머무르게 하셨다.
1분도 머물러 본 적이 없는데 20분이라니,
까마득했다.
그때의 심정이 딱 사막을 지나는 기분이어서 나는 낙타가 되는 거야.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그냥 눈 딱 감고 숨을 쉬어보자. 하고 최면을 걸며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정말 신기하게도 처음에는 바들바들 떨며 숨이 컥컥 넘어갈 것 같았는데 언젠가부터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이 자세는 척추 전체의 유연성과 근육을 강화시켜준다. 어깨가 처지고 등이 굽은 사람들에게 특히 좋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등이 굽기 쉬운 일상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나 또한 컴퓨터 모니터나 책을 오랫동안 쳐다보거나 바르지 못한 자세로 앉아있기 일쑤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동작이 많이 힘들었다.
흉근을 이완시켜 심폐 기능을 강화시켜준다.
대부분의 아사나가 호흡이 깊어지는데 도움을 주지만 이 자세가 깊어지면 특히 짧아졌던 숨이 길어진다. 숨을 조금 더 깊게, 잘 쉴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요가디피카에 보면 "이 자세는 나이 든 사람과 척추를 다친 사람들도 할 수 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아프니까 못해, 무서워서 못하겠어. 하고 어떻게든 피할 마음을 앞세우게 되던 자세였는데 다치거나 약해지거나 몸이 아플 때에도 할 수 있는 동작이었다.
자세는 억지로 허리를 꺾는 것이 아니라 단단한 하체로부터 가슴을 열어내는 형태로 진행된다. 아사나에 들어가고 아사나로부터 빠져나오는 시간은 모두 천천히 호흡과 함께 편안하게 행해져야 한다.
발등은 바닥으로 골반은 몸통 앞으로 펼쳐내고 가슴은 하늘로 펼쳐낸다. 낙타는 사막을 지나는 때에 오랫동안 먹지 않고 마시지 않고도 견뎌낼 수 있다. 낙타의 형상으로 머무르는 시간 동안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의 중심으로부터 견뎌 낼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고 자주 생각하게 된다.
오늘 매트 위에서 낙타의 모양으로 머무른 숨이 차곡차곡 모여 사막과 같은 곳도 잘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치거나 아프거나 약해진 때에도 나를 돌보는 마음으로 행하는 한 호흡이 막막하고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순간에 내게 힘을 주는 것이다. 믿는 구석을 바깥에서 구하지 않고 내면의 중심에서부터 구할 수 있게 된다. 한 호흡, 한 순간들은 아주 찰나인 것 같지만 흩어지지 않고 몸과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나를 믿고 기꺼이 사막도 지나갈 수 있게 된다. 마르지 않는 샘물을 끼고 사막을 걷는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끝을 모를 사막을 걸을 때 풍요를 바깥에서 구하기보다 이미 내면에 충분한 힘이 있음을 믿게 해주는 힘을 기르는 일이 중요한 이유이다.
믿을 구석이 이미 내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또 잊지 않기 위해서 자주 매트 위에서 낙타가 되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