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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발자취-08] I의 현실 기록

펜 그리고 키보드의 향연

by Be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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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에 종속되는 문장에 취하지 않겠다

알람 소리에 깨어나는 아침을 맞이한다.

정처없이 시작되는 하루,

그래도 아침밥은 꼬박꼬박 챙겨먹는다.

한때 아침밥을 먹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습관이 돼서 그런지

당연하게 아침밥을 먹고 출근준비를 한다.




잠깐의 피곤함은 사라지고 바쁘게 움직인다.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만지며 하루의 기사를 탐독한다.

터치로 시작되는 하루가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하늘을 바라보지 않고 작은 화면에

모든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새소리가 만연한 가운데서도 터치는 계속되고

출퇴근길의 사람들은 모두 고개만 숙이고 있다.




어느 날 불현듯 나타난 ChatGPT.

ChatGPT의 등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AI, 아티피셜 인텔리전스는 일상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는 인간의 생각과 사고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AI로 글을 쓰고, 문제를 풀고, 창작까지 한다.

일주일, 한 달 이상 걸렸던 작업들을

하루나 이틀만에 끝낼 수 있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고 창작을 할 수 있는 세상.

누군가는 그런 세상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과제로 고심하고, 프로젝트로 골머리를 앓고,

성과를 올리기 위해 밤낮을 지샜던 사람들에게는

AI가 효율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AI는 노력의 깊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극심한 허탈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자신의 창작물을 아무 권한없이 만드는

AI의 거침없는 행보가 창작자들에겐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인생을 다 바쳐서 만든 자신의 창작물을

똑같이 인용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요즘은 자소서나 이력서도 AI가 다 작성해준다.

논문과 자료도 AI로 작성할 수 있는 세상이다.

통번역도 AI가 하는 세상인데, 이렇게 되면

자기 역량보다 AI를 잘 활용하는 능력을 토대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질지도 모른다.

AI 만능주의, 시간이 갈수록 더더욱 부각될 것이다.




AI는 SEO(검색 엔진 최적화)를 잘 안다.

어떠한 단어와 문장이 노출되어야 조회수가 높아지며

독자들이 많이 읽을지를 알고 있기에 SEO에 최적화된

글을 작성해주기까지 한다.

결국 자기 생각과 주관이 묻어 나온 글이 아닌

AI가 작성해준 글을 올린다.

흐름이 흐름인만큼 이제는 그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AI가 작성한 글을 복사하는 형태로 작성하는 이 흐름을

인정하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최근에 '과거에서 길을 찾아보자' 라는 주제로

브런치북을 만들었다.

8년 전, 10년 전의 글을 작성할 때만 해도

AI로 글을 작성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직설적이고 때묻지 않은 글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난 그 글들이 마음에 들었다.

단어와 문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도

꽤나 많았지만 다듬는 과정에서 내 생각과 감정을

되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AI는 나의 과거를 알지 못한다.

나의 과거를 AI가 작성해줄 수는 없다.

내가 AI에게 나의 인생을 알려주지 않는 이상

AI는 나에 대해 알지 못한다.

편안함과 최적화가 늘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개인의 진정성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인반AI 유형의

사람들의 숫자만 늘어날 수 있다.




AI를 아예 활용하지 않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하다.

AI는 앞으로 더더욱 대세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럭셔리한 생계를 더 럭셔리하고 멋지게 만들어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과 사고의 주체가 내가 아닌

AI가 된다면 그저 편안함과 럭셔리함, 최적화의

결과물만을 소비하는 일상만 살아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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