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이란 지도를 펼치다
성공을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성공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성공은 언제나 들어도 기분이 좋다. 성공만 하면 모든 것들이 다 잘 풀리고 꽃길만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희망찬 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성공으로 향하는 길은 순탄하지 않다. 실패를 하지 않고 성공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 번의 성공도 수많은 실패들을 거치고 거쳐서 경험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성공이 더 값진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성공한 인생과 성공하지 못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성공한 인생을 선택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다. 무엇이 성공한 인생이며 무엇이 성공하지 못한 인생일까? 성공하지 못한 인생, 성공을 경험해보지 못한 인생은 정말 잘못된 인생이 맞는가?
성공이 없는 인생은 존중받으면 안 되는가? 성공하지 못한 인생은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인생인가? 그렇다면 회복 불능의 인생을 굳이 다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인생이 성공의 여부로 평가받는다면 그보다 비참한 게 또 있을까? 저마다의 인생이 있고 사정이 있을 터, 단지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의 미래가 어둡다고 낙인을 찍어버리면 그만큼 포기하는 인생의 숫자만 더 늘어나게 될 뿐이다. 성공을 지향하는 사회에서 살아남을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더군다나 그 성공의 기준이 상향 평준화가 되어버린다면 성공은 그저 그림의 떡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옥같은 입시를 통과하고 나면 어느 정도 숨을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대학 입학이 정해진 날 이후부터는 여기저기 놀러다니며 언젠가 나도 돈을 많이 벌어서 자유롭게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유가 생겨 서점에 들러 자기계발서와 성공에 관한 책들을 구매하여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사실 고등학교 때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이라는 책을 읽었지만 그 내용이 별로 와닿지가 않았다. 공부하기 바빠 죽겠는데 성공은 무슨... 당장의 성적이 잘 나오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책의 겉표지만 보고 얼른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입시관문을 거쳐 여유를 가지게 된 시점부터는 성공이라는 키워드가 나를 사로잡았다. 성공하고 싶었다. 학점도 잘 받고 싶었고 밝은 미래를 기대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심취해 있었다.
아이언맨을 보고 공대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나도 저런 멋진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나의 진로를 정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단순하기 그지 없었다. 누군가는 분명한 목표와 계획이 있었는데 그저 영상을 통해 느낀 감정만으로 전공을 선택했으니 제대로 전공을 소화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성공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이는 그렇게 대학을 들어갔다. 하지만 대학생활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하드웨어를 다루어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설계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손수 도면을 그리고 그 도면을 바탕으로 CAD나 SolidWorks를 활용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이거 내가 제대로 들어온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공에 대한 배경지식도 없었고 특별하게 알아본 정보도 없이 들어왔으니 방황하는 게 당연했다. 학점을 잘 받기 위한 나의 목표는 어느 순간 희미해지기 시작했고 어떻게든 졸업만이라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성공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도 차츰차츰 가라앉았고 실력으로 크게 주목받기는 힘들다는 생각에 조용히 학교를 다니며 공부에만 충실했던 기억이 지금도 떠오른다.
시간이 지나 군에 입대하고 복학을 했다. 성공에 대한 나의 갈망은 이전과는 다르게 많이 줄어들어 있었지만 여전히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복학을 하기는 했지만 앞으로의 살 길이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전공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성공에서 멀어지면 안 되는데...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매순간 하며 하루를 살아갔다. 당시 인문학에 빠져 있었는데 그 인문학이 성공에 관한 나의 마음과 결부되어 성공을 향한 의지가 다시 살아났다. 성공한 이후에 내 모습을 상상하며 '그래, 나는 그렇게 되고 말거야!' 하는 마음을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 예쁘고 좋은 여자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며 좋은 집에서 안정적인 삶을 누리며 편안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아주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성공을 꿈꾸고 있었다. 나에게 있어 성공은 무감각한 현실을 살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자 희망이었다.
하지만 난 결과적으로 내가 원했던 것들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성공을 향한 마음은 있었지만 정작 실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스스로의 감옥에 갇힌 나머지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두려워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노력의 과도함이 우물의 깊이만 늘릴 수 있다.
그렇다. 난 내가 생각하는 성공에 대한 노력만 했다. 사실 기회라는 게 단순히 내가 예상하고 계획했던 모습이 아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올 수도 있는데 그걸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정해놓고 행동하면 답이 없다는 사실을 지금은 잘 알고 있지만 그때는 그걸 알지 못했다. 성공의 프레임을 정해놓은 상태에서는 어떤 아이디어도 무의미하다. 열려 있어야 한다. 의견을 경청하거나, 감각을 일깨우는 활동을 하거나,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등 여러 관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성공을 원하기는 했지만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 아닌 실패로 향하는 길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졸업을 하기는 했지만 그게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만족하지 않으면 성공이 아니라고 인식한 것이다. 사실 성공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성공한 인생과 성공하지 않은 인생의 기준을 정하는 것 자체가 비교의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성공이라는 기준으로 사람을 바라보게 될수록 경쟁우위에 있어 스스로를 평가하고 판단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한 존중심마저도 차등이 생길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자기만족에 기반하여 성공의 기준을 판단한다면 정말로 성공 없는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성공하지 못한 인생이라고 자각하며 하루를 살아가니 모든 것이 힘들게만 느껴졌다. 자신감도, 자존감도 바닥이 났다. 업무에서 실수를 할 때마다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뒷감당을 두려워 하며 불안한 출퇴근길이 이어졌다. 7호선의 국방색 라인이 왠지 모르게 우울함으로 다가왔고 넘쳐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을 했다. 생각보다 성공에 대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작은 것에 감사하지 못하며 주변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적지 않은 결핍에 시달려야만 했다. 한편으로는 부모님의 보살핌을 잘 받았기 때문에 성공으로 향하는 과정의 고생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를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결코 하루아침에 성공한 게 아닌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이나 이야기로 들은 성공 경험만으로 현실의 고통을 견뎌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반드시 성공을 해야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며 말년에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
2018년, 2019년 더 나아가서는 코로나 이후 2020년, 2021년은 그야말로 투자의 천국같은 시기였다. 투자로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됐던 그 시기를 보냈지만 정작 예전에 꿈꿔왔던 성공을 경험할 수는 없었다. 투자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모아놓은 돈도 거의 없었다. 어떻게 보면 대학을 입학한 그 시점부터 차근차근 계획을 세웠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으니 당연히 졸업 이후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그렇다 하더라도 중간에 계획을 세웠다면 어느 정도 순탄한 길로 나아갔겠지만 자기만족이 우선이었던 나에게 미래는 그다지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돈을 벌고 싶다면 뭔가 돈벌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것도 없었으니 좌절과 포기를 계획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만약에 그 당시 투자 광풍에 휘말려 대출을 받고 여기저기 투자하는 것에 급급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글을 쓰기란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돈에 대한 마음이 앞서지 않았기에 가진 것에 만족하고 지금에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비록 젊은 날 꿈꿨던 성공은 이루지 못했지만 여러 가지 성공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개발자 취업도 성공했고, 프로젝트도 잘 마무리할 수 있었고, 자격증도 여러 개 딸 수 있었다. 운동을 통해 증량에 성공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경력도 쌓을 수 있었다. 그 외에 업무와 관련된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우수 훈련생 상도 받았다. 사실 지금의 이런 성과들은 20대의 내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성공으로 인해 내 인생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SNS를 하지 않는다. 복학을 한 이후에는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손이 가질 않았다. SNS는 성공의 창고와 같은 곳이다. 이 곳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 성공을 누리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서 성공에 대한 갈망이 커지기 시작한다. 현실과 이상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고 성공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도덕과 윤리는 성공에 잠식되어 SNS의 사람들처럼 사는 것을 성공한 인생이라고 여기게 된다. 타인의 성공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개인의 성공에 대한 인식의 범위는 좁혀진다. 행복한 인생의 기준이 분명해지고 그로 인해 성공에 대한 관점도 정해지게 되니 이는 마치 당연하게 여겨지는 성공과 행복을 위해 불행을 적립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성공하지 못한 인생은 어디에도 없다. 20대 때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어도 얼마든지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할 수 있다. 인생, 살아가기 나름이다. 화려하면서도 기대감을 주고 희망적인 메세지들로 가득한 성공의 메시지와 모습에 미혹될 필요는 없다. 성공이라는 키워드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정해져 있는 성공만을 위해 모두가 노력을 한다면 이는 실패의 블랙홀로 빠지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성공의 모습은 다양하다. 그리고 거창한 성공만이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관점을 조금만 다르게 바라보면 이미 내 자신은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다니고 있는 직장이 있다면 성공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성공한 것이다. 건강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면 성공한 것이다.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성공에 대한 의미가 단순히 기술적으로만 받아들여진다면 영영 성공을 경험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얼마나 불행한 인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