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그리고 키보드의 향연
정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을 경험하니 정리가 싫어졌다.
정리가 잘되어 있는 공간을
바라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정리가 되어 있는 만큼
마음의 공간도 넓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정리가 잘 되어있는
공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고 생각이 자라나면서
주변에 대한 시야도 넓어진다.
내가 머물러 있는 공간만큼은
정리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한다.
정리에 대한 인식은 생겨났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눈앞의 일과 공부가 최우선인 이상
주변을 정리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리를 잘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누군가의 사례를 참고하여 정리 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며 살아왔을 뿐이다.
내가 머무는 공간만큼은 정리가 잘 된
공간이기를 원했기에 틈날 때마다
방정리를 했다.
공간을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도 정리가 된다.
생각이 정리되고 나면
다음 행동도 명확해진다.
작은 정리에서 시작한 행보가
다음, 그 다음 행동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든다.
정리를 잘하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을 보면
정리가 되지 않은 곳이 참 많다.
정리의 필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리가 불가능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정리를 하는 게 오히려 부담스럽고 거부감이
들 수 있기에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내버려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머릿속 공간도 마찬가지다.
항상 정리된 생각과 기억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정리하지 못한 것들이 있기에
불편하거나, 괴롭거나
때로는 슬픈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완벽하게 정리된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완벽하게 정리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정리를 잘하는 능력은 누구나 가질 수 없다.
훈련을 통해 정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정리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정리가 부담스럽지 않게 된다.
정리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껴야 한다.
예전에 정리에 대한 컨텐츠를 주제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여러 물건들로 인해 좁게 느껴지던 공간이
정리를 하고 나니 훨씬 넓은 공간으로 바뀌었다.
뭔가를 새로 추가하기 보다 기존의 공간을
잘 활용하여 공간의 효율을 높인 것이다.
내가 머물고 있는 공간이 곧 나를 대변한다.
집은 나의 정체성이 머무는 곳이다.
주변을 둘러봄으로써 나의 관심사를 알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물리적 공간은 곧바로 정신적 공간으로 이어진다.
생각의 복잡함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를
알고 싶다면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을
바라보면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
자유의 모습은 대체 어떤 것인가?
내가 원하는 자유로운 공간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마다 정리에 대한 인식이
다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때때로 너무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곳을
바라보면 너무 딱딱하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정리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지고 정리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정리를 해서 나쁠 건 없다고 본다.
정리 습관을 하나 둘 가지다 보면
어느 순간 정리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게 되지 않을까?
정리는 어렵다.
특히 나이를 먹을수록
더더욱 어렵다.
관리할 것도 많아지고
책임져야 할 것도 많아진다.
정리하고 싶은 마음보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선다.
현실은 정리하는 사람들이
이끌어나간다.
공간을 정리하고,
길바닥을 청소하고,
법칙을 만들고,
법과 질서를 만들고,
묵묵히 자기 위치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활동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정리는 꿈같은 것이다.
일상이 아무리 평온하게 보여도
그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정리하는 사람들 덕분에
꿈같은 일상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