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그리고 키보드의 향연
결과와 불행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누구나 그 끝이 잘 마무리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좋은 시작이 곧바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좋은 결과를 원하지만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타나면
스트레스와 답답함, 후회, 좌절 등
부정적인 감정들에 휩싸인다.
언제나 좋은 결과를 받아야만 하는 인생.
언제나 좋은 결과가 뒤따라야 성공한 인생.
언제부턴가 과정보다는 결과가 우선적인
일상을 보내는 게 익숙해졌고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시간들이 늘어가기만 했다.
Good, Good, Good!!! 그 Good을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과 몸부림은
밤낮없이 계속됐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 스스로를 비하했으며
세상이 다 무너진 것만 같았다.
결과가 나쁘면 길이 보이지 않았다.
한 번의 실패가 엄청나게 많은 것을 앗아간
느낌이 들었고 그렇기에 다음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냥 여기서 끝인가보다' 하는 생각에
방구석만 돌아다녔고 더 이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결과... 다른 말로 성과라고도 한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어김없이 예정된
좌절과 불안의 테크트리.
그 테크트리에 발맞춰서 만들어지는
두려움과 실패란 장벽.
결과가 우선인 만큼 그에 따른
감정적 에너지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성적을 잘 받아야 했기에...
매출을 한껏 높여야 했기에...
인정을 잘 받아야 했기에...
결과 또 결과만을 바라봤다.
그리고 무조건 그 결과는
성공적이고 좋은 결과여만 했다.
그래야 정상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라는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돈과 직결되며 좋은 이미지와 연결되는 성과.
그리고 그 성과와 동일시되는 좋은 결과.
잠시나마 그 결과를 만드는 과정을 바라봤다.
뭔가를 만들고, 고민하고, 설계하는 과정에서
느낀 그 만족감과 흥미 때문에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는데
그러한 것들에 별로 의미를 두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과로 인한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과정 지향의 인생이 아닌 결과 지향의 인생.
좋은 결과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몰아칠 수밖에 없는 펜과 키보드로 인해
육신과 정신은 시간이 갈수록 지치기만 할 뿐이었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법과 이론은 배웠는데
정작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워본 경험이 없다.
서바이벌, 토너먼트 식의 인생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좋은 결과를 내야만 하는
환경에 익숙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은 결과라고 하여
반드시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비록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하더라도
그 가운데 배울 수 있는 것들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쉬운 일을 하더라도,
쉬운 문제를 풀더라도
과정은 분명히 존재하며
그 과정이 있기 때문에 결과도 존재한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서
멘탈이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협업을 하다 보면 그런 경우들이 흔한데
대체 뭐가 문제인지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알 수 있었다.
모두가 결과만 바라보고 달려갔기에
과정은 사라졌고 최종 결과물의 상태에만
몰입했던 게 갈등의 원인이었다.
과정을 성숙하게 만들어나가는 방법과 철학을
누구한테 배운 적이 있었나?
솔직히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사실 어린 나이일수록, 젊을 때일수록
시행착오와 과정들을 많이 겪는 것이 좋은데
정작 결과만 생각하다 보니 갈등을 해결하거나
설득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없다.
뭐 그냥 자연스럽게 알고 익히게 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개고생을 하는 게 아닌가.
과정은 괜찮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과정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과정을 잘 가꾸는 사람들이 살아남는다.
과정의 주도권을 가진 사람들이
싱글 플레이를 잘할 뿐만 아니라
멀티 플레이에도 능할 수밖에 없다.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주입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다.
세 살 버릇, 일곱 살 때의 생각과 철학은
20살, 30살, 40살까지 쭈욱 이어진다.
실패를 예방할 수 있는 만능의 방법은 없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는 인생은 없기 마련인데
만약에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경우 결과 지향적인
사람일수록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
결과가 좋지 않으니 당연히 안 된다는 식으로
판단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부정과 비관의 지름길인 결과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결과를 향한 맹목적인 믿음은 인생을 밑바닥으로 몰고 갈 수 있다.
결과 지향적일수록 일탈에 쉽게 빠질 수 있으며
도전을 기피하고 안정적인 것만 지향하는 성격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실패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과정 지향적인 사람들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통해 배우고 또 배우려고 힘쓰는 사람들이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시도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끝나는 인생을 살 이유가 없다.
아무리 편안하고 화려하며 넓은 곳에 머물러도
마음이 불안하면 장소의 버프는 0으로 수렴할 뿐이다.
결과에 마음을 두면 둘수록 불행에 더 가까워진다.
내가 어떤 장소에 있더라도 마음이 편안하면
더 이상의 집착과 고민을 하지 않게 된다.
일을 배우는 과정, 공부를 하는 과정,
도전하는 과정,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
이러한 과정들의 중요성을 늘 인식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성숙한 과정에 몰입하면 좋은 결과는 알아서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