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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발자취-14] 안 보이는 기회

펜 그리고 키보드의 향연

by Be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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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게 또 있을까?


잡고 싶은 기회들이 있었다.

하지만 잡지 못했다.

기회를 잡을 힘도,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부지런히 노력했음에도

결과는 항상 제자리였다.




어릴 때는 당연하게도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야

착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도 기회가 필요할 때 말이다.




순행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역행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재미없게 느껴졌다.

재미없는 삶은 어느 순간

절박한 삶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들 잡는 기회임에도

나만 못 잡는 느낌이 들었다.

실패자의 마음,

백수의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걸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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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회는 물 건너갔다.

가뭄이 길어질수록

정신은 메말라갔다.

단조로운 생활 패턴과

단조로운 식사가 이어졌다.

기회가 오지 않음에

한없이 좌절하고 후회했다.




'아 내가 헛살았구나... 많이 늦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일어서야 하는데

어떻게 일어서야 하는지를 몰랐다.

날려 버린 기회들,

잡지 못한 기회들,

떠나버린 기회들이 원망스러웠다.




이렇게 된 게 다 내 잘못일까?

아니면 사회의 문제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오고 가며

잠 못드는 밤이 이어졌다.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나 힘들다고 얘기하기도 그랬다.

약자는 먹잇감의 대상이다.

보살핌을 받고 싶은 마음을

악용하는 자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알았기에 버티고 또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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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이지 않던 기회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 기회를 잡았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경제적인 문제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다.




기회를 잡아야 하는 순간들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 순간들을 원한 것은 아니었는데

상황은 내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또 다시 기회를 잡아야 하는

순간에 직면했다.




기회를 다시 잡기 위한 노력을 했다.

몇 달 정도 고생하고 나니

마침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다시 기회가 필요한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그동안 잘 보였던 기회가

이제는 조금씩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일까?

삶은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주어진 기회를 잡았지만

그 다음 행보를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야속하게도 기회는 내 앞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드는 기회.

그러나 언제든지 기회가 있다고 말하는 사회.

나의 문제일까? 아니면 사회의 문제일까?

가치관과 철학의 부재 때문에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나와 맞지 않는 기회를 잡아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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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세 번 온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만약에 그 세 번을 놓쳤다고 한다면

실패한 삶을 살아가는 것인가?

삶이 그렇게 차갑고 뒤가 없는 것이라면

굳이 살아갈 이유가 뭐가 있을까?




기회는 얼마든지 주어진다.

내가 한 번 놓쳤거나 기회를 살리지 못해

실패를 여러 번 했다고 하여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다시 시작할 수 있는데

스스로 또는 누군가가 정한 한계 때문에

기회가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앞이 보이지 않았던 순간들이 있었다.

앞으로 펼쳐질 날들을 걱정하며

밤잠을 설친 순간들이 있었다.

기회를 잡지 못했음에도,

정작 기회를 잡았음에도

밤잠을 설치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적어도 기회를 잡은 다음에

느껴지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조금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앞이 보일 때와 보이지 않을 때의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하기에.




오늘도, 내일도 기회를 잡기 위해

열심히 뛰는 사람들이 있다.

기회를 얻은 사람들이 부러웠고

그 사람들처럼 고생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잘만 보이는 기회,

누군가에겐 도통 안 보이는 기회,

기회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제발 희망고문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안 보이는 기회가 잘 보일 수 있는 하루,

그런 하루가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걸 다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을 때,
삶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느낄 때,
지금까지 잡아왔던 기회들을 떠올려 보며
긍정의 힘을 얻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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