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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작가 Sep 04. 2018

이모티콘 삥 뜯기

참기름 한 방울처럼 고소한 



스마트폰 입문 5년 차.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스마트폰을 물려받아 쓰기 시작했다. 상실감 때문이었을까, 휙휙 지나가는 화면을 보면 속이 울렁거리곤 했다. 그러나 어쩌랴. 나는 아들을 둔 학부모이고 오 남매 바글바글 패밀리인 것을. 좋으나 싫으나 학부모 단체 톡방에 참여도 하고 엄마를 잃은 형제들끼리 날마다 톡에 모여 시린 마음을 비비곤 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주변인들에게 쑥스러운 감사나 불편한 기색, 미안한 마음, 사소한 애교 등을 문장 대신 이모티콘으로 날릴 줄 알게 되었다. 설명하기 어색하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오글오글한 심리 상태를 깜찍한 캐릭터들에게 맡겨두니 퍽 편안했다. 이모티콘에 꼽사리 붙는 느낌이랄까.


그동안 '고마워요, 사랑해요, 미안해요' 등의 감정 나누기에 얼마나 서툴렀던가. 문장과 문장 사이에 슬쩍 끼워 넣으면 이내 상대방은 경계를 풀고 오해를 버리고 부드러워졌다. 특히나 부부싸움 후에 자주 애용하는데 철딱서니 없는 나를 닮은 캐릭터를 보내면서 '칭구야 미안했어, 화해하지 않으련?'이라는 속내를 묻혀 보낸다.     


이모티콘은 나를 제법 젊게 느끼게 하고 내 꿈인 귀여운 인간에 가깝다고 착각하게 하며 사람살이 관계를 참기름 한 방울 넣은 듯 고소하게 한다.


우리 부부는, 

어디서 이모티콘을
수혈받을 것인가


오늘도 숙덕숙덕 빈티 나고 몹쓸 공모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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