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습관들
해는 때 되면 뜨고 지는 거고, 나는 그냥 졸리면 자고 눈 떠지면 일어났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새로운 날'이라고 한들 오늘이 새롭든 낡았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희망적인 대사도 기대하는 내일이 없는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다. 대충 흐르는 대로, 남들 살던 대로 살던 나는 문득 나 자신을 잃어버렸음을 깨달았다. '나'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조금씩 알게 되자 내 시간이 아까워졌다.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졌다.
오늘이 새로운 날이라면 매일 밑바닥부터 쌓아 올려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게임의 세이브 지점으로 계속해서 돌아오는 게 아니라 항상 새로운 게임 스테이지가 펼쳐지는 일이다. 어제의 필드와 오늘의 필드는 다르고, 공략법도 다르다. 어제 기분이 좋았다고 오늘도 똑같이 기분이 좋을 수는 없다. 그러니 매일 '나'를 살펴야 한다.
매일의 하루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는 온전히 나에게 달려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태도에 달려있다. 하지만 매일매일 새롭게 완벽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애쓰다가는 금세 탈진해 버릴 것이다. 그래서 만드는 것이 루틴이다. 루틴은 습관의 사이클이다. 루틴이 없는 사람은 없다. 의식하지는 못해도 모두 자기만의 루틴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고, 아침을 먹고, 나갈 준비를 하고, 출근하며 음악을 듣는 이 모든 것들이 루틴이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나를 위한 좋은 루틴'이다. 남이 어떻게 하는지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 결국 자신에게 맞는 습관과 리듬은 따로 있다. 계속 반복하고, 변화를 시도해 봐야 한다.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기. 끼니를 챙기고, 집안일하고, 매일 샤워하기. 책을 한 장이라도 읽고, 10분이라도 명상하기. 나를 받쳐줄 수 있는 일들을 하루의 이곳저곳에 껴놓는다. 그리고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지켜지도록 만든다.
이런 일들이 모여 내 하루의 하한선이 된다. '아무리 못해도 여기까지'라는 기준이다. 이런 사소하고 일상적인 하루의 일과는 내 인생이 그래도 굴러가고 있다고 느끼게 해 준다.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을 일군다는 느낌이 든다. 무언가를 쌓아 올리기 위해서 단단한 지반이 필요하듯, 스스로 정한 루틴은 삶의 지반을 다져준다.
만약 그 무엇도 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때가 오면, 그냥 쉰다.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잠시 그렇게 누워있다 다시 일어나서 밥을 챙기고, 씻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내가 차근차근 쌓아온 일상이기에 쉽게 그 페이스를 잃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내팽개친 인생을 누가 나에게 주워다 주지는 않는다. 내가 꾸역꾸역 기어가서 주워오는 수밖에 없다.
아침에 잘 일어나기 위한 준비는 저녁부터 시작된다. 잠들기 1시간~2시간 전에 샤워를 하고 잘 준비를 마친 다음 조도를 낮추고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쓴다. 내가 늦게까지 깨어 있는다고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차라리 새벽 일찍 일어나는 것이 낫다. 저녁 시간의 재미를 포기해야겠지만 좋은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10시쯤 자고 있다.
아침에 20분 정도 명상을 하면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나는 오늘 어떤 기분인지,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를 살펴보고 오늘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보낼지 생각한다. 가끔은 정말 좋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아침에 조금 명상한다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을 수는 없다. 명상 한지 5분 만에 기분을 잡치게 되는 경우도 정말 많다. 그럼에도 매일 평온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에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내 일기는 투두 리스트에 가깝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이고, 뭘 했는지 점검해 볼 수 있기에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내가 어디에 시간을 쏟고 있는지 알아야 내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다. 요즘은 생각이나 감정도 틈틈이 메모를 해야겠다고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