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힐링, 또 힐링

내면이란 지도를 펼치다

by Be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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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고 느끼면 힐링부터 떠올랐다

학창시절에는 힘들어도 쉴 수가 없었다. 한 번 쉬고 나면 어느 순간 뒤처져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앞서가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달리고 나니 비로소 여유가 생겨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쉬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휴식이 달콤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휴식을 잘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경쟁 트랙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를 가지게 되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휴식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기분은 좋았고 휴식의 맛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힐링에 관심없던 내가 힐링이 뭔지에 대해 눈을 뜬 순간이었다.




입시가 끝나고 대학을 들어갔다. 졸업을 한 이후부터 본격적인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대학생활 중간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취업을 하고 나니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일만 했다. 퇴근 이후에도 일을 했는데 이러다 보니 좀처럼 여유를 가질 수가 없었다. 힘들었다. 그래서 쉬고 싶었다. 힐링이 그리웠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뭔가가 필요했다. 잠깐의 일탈을 하기로 마음먹고 홀로 여행을 갔다. 여행의 시작은 피곤하고 힘들지만 막상 움직이다 보면 그 피곤함이 금세 사라진다. 잊을 수 없는 힐링의 기억을 안고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또 다시 출근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지만 곧바로 다음 날 이른 새벽에 기상하여 출근을 한다.




일상은 반복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힐링도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어느 순간부터 힘들면 무조건 쉬는 게 맞다는 생각부터 했다. '그래... 힘들면 당연히 쉬어야지. 쉬는 게 뭐 나쁜 건 아니잖아?' 하는 생각으로 일을 했다. 그렇다고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거나 정해진 기한에 완수를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힘들면 당연히 쉬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지 못했다.

힘들다고 느끼면 뭔가를 찾고 싶었다. 누군가에에 연락을 하기도 했고 주말에 나들이를 잠깐 다녀오기도 했다. 매일매일이 쉽지 않은 하루였다. 일의 마무리 여부를 쉽게 장담할 수 없는 날들이 지속되면서 과연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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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하루, 변수 없는 하루만을 원했기에 흔들렸다

원래 일이란 게 늘 잘 되는 날만 있는 게 아니다. 잘 풀리는 날도 있으면 잘 풀리지 않는 날도 있다. 당연히 잘 되어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다 보니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스스로 희망고문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안 풀리는 날들이 더 많아질 때 쉽게 무너진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은 좋지만 아무런 대비도,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힐링이 그리워질 수밖에 없다. 광활한 바다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유유히 산책하고 싶은 마음,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조용히 산책하고 싶은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곳이 그리워짐과 동시에 내가 지금 있는 공간에서 벗어나 또 다시 여행과 휴식을 생각한다. 이게 반복이 되다 보면 일에 적응하는 게 상당히 힘들어진다. 일을 하다 보면 압박감과 책임감을 짊어지고 갈 수 있는 정신적 근육과 피지컬이 필요한 때가 있다. 그런데 자꾸만 어렵고, 복잡하고, 책임과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액션을 취하다 보면 결국 떠오르는 건 힐링이다.




'아... 지금 많이 힘든데 좀 쉴까?', '나는 아무래도 이 일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다른 일을 알아볼까?' 이런 생각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고 이후에도 이 패턴에서 쉽게 벗어나지를 못한다. 힘들고, 어렵고, 복잡한 일을 피하다 보면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안정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 그런 유형의 일들을 만나게 된다. 피하고 싶었던 일들과 마주할수록 더더욱 힐링하고 싶은 마음만 생긴다. 현실은 참 야속하게도 내가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일들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결국 난처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책으로 힐링을 택하는 순환만 반복되는 것이다. 더 매달리고, 더 집중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일이 잘 풀릴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뭐든지 불투명하다 싶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쉽지 않다는 식으로 방어적인 액션만 취하게 된다.




적당한 힐링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때론 힐링이 독이 될 수도 있다. 낯설고 힘든 상황,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싱황, 책임감이 중요한 상황을 회피하는 게 익숙해질수록 더 이상의 힐링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1주를 쉬어도, 한 달을 쉬어도, 몇 달을 쉬어도 나아지지 않는다.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을 직면하고 해결이 쉽지 않더라도 계속 나아가야 한다. 그게 인생이다. 힘든 과정이 있기에 성장할 수 있고 그 힘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에 맞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뭐든지 쉽게 쉽게 풀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상황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조용히 상황을 지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이슈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업무로 인한 언쟁이 있을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인해 기존에 느껴보지 못한 고통을 경험할 수도 있다.



잠깐의 힐링은 환상, 진정한 힐링은 마음을 바로 세우는 것

내가 어떤 장소에 머물러 있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이 마음이 편한 곳인지 불편한 곳인지를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 공간이 주는 영향력은 일시적이다. 처음에는 넓어 보이고, 좋아보이는 공간도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그저 그런 평범한 곳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마음은 다르다. 마음, 즉 내면의 공간은 정적인 곳이 아니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남들이 보기에 좋은 집에 산다고 해서, 좋은 회사에 다닌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까지 좋은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좋은 조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압박이 더 심할 수도 있다. 평온하게만 마음을 다스리면 뭐든지 다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마감 시한이 정해진 일을 하면서 압박감과 부담감을 견뎌낼 수 있는 정신적 근육과 피지컬도 필요하다.




진정한 힐링을 하기 위해 먼 곳을 갈 필요는 없다. 힐링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가까운 곳에 있다.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을 방문한다고 해서 마음이 평안해지거나 기분이 좋아질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장담할 순 없다. 힘든 상황에 직면했을 때의 나의 행동과 마음가짐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만약에 힘든 상황을 피하지 않고 계속해서 뭔가를 시도해보면서 비난도 받고 어떻게든 성과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지속한다면 기존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행동과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는 있다. 사회생활을 처음 경험할 때만 해도 피하고 싶은 상황들이 너무나 많았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벗어났고 운 좋게 잘 해결이 돼서 무사히 퇴근할 수 있던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내가 몸소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들이 계속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나는 더 이상 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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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마다 휴식을 취하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다. 어떻게든 피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더 늦기 전에 내게 주어진 역할과 의무를 피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힐링을 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날들을 보냈던 것이다. 내 마음이 편안해야만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일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로 인해 지칠 때마다 힐링이 필요한 순간이 왔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일을 열정적으로 하지 않게 되었다. 100% 일이 전부인 날들도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일상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처음 겪는 상황들이 익숙하지 않아 늘 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만 했던 순간들. 그 순간들은 내 인생에 대한 시험이었고 나는 그 시험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험 대신 힐링을 택했다.




하지만 그러한 힐링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또 다시 시작되는 번아웃과 망설임 그리고 새로운 상황에 대한 거부감은 한동안 이어졌다. 내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러한 패턴에서 벗어나고자 다양한 시도를 했다. 글도 써보고, 습관도 만들어 보고, 여행도 다녀보고,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을 접하고자 힘썼다. 다행히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 낯설고 힘든 상황에 대한 거부감과 부담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스스로 변화를 경험하면서 알았다. 마음을 바로 세울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고 지켜나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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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힐링은 인생에 여유를 준다. 그 여유를 원동력으로 일을 하지만 힐링의 버프는 오래가지 못한다. 오히려 힐링하고 싶은 마음만 더 커질 뿐이다. 쉬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힐링의 맛을 알게 된 이상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은 그 분위기와 공간을 잊지 못한 나머지 힐링의 속삭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건강한 힐링이 있다. 그리고 건강한 힐링인 것처럼 위장을 한 힐링이 있다. 힐링의 늪에 빠진다면 편안한 순간보다 힘든 순간들이 더 많을 것이다. 너무 힘들어서 힐링을 하는 건 상관이 없다. 힐링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힐링을 할 수 있는 자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니까. 하지만 힐링이 만능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힐링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아니다. 힐링은 말 그대로 쉼이다. 즉, 휴식 그 자체일 뿐이다. 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복잡하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그렇기에 현대인들은 힐링을 원한다. 워낙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다 보니 주변의 보살핌이나 평온한 환경이 그리울 수밖에 없다. 힐링도 하나의 컨텐츠인지라 이제는 힐링에 대한 다양한 자료와 정보를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한다. 힐링이 문제해결의 만능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입시, 취업준비, 승진, 성과 등의 키워드는 누구에게나 현실적이고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이러한 키워드들로 인해 비어있는 공간을 찾을 수 없는 인생. 보상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쉬기로 했고 자연스럽게 힐링으로 이어졌다. 힐링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기분을 직장에서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고 그래서 더더욱 힐링을 찾았지만 결과적으로 힐링의 늪에 빠졌다. 힐링, 힐링, 또 힐링. 아직까지도 힐링 중인가? 아니면 힐링이 필요한 순간인가? 힐링을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러한 힐링도 지나치면 독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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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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