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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발자취-17] 당연한 경쟁

펜 그리고 키보드의 향연

by Be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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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어,
경쟁은 어디에도 있는 거니까.


태어날 때부터 시작됐다.

자연스럽게 뛰어들었다.

피할 수 없다기 보다는

당연히 그런 것이라 여겼다.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데

이건 끝이 보이지 않는다.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여기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어디라도 좋다고 생각했다.

꽉막히고 답답한 흐름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 싶었다.




늘 잘하는 게 목표였다.

늘 정답을 찾아야 했다.

생각을 하기 보단

행동이 먼저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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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이기고 싶었다.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의 가르침,

교수님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배웠다.




나의 생각은 뒤로 하고

경력자와 웃어른들의

생각을 벤치마킹했다.

그러면 마음이 편했다.

실수하지 않으니까.




경쟁을 하는데 실수는 어림도 없다.

실수하면 사실상 인생 끝이다.

뒤를 돌아볼 수도 없는데

대체 왜 실수하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실수가 밥이라도 먹여주나.




다른 건 다 필요없다.

그냥 경쟁에서 이기면 된다.

그러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많이 번 만큼 많이 누릴 수 있다.

그게 인생 사는 재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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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밥보다 경쟁에서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

누가 뭐라 해도 이기면 그만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시작도, 끝도 안 보인다.

지는 날도 있지만 이기는 날도 있다.

일희일비는 일상이 된다.

그래도 보상이 있어서 다행이다.

인간답게 살려면 이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지켜야 할 게 점점 더 많아지고

정신적 부담감은 더해진다.

혹시 몰라 틈날 때마다 약을 먹는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버티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달려야 한다고 해서 달렸고

이겨야 한다고 해서 노력했다.

그렇게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고가

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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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경쟁은 이어졌다.

이제는 슬슬 질리기 시작했다.

다 때려치우고 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내 몸은 경쟁에 익숙해져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를 몰랐다.




쉬는 방법을 모르니 다시 달렸고

달리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지쳐만 갔다.

지치는 걸 알면서도 쉬지를 못하니

답답함이 극에 달했다.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가 떠오르질 않았다.




경쟁천국인 학교에서 벗어나면

끝이라고 생각했건만 다시 시작이었다.

돈벌이 역시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마음 편안하게 경쟁없는 곳에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인가.

에라 모르겠다... 좀 쉬자...




쉬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지만

일단 쉬어보기로 했다.

처음엔 불안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또 다시 불안함이 생겼고

결국 다시 경쟁현장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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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알게 된 경쟁,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게 된

경쟁이란 단어의 의미.

그만큼 경쟁은 어딜 가나 존재했고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경쟁없는 곳에서 살고 싶었지만

그런 곳을 찾기가 더 힘들었다.




항상 달리기만 한다고 생각했을 때

정말이지 숨이 막혔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었다.

하지만 내가 몰랐던 게 있었다.

살면서 여백을 남기는 것에 대한

방법을 어느 누가 알려준 적이 없었다.




시간을 채우는 것에만 익숙했다.

시간을 비우는 것엔 익숙하지 않았다.

달리다 보면 쉬기라도 해야 하는데

쉬지를 못하니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뭔가를 하더라도

좀처럼 속도가 나질 않았다.




이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뒤처지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뒤돌아보는 것보다 앞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걸

잃어버리고 말았다.




무조건 이기기만 할 수는 없다.

지는 순간이 있고 이기는 순간이 있다.

지는 순간을 생각하지 않고

이기는 순간만 생각한다면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는 게 힘들 수도 있다.

승복이란 미덕을 알아야 마음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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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나만 뒤처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채우고 채우고 또 채우지 않으면

도저히 안 되겠다는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꼭 경쟁에서 이긴다고 하여

인생이 100%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결과 지향적으로 사는 게 익숙하다 보니

좋은 결과를 얻는 것에 목을 매는 경우가 많았다.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기분은 좋았지만

또 다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만 이어졌다.

어릴 때부터 계속 이어졌던 경쟁에 지쳐버린 것일까?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더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경쟁, 사실 경쟁 자체의 의미는 나쁘지 않다.

선의의 경쟁, 공정한 경쟁도 있지 않은가.

경쟁이 없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정말로 경쟁이 없는 곳으로 가야 한다면

무인도나 자연으로 가면 된다.

거기는 경쟁은 없지만 스스로 자급자족을 하며

자연의 경치와 공기를 느낄 수 있다.




늘 비관적으로만 여겼던 경쟁.

만약에 경쟁이 없었다면

지금의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뭐든지 경쟁력이 있으면 오래 간다.

처음부터 경쟁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번의 시도와 실패 끝에 경쟁력을 가진 것이다.




경쟁에서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실수를 하는 것도 경쟁의 일부분이다.

경쟁을 흔히 적자생존과 결부시켜 얘기하지만

경쟁이 없다면 발전도,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

물론 경쟁이 부담되어 피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번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경쟁에서 이기기도 하고 많은 걸 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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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어렸을 적에 겪은

입시 경쟁은 솔직히 말해서

건강하지 못한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종교인들의 고행보다 더한 고행이 아닌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기하급수적인 노력을 하지만

누구나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을 통해 얻어가는 게 있어야 한다.

경쟁을 하며 터득한 경험은 중요하다.

그 경험이 곧 나의 경쟁력이다.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경쟁은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런 경쟁을 자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쟁이 없는 곳을 찾기란 힘들다.

내가 몸담고 있는 곳에 경쟁이 있다면

그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경쟁하지 않고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물론 경쟁에서 매번 이길 순 없다.

하지만 경쟁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스스로 터득하고 깨우칠 수 있다.




경쟁을 묵묵하게 받아들이자.

그리고 너무 달리지도 말자.

인생이 마라톤, 항해인 것처럼

경쟁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때론 달려야 하지만 걷거나

쉴 수도 있어야 한다.


경쟁은 일상의 또 다른 원동력이다.
경쟁이 없다면 우리의 일상도 평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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