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긴긴밤을 함께했다
밤에 우리는 늦도록 시답잖은 얘기 지껄이는 걸 좋아한다.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있을까, 요번 주엔 뭐 해 먹을까, 막장 드라마의 공식에 대해, 로또가 당첨되면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 등등 하도 시시해서 쓸데없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장르 불문 후진 수다 한 보따리.
그런 수다 중에 빈번한 건 역시 남편 회사 생활 얘기다. 어느새 23년 차 직딩. 칭구야는 말한다. 직딩 첫 해보다 불안감 23배 상승이라고. 일 년 중 2/3 이상을 몸 담그고 있는 회사지만 좀체 마음의 뿌리가 내려지지 않는다고. 둥둥 뜬 관계, 벗어버리고픈 무거운 외투 같은 직장 생활.
나는 남편을 힘겹게 하는 직장 상사를 남편보다 더 열심히 칼칼하게 욕해준다.
“누가 일케 성실한 우리 냄편을 괴롭혀? 빵꾸똥꾸 같은 게.”
“그 냥반 인재 보는 눈이 똥이셔. 그런 일이나 막 시키고. 우 씨”...
컴컴한 허공에 대고 침을 튀기고 있노라면 어느새 칭구야는 곤히 잠든다. 고단한 코골이가 밤을 흔들고. 내일 다시 일어나 저벅저벅 일터로 나갈 칭구야의 등에 가만히 손을 댄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고 했던가. 잠든 남편의 등은 나에게 많은 말을 걸어온다.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부부의 밤 수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내일 뜀박질하기 전 꿀꺽 마시는 달차근한 물 한 모금 같은 것일까.
여보, 내일은 더 찐하게 욕해줄게.
이번 17회를 끝으로 인생 내공 만화 에세이 연재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계절이 바뀌었네요. 수더분한 집밥 한 끼 차려드리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방구석 쫄보 작가 둘(만화, 글)이 바들바들 떨며 처음 내놓은 만화 에세이가 시간이 흐르며 작은 숲을 이룬 듯합니다. 독자님들께서 함께 가꾸어주신 덕분에요.
댓글이 더 깊고 진지해서 우리 작가들을 울리신 sarah님, 발랄하고 쫄깃한 문장으로 행복을 전해주신 보현님, 자신의 삶의 장면들을 내용과 엮어 재미나게 풀어주신 혜은님, 잠들기 전 고단함을 재우듯 자장가처럼 읽어주신 스베맘님, 호빵처럼 어묵 국물처럼 따끈한 감상 남겨주신 황수정님, 저의 동화책까지 애정으로 짚어주신 모모님, jota라는 한마디 댓글로 투박을 하루 종일 웃겨주신 pak youngju님, 보림님, 부기비님, 짱이님... 외에도 너무 많은 독자님들께 사랑받았습니다. 오래도록 저희들 마음에 남을 듯합니다.
혼자 자라고 커가는 작가는 없습니다. 저희 투박을 키워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 전해드립니다. 그간 연재된 내용에 새로운 내용이 더해져 내년부터 월간 샘터에 연재됩니다. 혹여 오다가다 지면에서 만나시면 반가운 눈인사 한번 부탁드려도 되겠지요?
새로운 작품 더 고민하겠습니다. 어떤 얼굴로 뵙게 될지 저희 투박도 기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