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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작가 Oct 30. 2018

사연 없는 신발이 있을까

가지런히 빛나던 나의 구두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신발이 있을까. 


그래서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지도 모른다.     


엄마는 없는 집 남자한테 시집와 자식 다섯을 주르르 낳고 쌀통 바닥 긁는 소리가 날 때마다 잘 사는 이모에게 돈을 꾸며 근근이 옹졸한 살림을 살았다. 그 와중에 태산같이 큰마음을 먹고 자주색 구두를 한 켤레 맞춰 신발장 위에 올려놓고 그저 보기만 했단다. 하지만 엄마의 맞춤 자주색 구두는 돈 꿔주러 온 이모 차지가 되었다.      


군대에서 축구를 하다가 선임이 찬 공에 맞아 코뼈가 휜 이후 코를 심하게 골던 칭구야. 보상은커녕 불평 한마디 못하던 시절, 코뼈가 휜 채로 고된 행군을 한 날이면 코골이가 더 심해졌다. 공을 찬 그 선임은 곤죽이 되어 잠든 칭구야에게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밤마다 군화를 던졌다고 한다.     


나는 시아버님을 몇 번 뵙지 못했다. 상견례 날 결혼식 날 그리고 신혼여행 다녀온 날 딱 세 번 뵙고 아버님은 황망히 돌아가셨다. 언제나 내게 시아버님은 하나의 이미지였다. 어둑한 새벽 현관에 웅크리고 앉아 야윈 어깨가 들썩이도록 며늘아기의 구두를 박박 문지르시던 아버님의 뒷모습, 그래서 가지런히 빛나던 나의 구두.     


길 위에 버려진 수많은 신발 한 짝들...

한때 누군가의 발을 품어 온기를 주고 함께 뛰고 걸으며 땀을 식혔겠지. 그와 함께 살아갔겠지.


어느 시인의 시처럼 나는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뜨겁게 품고 데운 적 있는지 마음의 갈피를 뒤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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