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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발자취-09] 정답의 늪

펜 그리고 키보드의 향연

by BeWrite


삶의 정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끝이 없었다.


서점에 가면 수많은 문제집들이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시선이 멈추는 곳.

셀 수조차 없는 문제집들 앞에서

문제들과 해설을 꼼꼼하게 비교한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문제집을 구입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문제풀이에 들어간다.

한 문제씩 풀릴 때마다 느껴지는 만족감.

문제가 풀리면서 나의 역량도 자연스럽게

수직 상승하는 듯 하다.




어릴 때부터 시작된 익숙한 문제풀이.

교과서와 문제집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답을 찾아가던 지난 날들은 과거가 되었다.

문제를 풀고 난 이후 해설집을 봤지만

예상했던 정답이 아니었기에 몇 번을 수정했다.

해설의 정답이 틀렸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내가 틀렸다는 생각만 할 뿐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해설지의 문제풀이 방식에 맞춰

문제를 풀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풀이방식에 대한 다양성보다는 일관성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마치 정답을 정해놓고 풀이하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해설지의 세계가 곧 정답의 세계로

인식되었고 그에 대한 의심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출제기관을 의심하지 않았고,

정답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았다.

과목에 상관없이 유형별 문제풀이를

익히기 위한 최적화 과정에

한창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이즈에도 맞지 않는 옷을

입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을 쳤다.

그래야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으며

좋은 길로 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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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에 대한 집착은 시험날짜가

다가올수록 심해지고 그로 인한

부담감과 압박감은 일상마저

민감하고 예리한 것으로 바꿔놓는다.

어느 순간 문제풀이 내용들을 보니

내 스스로 도출해낸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보며 '아 나는 멀었구나' 하는 생각에 빠진다.




문제를 잘 풀어서 정답을 찾았지만

정답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놓고

이게 대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답들을 찾아 원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현실은 정답을 찾는 것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정답의 종류가 딱 정해져 있지 않았기에

더더욱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정답 찾기 해결방식은

대학에 들어와서도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실상 그렇게까지 도움이 되진 않았다.

발표, 실험, 프로젝트와 과제로 구성된 대학교육은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하며 다양한 역량이 요구된다.

(뭐 시험만 잘봐서 학점을 잘 받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대학생활은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과 별반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정답을 찾기 위해 몇십년을 공부하고

대학과 사회를 경험하는 청년들.

그동안은 정답을 잘 찾았으나

정작 세상은 정답만을

잘 찾는 사람을 원하지 않았다.

정답의 늪에 빠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부 청년들.

대학생활에 대한 회의감에 빠지고

인생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을 한다.




사실 청년기는 고민이 많은 시기다.

정해진 정답에 맞춰 살아왔던 지난 날들과

작별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정답만 바라보고 살아가면 쉽게 좌절하게 된다.

정답의 늪에 빠져 정신적으로 좌초될 수 있다.

예전에는 정답을 맞춰나갔다면

이제부터는 정답을 만들어야 한다.

존재하는 정답이 아닌 존재하지 않는 정답을

찾아 인생을 개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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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현재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이게 정답이 아니면 뭐가 정답이냐고 말이다.

세상이 변화를 거부한다면 이게 정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정답을 찾는 스킬보다는 정답을 만들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주목받고 인정받는 현실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활로가 존재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정답의 늪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정답을

찾는 도전과 모험을 할 수 있다.

학력과 나이에 상관없이 말이다.




인생의 정답은 절대로 한 가지가 될 수 없다.

두 가지도, 세 가지도 될 수 없다.

각자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다르고

성장배경도 다른데 모두가 하나의 정답을

맞추기 위한 일괄적인 문제풀이만을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제는 정답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아닌

정답을 만들기 위한 인생을 살아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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