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그리고 키보드의 향연
연락처는 많은데 연락할 사람이 왜 안 보이지?
혈기왕성했던 20대를 지나
사회에 진출하고 취업을 한다.
일하다 보면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의 연락이 뜸해진다.
바쁘고 바쁘고 또 바쁘다.
아프고 아프고 또 아프다.
지겹고 지겹고 또 지겹다.
그러다 문득 연락처를 바라본다.
10개, 20개, 30개...
스크롤은 계속 내려간다.
오랜만에 통화하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옛날엔 많이 했던 연락이
왠지 모르게 익숙치가 않다.
연락을 안한지 꽤 지나서일까.
연락을 하는 게 낯설게 느껴진다.
어... 내가 친구가 없었나?
그건 아닌데...
근데 왜 망설일까?
혼자가 더 편한 걸까?
그렇게 연락처 화면에서 나간 후
다시 내 삶을 살아간다.
지금에 집중하는 걸로 만족하며
업무로 불태운 하루를 끝낸다.
담백하고 건조한 일상이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유가 뭘까?
예전에는 시끌벅적하고
사람들 만나는 게 좋았는데...
이것도 하나의 변화일까?
사람이 싫은 것도 아니고
낯을 가려서는 더더욱 아니다.
익숙함과 편안함이 만남의 수치를
0으로 수렴하도록 한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과
다 친하게 지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감정 교류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연락처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연락을 많이 하면
그 사람과 친한 것일까?
그 사람의 모든 걸 아는 걸까?
생각해보면 거리감이 잘 지켜지는
지인들과의 관계가 제일 오래갔다.
단순히 친하다고 해서 그 관계가
오래가는 것도 아니었다.
보기만 해도 기대가 되고
설레는 연락처들이 있다.
왜 그럴까?
그 사람과 연락을 하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주변에서 만나기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연락처는 많은데
연락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정리되는 연락처가 늘어난다.
연락이 되지 않거나
오랫동안 만나지 않은 지인의
연락처는 삭제했다.
나의 스마트 전화번호부는
클릭 몇 번으로 많은 것이
추가되고 삭제되었다.
21세기의 연락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순식간에
잊혀지고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