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웃픈 위로를...
어느 날 칭구야가 자기 정수리를 셀카로 찍고 낯빛이 암흑천지가 되었다. 그간 알고 있었지만 외면해왔던 머리 꼭대기 탈모가 생각보다 심각했던 모양이다.
우리 곧 쉰이야. 탈모 인구가 천만명이래. 다섯 명 당 한 명꼴이야. 괘념치 마. 싹 밀자. 예쁜 것들은 다 지는 거야. 수십 년 동안 열일한 머리칼을 해방시켜... 별의별 소리를 다 했지만 칭구야의 상심은 견고했다.
돌아오지 않을 청춘의 한 자락과 이별하듯 어깨를 늘어뜨리고 뒤끝 길게 아파했다.
나는 10여 년 전에 읽었던 얘기를 나지막이 들려줬다.
영국에 사는 조안 할머니는 브라이언 할아버지 머리칼을 손질하며 자른 뒤 정원에 버리곤 했는데 어느 날, 유럽울새와 방울 새 두 마리가 잽싸게 물어가는 것을 보았대. 머리카락을 물고 가는 새를 따라가다 정원에서 새둥지 안감으로 쓰인 할아버지의 머리카락을 발견한 거야. 그 위에 새알 몇 개가 놓여있었다지...
이 짤막한 얘기를 내 기억 서랍 속에 넣어 둔 건 아마도 언젠가 노년의 나와 남편에게 들려주고 싶어서였을까.
칭구야의 성글고 듬성한 머리칼을 어루만지며
어딘가에서 새둥지로 쓰일
머리칼을 쿨하게 보내주자.
그 위에 알이라도 있다면
생명도 데우는 거야.
라고 동화 같은
그저 웃픈 위로를 건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