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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발자취-18] 성장한 어린이

펜 그리고 키보드의 향연

by Be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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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좋은 날만 계속됐으면 좋겠다.
엄마, 아빠 언제나 이렇게 살고 싶어.

모든 게 희망적이면서

밝은 미래를 꿈꿨던

어린 날의 추억.

나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며

살아가곤 했다.




처음 입학한 초등학교.

처음 만나는 친구들.

등교날이 왜 그렇게도

설렜던 것일까.

그래... 그때만 해도

공부의 압박은 없었다.

그저 건강하기만 하면 됐다.




꿈과 희망이 뭔지는 몰랐지만

마냥 즐겁기만 했다.

그래서인지 안 좋은 일이 닥치면

마냥 불안하기만 했다.

내 스스로 뭔가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때만큼 많이 놀았던 적도 없다.




요즘은 모래가 있는 놀이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옛날에는 놀이터에서

모래 만지면서 많이 놀았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더럽다고

치워버린 모양이다.

노는 것도 깨끗하게 놀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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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별 흥미도 없었는데

왜 그리도 재밌게

놀았던 것일까.




모르는 게 많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노는 게 제일 좋았던

어린 날의 초상화는

어느덧 그 빛이 바래졌다.




어려보이는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점점 성인이 되어갔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른은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느꼈으니까.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토록 무거운 짐을 짊으며

살아왔던 부모 세대의

현실을 알지 못했다.

부모 세대의 노력과 헌신이

만들어준 편안한 일상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취업을 했으니 돈을 벌어야 한다.

늘 일찍 출근하던 부모님의 입장을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편한 돈벌이란 없었다.

고생을 통해 결과를 얻어야만

다음 날을 기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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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애기들과 어린이들이 마냥 부러웠다.

하지만 저이들의 삶을 이미 경험한 이상

그에 따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신나게 놀았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나이가 들어서도 누리고 싶은 마음에

여행을 다니거나 놀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기란 쉽지 않다.




어린 날들은 참으로 소중하다.

순수함과 호기심에 있어

어린이들을 따라갈 순 없다.

늘 가능성을 열어놓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대화는

들으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뼈를 때리기도 한다.




어른이 되면 정해진 패턴에 맞춰

살아가는 게 익숙해진다.

그러다 보니 매너리즘에 쉽게 빠진다.

좋은 날이 계속되지 않는다.

힘든 날들이 더 많아지기도 한다.

차라리 피터팬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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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어린 날이 있었다.

소풍, 운동회, 수학여행을 경험했던

그 추억들은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있다.

하지만 그 장소들 가운데 일부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좋은 날만 이어지길 원했던

어린 날의 소망.




시간은 분명하게 알려주었다.

정지된 듯한 삶은 없다는 것을.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게

섭리라는 것을 말이다.

영원히 어린이로 살아갈 순 없다.

힘들면 내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한때는 온실 속 화초였지만

이제는 칼바람 속 소나무가 되어야 한다.




평생 어린이로 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평생 보살핌을 받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나 하나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게 익숙했지만

사회를 나가면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그저 노는 게 좋았고 친구들을 만나는 게

좋았던 어린 날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더 집중할 뿐이다.




많은 꿈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잘 살아있으면 그만이다.

생계가 꿈을 집어삼켰고 희망까지

짐어삼켰던 순간들이 있었다.

다시 살리기까지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렸지만 과거와 같은 감정과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더 이상 어린 날의 설렘과 흥분은 없다.

친구를 만나기 전에 느껴지는 기대감도 없다.

다만 내 앞가림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삶은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포기가 만연한 현 세상에서

단지 절망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다 내려놓고 살아간다면

어린 날의 추억도 더는 떠올리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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