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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발자취-13] 내면의 음성

펜 그리고 키보드의 향연

by BeWrite


알고 싶었다.
나란 사람을.


늘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인정 욕구에 굶주려 있었다.

사람의 시선을 받고 싶었다.

외면당하기 싫어 내면을 무시했다.




잘 들리는 것들에만 관심을 가졌다.

잘 보이는 것들에만 관심을 가졌다.

잘 느낄수 있는 것들만 접하고자 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느낄 수 없다면

재미가 없었고 시선도 가지 않았다.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며

트로피적인 삶에 취해 있었다.

큰 성공을 거두고 희망을 주는

권위자들과 부자들의 삶이

내가 살아가야 하는 삶이라고

다짐하며 하루를 살아갔다.




무시당한 내면의 음성을

듣기에는 이미 늦어버렸고

거침없이 물질과 돈에 대한

가치관에 눈독을 들였다.

젊은 날의 방황을 플렉스와

유행에 기대며 스스로를

미화하고 합리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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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 대한 생각과 고뇌를

할 수 있는 힘이 줄어들었다.

물음표보다 마침표가 더 중요한

길에 익숙해진 길을 걷고 있었다.

신중함보다 유연함을 택했기에

원인모를 시행착오만 생겼다.




젊음의 혈기왕성함이

내면의 통로를 막았다.

진솔함과 순수함의 샘으로

이어지는 길을 욕심이란

시멘트로 덮어버렸다.




보이지 않는 내면이었기에

쉽게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면을 무시한 대가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생각의 깊이가 얕아졌고

진실을 멀리하는 삶에 익숙해진 것이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통해

내면과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아니, 그건 불가능하다.

빨리 성공을 했다고 해서

생각의 깊이가 고양되는 것도

아니지 않던가?




목표에 도달하여 생기는 욕심은

내면에 장막을 드리우는 역할을 한다.

내 속마음을 내가 모르고

남이 알아줘야 알 수 있는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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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는 게 두려워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내 안의 세계를 다스리지 못했다.

외부 세계로부터 느끼는 부정적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회복의 원천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인정받으면 그걸로 끝일 줄 알았다.

주목받으면 더 좋아질 줄 알았다.

돈을 잘 벌면 충분히 만족할 줄 알았다.

인싸가 되면 늘 즐겁기만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공허함과 결핍은 지워지지 않았다.




채워질 수 없는 걸 채우기 위해

채울 수 있는 걸 포기하니

끝이 없는 심연이 이어졌다.

그 심연에서 빠져나오려면

뭔가 다른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동안 잊고 있던 내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내면의 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내 마음, 내 생각, 내 몸에 대해 돌아봤다.

주인공과 같은 삶을 갈망했기에

항상 뭔가가 부족했음을 느낀다.




내면을 가꾸지 못한 삶은

실패에 취약했다.

유행에 취약했고

비판에 취약했다.

경청에도 취약했고

표현력의 범위도 좁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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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 내면을 다시 밝히고 싶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을 알았다.

성공한 나, 유행을 잘 아는 나,

업무 능력이 탁월하여 인정받는 나.

그런 모습들만 가지고 있는 내가 아님을

뒤늦게 알았다.




잊고 있던 내면과 친해지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

인식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다.

내면을 제대로 알기 위한 첫 걸음은

마치 자갈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익숙하지 않았던 게

어느덧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이제 내면에 빛이 들어온다.

내면의 음성도 잘 들린다.

외부와의 의존도가 느슨해진다.

이제는 내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다.




때묻지 않은 생각과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기 시작하고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감을 잡게 된다.

내면의 통로가 열리니

독립심이 강해졌다.




내면의 음성을 듣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없이 펼쳐진 길들을 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갈 길이

어디인지를 알게 되었다.

마음을 지키고, 내면을 바라보며

내면의 음성에 귀기울일 수 있는 길.

그 길로 걸어나가야 한다.




세상은 변화의 연속이다.

하지만 내면의 주체는 나 자신이다.

생각을 하고 표현을 할 수 있는 나를

언제든지 잘 가꿔나가는 삶은

내면이란 정원에 꽃을 심고

물을 주며 화창하고 따뜻한

빛을 선물해주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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