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에 몰입하는 삶이 전부라고 학습받은 현실
앞만 보고 달리는 법만 배웠지
정작 뒤를 되돌아보며
어떻게 숨 고르기를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첫 초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이미 시작이다. 3월의 활기찬 기운과 갓 찾아온 봄날의 빛줄기는 하나의 경쟁 레이스를 알려주는 신호탄이다. 흔히 어릴 때는 대체로 부모님의 말씀대로 살아간다. 점점 늘어나는 학원 수와 공부량, 마치 야근을 하고 퇴근하는 직장인을 연상케 할 만큼 시험을 준비하는 어린 친구들의 모습엔 성숙함과 긴장감까지 보인다. 이걸 대단하다고 봐야 하는 게 과연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의 커리큘럼과 인생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로 세팅값이 맞춰져 있다.
대학 입학까지 걸리는 기간 12년, 그 12년은 마음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잃어버린 12년이나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스스로 마음을 되돌아볼 여유조차도 없다. 당연히 공부를 해야 하고 특히나 경쟁에서 이기려면 이만큼 공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각하며 하루하루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하고 있는 그 공부가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보다 고통스러운 건 없다. 학교 공부가 모두에게 잘 맞을 수 없으며 일찍부터 생각이 있다고 한다면 벌써 자기가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아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학업 스트레스와 스마트폰으로 인한 집중력 부재가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 같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소홀할 수 있고 관심을 가지기 힘들 수밖에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을 돌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점점 더 커진다. 단순히 공부를 잘하고 역량이 좋다고 해서 그게 오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 못해 상황이나 사람의 마음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 현장을 보면 대체로 답을 다 정해놓고 방향도 다 정해놓는다. 이러다 보니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고 취업 준비를 하거나 취업 후 회사에서 적응할 때 쉽게 번아웃이 오고 패닉에 빠지는 것이다.
직장생활의 분위기는 교육 현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교육 현장엔 시험 범위를 알려주는 선생님과 교수님이 있지만 직장에는 그런 게 없다.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거나 혹은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리고 내가 힘들 때 옆에서 상담을 해주거나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상대도 거의 없다. 취업을 하기 전이나 사회생활을 하기에 앞서 마음에 대한 공부를 하거나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상황이 닥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고정적이지 않다는 걸 미리 예측하고 파악했기 때문에 삶의 무게중심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상황이 거의 없을 것이며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번아웃은 디폴트고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춰 제대로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회사가 안 좋아서 복지가 안 좋아서의 문제가 아니다. 분명히 사회에 적응할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과 역량은 다 갖췄다. 충분히 자력으로 돈을 벌 수 있고 일상도 즐길 수 있음에도 제대로 적응을 못하고 맴도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왜 그럴까? 학교에서 1,2등을 하거나 좋은 성적을 받는 건 잘하지만 정작 자기 마음 상태를 되돌아보거나 마음 공부, 건전하고 평온한 휴식을 취하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역량만 좋아가지곤 절대로 오래갈 수 없으며 자기 정서에 대한 리뷰나 되돌아봄 없인 더 나아갈 수도, 좋아질 수도 없다.
대학을 들어가기 전까진 하염없이 공부에만 매달린다. 점수를 잘 받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그렇지 못하면 스스로 뒤처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마음이 불안해진다. 삶의 모든 영역이 입시와 공부에만 맞춰져 있다 보니 하나라도 잘못되거나 원하는 상황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극도의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휩싸여 자기 통제를 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엔 일탈을 하고 싶어지게 되는데 반대의 경우 일탈을 하지 않은 채 뭔가에 억눌린 채로 시간이 흘러가면 나중에 그 억눌림이 어떠한 형태로 폭발하게 된다. 잃어버린 12년, 나이는 어렸지만 역설적이게도 다양하고 도전적인 시도를 하기 힘든 그 시절은 마음의 성숙함과 되돌아봄을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닌 참고, 버티고 그저 말 잘 듣는 청년으로 성장하는 하나의 프로세스였던 것이다.
빨리 가는 법만 있는 게 아니다.
천천히 갈 수도 있다.
빨리만 가면 주변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저 사람에게 잘 맞으니까 나한테도 잘 맞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늘 그렇지만 시도를 많이 해보면서 자기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운좋게 바로 찾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진 않다. 반복되는 일상, 쉽게 빠질 수밖에 없는 매너리즘과 번아웃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힐링 강연도 들어보고, 명상도 해보고, 친구들도 만나보고 여러 가지를 다 해본다. 하지만 어떤 게 가장 괜찮고 적절하다라고 말하긴 어렵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각자가 좋아하는 게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자기 자신이 느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고 뭔가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걸 찾아야 한다.
나는 글을 쓸 때 마음이 편하다. 글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다. 아무리 상황이 급변하거나 누군가가 나를 힘들게 한다 할지라도 글을 쓰면서 회복하고 힐링한다. 그렇다고 글만 쓰는 것도 아니다. 시간날 때마다 업무와 관련된 공부를 하거나 자기계발을 하면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습관화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렇게 하지 않았다. 금요일까지 일하고 나면 주말에는 거의 쉬기만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틈날 때마다 공부를 하고 요즘에는 학교까지 다니고 있어서 주말마다 강의도 듣는다.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번아웃과 매너리즘을 벗어나려면 성장과 회복을 동시에 해야 한다. 정체되면 지치고 쉬지 않으면 금방 부러진다. 근데 대체로 보면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 건 잘하는데 정작 제대로 쉬지를 못해서 밸런스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제대로 쉬지를 못하니 자기계발은 꿈도 못꾸고 삶을 확장시켜나갈 수 있는 생각은 더더욱 할 수가 없었다. 일상의 모습이 변하지 않고 뭔가 계속 정체되는 모습을 보면서 더더욱 지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번아웃을 빨리 다가오게 만드는 지름길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형벌이란 게 이런 것일까? 나는 열심히 노력하고 일한 것밖에 없었는데 일이 끝나거나 주말이 되면 너무 힘들었다.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 그때는 그랬다. 휴식에 대해 잘 몰랐다. 그냥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휴식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결국 휴식이란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이제는 자기 계발하는 것도 하나의 휴식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양한 활동을 하거나 여행을 가며 새로운 정취나 감각을 느끼는 것도 하나의 휴식임을 느끼면서 휴식에 대한 관점의 영역도 더 넓어졌다.
살아가는 모습은 저마다 다양하다. 삶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삶의 지속성을 오래도록 유지하려면 뛰어난 역량보다 마음 상태를 잘 지키고 유지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성장이 없인 미래도 없다. 그렇다고 성장만 추구하면 쉽게 지치고 무너진다.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휴식이 필요하다. 그게 자기계발일 수도, 평온한 느낌을 유지해주는 명상이나 가벼운 운동이 될 수도 있다. 학창시절엔 전혀 하지 않았던 마음 공부. 사색이 뭔지도 몰랐고 생각 정리에는 관심도 없었던 날들... 태어난 이후부터 30년이 지나도록 느끼지 못한 내 마음의 진짜 상태, 이제는 더 이상 마음을 등한시하면서까지 뭔가에 몰두하거나 전진하고 싶지 않다.
쉽게 무너지는 이유는 모래성을 쌓았기 때문이다. 쉽게 흔들리는 이유는 내가 서 있는 곳이 흔들바위나 다름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아닌 내 마음이 속해있는 영역의 위치와 환경이 어떤지를 한 번 되돌아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아무리 멋스럽고 좋은 장소에 있더라도 마음이 불편하면 그 장소는 떠나야 하는 곳이다. 오히려 골방같이 넓지는 않지만 아늑하면서도 편안함마저 느껴지는 그런 장소가 편하다면 그 장소는 머물러도 괜찮은 곳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다. 내가 느끼기에 낯선 장소가 내 스스로 편안하게 느껴져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회사나 내가 다니는 학교같은 곳이 그런 장소다. 적응이 필요한 곳인데 스스로 불편하다고 느껴서 나가버린다면 아무 것도 득이 될 게 없다. 오히려 그런 장소에선 내 스스로가 어떻게 해야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마인드 빌드업과 고민을 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선택과 판단은 내 스스로 하는 것이기에 직접 고민하고 숙고하는 과정을 통해 낯설고 불안한 상황을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 공부, 사실 정해진 틀이 없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본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느끼는 건 그동안 일과 공부에 너무 몰입하거나 기존의 생활습관에 익숙해져서 그럴 것이다. 시작이 반이고 차근차근 진행하면 된다. 내 마음이 힘들거나, 어렵거나, 기쁘거나, 행복감을 느낄 때 그에 대한 나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각각의 상황에 대처하는 나의 마음 상태가 어떤지를 바라보고 파악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과 마주하더라도 크게 불안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