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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발자취-15] 자랑의 대가

펜 그리고 키보드의 향연

by Be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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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기쁨, 만족감에 멈추고 싶은 날들이 있었다.


뭔가가 잘 되면 기분이 좋다.

그 좋은 기분을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상대방이 좋아해주면

기분은 더더욱 좋아진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잠시동안 이어진다.




보이지 않는 꽃길을 걷는다.

미소와 흥겨움이 오고 간다.

'아... 드디어 됐다,

드디어 성공했다,

드디어 이루어냈다.'

나의 고생과 성공을 나만 알기엔

너무나 아깝다고 느꼈다.

승전보와 같은 소식은 여기저기

사방팔방 전해진다.




예상치 못한 성공,

노력에 대한 보상,

갑자기 전달된 희소식,

내가 이루었든

이루지 않았든

어디가서 알려주고 싶다.




좋은 소식은 서로 공유하는 게

미덕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누군가의 희소식,

누군가의 성공,

누군가의 좋은 행보를

마냥 응원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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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禍)속에 복(福)이 있고

복(福)속에 화(禍)가 있다.

정적인 흐름은 어디에도 없다.

시간을 흘러가고 그에 따라

상황도 얼마든지 바뀐다.

희망과 기쁨, 만족감이

절망과 좌절, 실망감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렇게 얘기를 해놓았고,

그로 인해 축하도 받았고,

격려도 많이 받았건만

또 다시 시작된 고민과

차갑기만 한 현실.

왜 이렇게 됐을까?

기쁨과 기대가 큰 만큼

좌절과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걱정과 불안감이 이어진다.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뭔가가

이런 결과를 낳게 될 줄이야.

좋은 소식은 같이 나누는 게

미덕이라고 여겼거늘

이제는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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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사는 모습, 성공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거야




문제없는 모습으로,

성공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인생을

마음껏 보여주고 싶었다.

누구도 가져보지 못한 것들을

구매하며 잘 살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좋은 감정들을 지키고 싶었고,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면서 살아가는 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감정들을 계속 유지하는 게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뭔가를 이루어내고,

성과를 달성하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재밌는 경험을 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

게다가 중간에 실패라도

한 번 하게 된다면

그로 인한 심리적 타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성공해야만 한다,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

좋은 대학, 좋은 회사를 다니는

인생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이런 생각에 갇혀버리면

자연스럽게 고난의 행군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희소식이 자랑처럼 들릴 때가 있다.

아예 대놓고 자랑을 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가 어떤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의 성공이나 성과를 들고 와서

마치 대단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도 봤다.

그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뒤따른다.




자랑을 하다 보면 내용이 와전될 수 있다.

정도가 지나치면 독이 된다.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을 잊어버려

유체이탈식의 자랑을 하게 되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고

뭔가 자랑을 계속하면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지는

상황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자랑하기 위해 살지 말자.
미리 괴로움을 적립하여
걱정이란 컨텐츠를
구독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뭔가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인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인정이

교만을 낳기도 하며

누군가에게 잘못 와전되어

인정받은 사람이 오해를 받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한

긍정적인 자랑도 있다.

자기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부정적인 자랑도 있다.

정도만 지나치지 않으면

자랑에 대한 대가는 크지 않다.

다만 대가를 잊어버린 채

자랑만 하다 보면

그에 대한 대가는 커질 수밖에 없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피곤한 인생의 출발선을

밟았다는 생각.

처음엔 잘 몰랐다.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해지면

뭐든 다 좋다고 느껴졌다.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서

마음까지 건강해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멈춰있는 인생이 아닌

흘러가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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