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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 Nov 30. 2021

결혼

해보면 좋아,

봄이다. 후리지아 꽃다발을 오른손에 들고 지하철을 탄 청년이 예뻐보인다.


최근에 조카들이 많이 생겼다.

시간에 금 그어진거 아니지만 그럴 나이가 ? 되기도 했고 최근 몇 년 간은 결혼 안 해 ! 상태였다가 결혼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올해다.


어딘가에서 읽은 문장처럼 서로를 구원하는 것은 명문화 된 약속이 아니라 단단한 저마다의 관계들일 것이다.


대학교 때 불문학 시간에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자 서로의 혼이 묶여버리는 어떤 신화 이야기를 들었다. 앞 뒤 맥락은 기억 안나지만, 혼을 하나로 묶겠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 아닐까.


그치만 결혼이라는건 한낱 제도에 불과하며 계약서 종이 한 장에 불과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맺어질 수 있는 상호 계약 관계.


결혼을 해서 불행한 사람들도 보았고 결혼을 해서 행복한 사람들도 보았다.


불행한데 결혼을 하는 사람들도 보았고 행복한데 결혼을 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결혼을 해치워 버리는 사람들도 보았고 결혼을 향해 차근차근 걸어가는 사람들도 보았고 결혼을 해버린 사람들도 보았다.


결혼은 했는데 결혼식이 미뤄진 사람들도 보았고 결혼식은 했는데 혼인신고는 아직 이라는 사람들도 보았다.


글감이 이대로 서랍에 잠들어 있는 동안 겨울이 되었다. 그 사이에 애인이 생겼고 그는 내가 살고 있는 집 아랫집으로 이사를 왔다.


결혼은 잘 모르겠고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사는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얼추 그렇게 비슷하게 되었다.


내게 이런 변화가 생기는 동안 나는 세 번 축의금을 보냈고 좀 더 많이 청첩장을 받았고 한 번 결혼식장에 갔다. 친한 친구의 결혼식은 올 가을에서 내년 봄으로 연기 되었다.


세레모니도 계약도 중요하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건 생활이다. 물론 생활이 가장 중요하지만 세레모니도 계약도 중요한 것이다. 삶은 길고도 짧기 때문이다. 삶에서 손 꼽을 이벤트나 중요한 계약 같은건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해보면 좋고 안 해보면 제대로 알 수 없는 것들 사이에 인생이 놓여있다. 해보지도 않고 안 해야할 것들이라고 미뤄두었던 것들이 삶에서 자꾸 떠오르면 나는 무얼 해보고 살고 싶은가 한번 더 스스로 물어보아야 할 때 인 것 같다는 것만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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