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직 뭐든 될 수 있다!
나에겐 아들이 하나 있는데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세상 게으른 데다 오늘만 잘 살자는 하루살이 같은 철학으로 점철된 나는 엄마가 되면서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마음을 굳게 먹고 원대한 양육 계획을 세웠더랬다. 통섭, 융합형 인간으로 키워보자.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주변 엄마들의 꼼꼼한 계획성에 놀라 자빠지곤 했다. 국, 영, 수, 예체능, 논술 기본에 논문, 면접, 자소서 과외는 옵션. 요즘 아이 키우기란 부모의 정보력과 플랜 짜기 능력에 경제적 실행력까지 다각적으로 더해져야 하는 그야말로 실크로드 같은 대장정이었다.
그런 현실 속에서 헐떡이며 아들을 키워냈고 녀석은 운 좋게도 대학에 들어가 여러 놀이를 통섭, 융합하며 충실히 놀고 있다.
그럼 배움 짧고 가난했던 엄마는 오 남매를 어찌 잘 키워냈지? 미스터리!
등록금은 이리 꾸고 저리 꾸고 돌려 막아가며 겨우 학교를 다녔고 반찬이라곤 고작해야 고등어 두 마리에 신 김치 한 대접 정도. 학원이라는 단어는 아예 우리에게 존재하지도 않았다. 엄마가 한 게 뭐였더라 생각해봤다.
그저 내 새끼 예쁘다며 어루만지고, 제 때 먹이고, 재주 있는 놈은 그 재주 썩히지 않게 궁둥이 두드려주고, 넉넉히 못 먹이고 못 입힌 것에 대해 돌아가실 때까지 죄스러워하던 초등학교 간신히 졸업하신 울 엄마. 엄마가 한 건 기다리며 멀리 내다본 큰 그림, 빅 피처 그리기였다.
이제 곧 쉰을 맞이할 마흔여덟 칭구야와 나. 엄마 마음으로 큰 그림을 그리며 칭구야를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든다. 엔지니어는 꽝손이라 다 틀렸고 빵을 좋아하니까 제빵사로 키워볼까. 목수, 정원사, 바리스타, 농부...
우린 아직 꿈꿀 수 있다.
우린 아직 뭐든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