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는 찐하게!
기계에 젬병인 나를 한동안 유튜브 시청자로 인도했던 분, 바로 박막례 여사님이다. 그녀의 확고한 패션 철학에 매료되고 말았다. 71세에 국내 최고령 뷰티 크리에이터가 되신 박 여사님.
"채대한 하려하게잉... 푹푹 찍어 바르란 말여, 옘병. 구루무 분 환데션을 똥구녁(똥 퍼프)으루 둬 시간 뚜드려 바르라"는 여사님의 조언은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나의 패피 욕구를 자극했다.
아름답다는 한자 ‘미(美)’는 양(羊)과 큰(大)이 합쳐진 말로 양이 크고 살쪄 보기 좋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생활 속에서 쓰임새가 있고 이로운 것을 아름답다고 본 것이다. 큰 눈과 오뚝한 코 깨끗한 피부 등의 모양새가 아니라 삶을 가꾸는 바람직한 쓰임새가 보기에 좋아 시작된 말 아름다움. 박막례 여사님이 아름다운 이유다.
홀로 자식들을 키우며 궂은일 할 때 찍어 바르던 싸구려 화장품, 식당일 하느라 지쳤을 때도 날렵하게 그리던 눈썹, 자식들 배곯게 안 하려고 바삐 살면서도 화려한 꽃무늬를 포기하지 않던 여사님의 패션 이야기는 애잔하고 유머러스했다. 인생을 귀하고 정직하게 살아낸 그녀가 자신에게 건넨 들꽃 한 다발 같은 것이었을까.
적어도 내겐 기업을 일군 샤넬이나 디오르의 얘기보다 훨씬 울림이 있었다. 명품 브랜드들은 그저 먼 사물처럼 느껴지지만 여사님의 패션 스토리는 어머니로 여인으로 뜨겁게 살아냈던 세월을 품고 있었다. 무엇보다, 내게 꿈을 주셨다.
지금이야 생긴 거로나 뭐로나 런웨이 서는 건 물 건너갔으나 언젠가 여사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도 한번 뷰티 크리에이터나 실버모델, 실버 패피 되지 말란 법 있겠는가.
내겐 아직 시간이 많다. 여사님 조언대로 꼬지지하게 다니지 말고 막 발라부리고 삼각형 모냥으로 눈썹도 발르고 볼딱지는 빨갛게, 계모임 나갈 땐 넘의 눈에 딱 띠게꼬롬 찐하게 해야겠다.
포인트는 찐하게!
패피로 거듭날 나의 찐한 70대,
80대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