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그리고 키보드의 향연
나만의 속도를 찾아야 멀리 바라볼 수 있다
작년 봄에 목포로 여행을 다녀왔다.
오랜만의 솔로 여행이라서 그런지
마음이 들떠 있었다.
이른 아침에 출발하여
피곤함이 남아 있었지만
그마저도 행복으로 느껴졌다.
여행, 그것은 실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나 혼자서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렇게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외근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몰라도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돌아다니면서 만났던 수많은 고객들.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매순간 배우면서 일에 적응했지만
방황과 압박감에 젖어들었던 고독의 시간들.
그 시간들을 지나 마침내 여행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잠시라도 생겼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모른다.
처음 방문했던 목포는 과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근처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바다를 보러 갔다.
목포역은 바다 근처에 있지 않기 때문에
바다를 보기 위해서는 이동을 해야 했다.
얼마만에 보는 바다란 말인가.
날씨가 많이 덥지 않아 도보로 이동했다.
바다에 도착하니 특유의 내음새와 함께
많은 배들이 정착해 있었다.
주변 분위기는 한가하기 그지 없었다.
평일날 방문했으니 사람이 많지 않았고
혼자만의 분위기를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근처 숙소에 짐을 풀고 잠깐 휴식을 취한 후에
목포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목포 주변을 돌아보니 참 평화로웠다.
전화와 모니터만을 바라보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마주하며 바닷바람을 맞는 하루를
얼마만에 느껴보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나 혼자만 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살아가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려왔던 지난 날들.
앞만 보고 달려왔던 고생의 결과를 조금이라도
보상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나 혼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음에 다시 한 번 감사했다.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눈을 감고 봄바람을
느끼는 그 순간을 느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소리없이 느껴지는 봄의 따뜻함을.
바다를 제대로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바다 위를 지나는 해상케이블카를 탔다.
남해바다는 동해바다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남해바다만의 잔잔함이
오히려 마음의 평안함을
가져다 주는 느낌이었다.
바다 위에서 고즈넉하게 바라보는
주변 풍경이 참으로 아늑하게 보였다.
완전히 푸른 하늘을 보지 못해
다소 아쉬웠지만 해 뜨는 날씨만으로도
만족감은 충분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 보니 시간이 멈춰 있었다.
바쁘게 살던 시간이 지나
편하게 숨쉴 수 있는 시간에 머물렀다.
도시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느긋함을 경험하며 행복한 고독에 빠졌다.
일상의 나른함과 바다의 내음새를 맡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작은 나그네.
그렇게 여행은 삶을 살아가는 속도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누군가의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예정보다 더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도를 줄이지 못하면
언젠가는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
되돌아보지 못하고 앞만 바라보며 살아갔던 날들.
비관적인 마음과 생각에 갇혀 한없이
잠을 청했던 날들.
피하고만 싶은 현실과 두려움에 젖어
전진하는 것을 포기했던 나날들.
반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내 모습들 사이로
여러 갈래의 길들이 보였지만 도와주는 이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선택의 기로는 참으로 고독한 것이다.
그 선택에 따라 속도가 정해지지만
진정으로 그 선택이 내가 원하는 선택이었을까?
나만의 속도, 난 여행에서 그것을 찾고 싶었다.
혼자였기에 더더욱 나만의 속도로 걸을 수 있었고
하루를 완연하게 보낼 수 있었다.
뚜렷하지 않은 문제들에 사로잡혀
헉헉대는 속도감으로 발버둥치듯이
보냈던 일상에서 벗어나 단순하고 느긋한 일상을
내가 원하는 나만의 속도로 보낼 수 있었다.
나만의 속도, 그것은 누가 알려주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나만의 속도,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나만의 속도, 오로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때 주어질 수 있다.
난 여행을 통해 나만의 속도를 찾고자 했다.
잃어버린 나만의 속도를 찾아 삶의 본질과 목적을 되돌아봤고
삶의 흥미와 편안함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1년 전 목포 여행을 통해 오늘 이 자리에서 나만의 속도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싶었다.
점점 빨라지는 속도에 뒤처질까봐 걱정했던 마음이
목포 바다와 그 주변의 자연을 떠올리며 언제든지 나만의 속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울림을 잠시나마 느끼고 싶은 오늘 하루.
난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고, 걸어가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