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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작가 Sep 25. 2018

자뻑은 나의 힘

부디 밉상이 아니기를...




자뻑은 아직 국립국어원에도 없는 신조어다. 신조어는 그 시대를 보여주는 법. 지금은 심심찮게 매체에서도 가져다 쓰는 언중에게 사랑받는 말이다. 자존심, 잘난 척, 허세, 자존감, 젠체하는, 자아도취... 이런 말들이 뒤섞여 탄생한 듯한. 개인을 여봐란 듯 드러내도 너그럽게 받아주는 유머러스한 시대가 된 걸까.     


낼모레 오십 줄이지만 늘 트렌디한 인간이고 싶은지라 열심히 자뻑을 즐기며 산다. 그 말 덕분에 어줍은 교양 떨며 입 안에서만 오물거리던 "나 잘났다, 나 쫌 괜찮지?" 따위의 망발을 이제 대놓고 쏟아낸다. 때론 대화를 싱그럽고 야들야들하게 만드는 조미료 같은 자뻑.     


떠난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에게 허구한 날 먹을거리를 꿍쳐서 한가득 보내는 큰언니에게 너무 미안해서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때 이렇게 큰소리를 치곤 한다.

"이런 거 꼬박꼬박 군말 않고 받아주는 착한 동생 있어서 언니는 참 좋겠다, 그치?"


가늠하기 어려운 언니의 깊은 사랑을 냉큼 받기만 하는 염치없는 내 마음을 이렇게 슬그머니 눙친다. 아마도 나는 언제까지나 큰언니의 얌체 깍쟁이 철따구니 없는 자뻑 동생일 것이다.


가만 보니 나한테 반했네 반했어.

나를 퍽 보고 싶었던 모양이오. 귀하는 내게 중독되었구려.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란 여자를 만났단 말이야?


듣는 사람 몹시 낯 뜨겁고 어이없게 하는 주책 멘트들.     


이런 자뻑을 일삼는 나는 사실, 소심하고 여리며 안팎으로 가진 거 없고 잘나지 않은 중간치 인간이다. 그런 나는 자뻑이란 유쾌한 단어 뒤에서 부끄러움과 미안함 모자람 따위를 상대방에게 전한다. 감사하게도 그들은 대체로 내 맘을 칼같이 눈치채고 그다지 아니꼽살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듯하다.      


나의 요 따위 자뻑이 부디 밉상이 아니기를 소심하게 바라며 한 마디 더 던져보련다.


자뻑은 제가 쫌 남달리 유독
잘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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