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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발자취-16] 포화 속으로

펜 그리고 키보드의 향연

by BeWrite


여기는 어디이며 나는 누구인가


알람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하루.

조식을 거르는 것은 기본.

해가 완전히 뜨기도 전에

나서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여유로운 출근을 언제 느꼈던가.

주위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울땅은 어디를 가도 사람이 많다.

이동할 때마다 사람을 피할 수 없다.

서울과 이어지는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다.

출근 시간의 버스와 지하철은

예나 지금이나 여유 공간을 찾기가 힘들다.

앉아서 가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깝다.




가끔 운이 좋아 종착역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여유롭게

출근하는 게 가능하지만

내릴 때가 되면 여기저기

낑기고 낑겨서 내리는 일이 허다하다.

시간이 지나면 이마저도 익숙해진다.




그렇게 출근을 하고 난 이후

열심히 업무에 매달리다가 저녁이 된다.

그토록 기다리던 퇴근이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특히나 경기 지역에 사는

경기 오피서들 같은 경우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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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 끝이 안 보이는 대기줄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서울과 수도권을 오고 가는 광역버스가 있다.

배차 간격이 일반버스와 비교하면

시간이 좀 더 소요되기는 하지만

이 버스의 승차 가능 여부가

퇴근 후 일상의 질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 버스를 타는 것도 만만하지가 않다.




앞이 보이지 않는 대기줄로 인해

버스를 2대, 3대 보낼 때도 있고

아예 다른 경로로 귀가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하고

다른 노선을 찾아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이동 자체가 힘들다.

현장근무가 아닌 재택근무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도심은 자가용을 가지고 나가도

시간이 한참 걸려서 대중교통이 빠른데

그마저도 쉽지 않으니 피로도만 더 쌓여간다.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출퇴근길 대란은 변함이 없다.

과거 출퇴근길로 인한 교통체증이

존재하지 않았던 지역들마저

이 대란에 동참하는 분위기이다.

대표적인 곳이 성수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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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성수역이 이런 곳이었던가?

많이 가본 적은 없었지만

과거에 방문했을 당시에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최근에 성수동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유동인구가 엄청 많아졌다.




최근에 성수동 근처로 많은 기업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더더욱 수요가 많아졌는데

이로 인한 출퇴근길 대란은 예정된 것이었다.

사람이 몰리면 이동이 쉽지 않다.

사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럼에도 출퇴근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포화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총탄 소리만 들리지 않을 뿐이지

사실상 전쟁이나 다름 없다.

발걸음이 뒤처지면 멀어지고

버스나 지하철을 놓치게 되는 순간

지각의 두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취준생들은 취업이 하고 싶어

출퇴근길 대란을 느끼는 사람마저

부럽다고 할지 모르지만

솔직히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그 기쁨은 정말 잠깐일 뿐이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수많은 인파를

뚫고 지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날마다 기쁜 마음이 생기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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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인파를 뚫고

목적지에 도착한 순간

이건 정말 기적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 순간들이 있었다.

이동 속도가 너무 느린 나머지

오늘 안에 갈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근데 어떻게든 가기는 간다.

그렇게 꽉꽉 차있던 버스도, 지하철도

출퇴근 시간대에서 벗어나면

여유 공간이 넘쳐난다.

출퇴근을 하다 보면

밀물과 썰물의 원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게 된다.




조선의 인재들도 벼슬을 하기 위해선

한양으로 가야만 했다.

조선왕조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흐름은 바뀌지 않고 있다.

출퇴근길 대중교통의 답답함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요즘은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에

여행을 많이 오는 추세여서

사실상 과포화 상태가 되었다.

이제 포화 속으로 뛰어드는 건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단지 그 포화 속에 머무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경로를 찾아나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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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탄이 빗발치는 포화가 아닌

사람들로 넘쳐나는 포화 속을

지나가기 위해 걷고 또 걷는다.

뒤처질 것 같으면 달리기도 한다.

죽기 전에 여유로운 서울의 얼굴을

보기는 힘든 것일까?




사람이 북적거리는 것은 좋다.

하지만 압사가 우려될 만큼

과도한 포화 상태가 지속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대중교통으로 치면

서울은 계절을 타지 않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항상 덥게만 느껴진다.




여기는 어디이고 나는 뭘하고 있나?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나?

사람이 많아 주변이 혼잡하면

강제 하차를 당하거나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나 포화를 벗어나는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직장을 계속 다니는 한

출퇴근길의 포화를 뚫어야 하는

일상은 계속될 것이다.

역사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계속 이어져 왔다.

과연 이 대한민국 땅에서

500년 넘게 이어진

'서울 블랙홀' 이란 현상은

언제쯤이면 끝이 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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