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짭조름한 꿈
스무 살짜리 아들에게 첫 여자 친구가 생겼다. 둘은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며 서로에게 부지런히 선물을 챙기곤 했다. 향수를 주고받고 인형을 주고받고 콘서트 티켓을, 스트라이프 커플티를, 에코 백을, 수제 초콜릿을... 마치 빈틈을 채우듯 쉼 없이.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우리의 연애시절을 떠올렸다. 과외를 하며 어렵게 학비를 벌고 다니던 칭구야는 늘 몇 천 원짜리 문어발이나 쥐포를 꼭 품고 왔다. 고릿한 냄새는 그의 가슴팍에 애처롭게 배어있고. 오물오물 뜯으며 벤치에서 따끈하게 햇살을 받던 어린 그 시절.
먼저 돈을 벌고 있던 나는 입안 가득 먹먹하게 그의 짠내 나는 가난을 삼키고 있었던 걸까. 변변찮은 우리의 데이트에 풍경이 되었던 건어물들. 어느 날 무작정 그냥 이유 없이 가느다란 18k 금반지를 사서 그에게 훅 내밀고 말았다.
문어발에 대한 반지 화답.
그 후 우리는 결혼했다. 이럴 수가...
"그땐 내가 미쳤지. 쥐포에 눈이 뒤집히고 오징어에 환장하지 않고서야. 날 고것들로 꼬시다니."
나는 입을 쭉 빼고 툴툴대면서도 이런 기대를 한다. 그때보다 썩 나아지지 않은 살림살이. 그래도 뭐, 더 비싼 한치도 한우 육포도 삼천포 국산 쥐포도 있잖아?
앞으로 하나씩 업그레이드하며 먹어치울 우리 부부의 짭조름한 꿈.
성한 이로 고급 진 그것들을 모조리 잘근잘근 씹을 수 있는 날까지
너랑 나랑 잘 살자!
그런 쫄깃한 기대를 하니 침이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