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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기록부 '연구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가자인 대학 교수의 관점에서는

by 공존


"자. 봐, 이건 연구방법과 데이터랑 안맞고, 분석도 연구방법이랑 달라."

"아...그런 거예요?"

"어어. 보통 고등학생이 하는 연구방법이래봐야 문헌 검토인데...근데 너 연구방법이 뭔지는 모르지?"

"네에."

"으음...연구방법이란 말이다."




10월에 접어들면서 각 고등학교에서는 '학술제' 혹은 '연구발표대회'를 열어 학생들의 개별화된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을 위한 탐구활동을 독려한다. 아이들은 1학기와 여름방학 동안 모아진 탐구 주제들을 가지고 교사의 조력을 얻어, 보통 A4 다섯 페이지 정도를 가지고 와, 발표에 임한다. 다섯 페이지는 실제로 학회 세미나나 학술대회에서 발표 원고로 요구되는 최소분량이니, 고등학생들의 연구보고서 분량으로는 적당하다고 하겠다.


GPT가 세상을 많이, 그러나 나쁘게 바꾸었다. 전문적인 연구방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의 겉보기에는 잘 쓰여진 것처럼 보이는 논문 초록 수준의 글을 가지고 온다. GPT가 써준 초안을 손도 안대고 가지고 오는 것이다. 본래 GPT는 그냥 한번만 물어보고 결과물을 그대로 가져와선 안된다. 여러번 재질문하며 수정해서 최종본을 가지고 와야한다. 그래야 AI 리터러시도 향상하는 것인데 GPT 자체가 사실 '꼼수'다 보니 이것을 도움을 받을 생각도 못하는 아이들은, 요렇게 연구질문과 연구방법, 연구 데이터라는 세가지 기본 요건이 일관성을 갖추지 못한 연구보고서를 가지고 와 피드백을 요청한다.


"잠깐만, 우선...색칠해줄 테니, 이건 생기부에 꼭 넣어."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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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GPT와 아이들의 생각이 믹스된 초안에서 우선, 그래도 생기부에 넣을 분량들부터 추린다. 다섯 페이지의 보고서를 쓰고, 15분 동안의 발표를 하고, 1500바이트의 생기부로 남긴다. 이것이 아이들의 사고를 통합하는 과정으로 작용해야한다. 아이들은, 1500바이트로 요약된 생기부를 보고 던진 면접관의 질문으로부터, 다시 최초의 다섯페이지 속 중심 내용들을 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진실되게 썼다고 했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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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하는 모든 문제를 관찰하고 검토하고 증명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라고 생각하는, 아이들 가르치는 사람. 고등학교 영어교사. 교육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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