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어떻게 아이들의 공부 습관을 만들까?
우선 복습을 해봅시다.
첫째, "대상"이 아니라 "관계"가 본질이다. 아이들은 대상에서 느끼는 흥미(interest)를 통해 학습하게 된다. 대상 자체가 아닌, 대상에서 느껴지는 흥미에 응하고 다가서면서 배움이 시작된다. 배움은 대상과 나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는 것을 통해서 발생한다.
둘째, 이 대상과의 흥미가 여러 대상과의 "관계망"을 형성하면서, 고등사고력이 발달한다. 고등사고력은 다양한 사물과 나와의 관계를 비교하고, 대조하고, 추측하고, 비판하고, 반박하고, 수용하고, 거부하는 등의 다양하고 복잡한 사고의 관계망을 통해 형성되고 발달한다.
이걸 종합하면, 보다 아이의 도파민이 많이 발생하는, 흥미에 대한 탐구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하게 이루어질 때, 성인이 되어서 장기적인 인생의 성공에 크게 기여하는 고등사고력의 발달을 이끌어줄 수 있다는 논의에 도달합니다. 학습자 주도성, 아이들 스스로 하는 공부 등,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부르는 교육방식은, 흥미로부터 시작해 아이 스스로 고등사고력을 발달시키는 성장과정은 이러한 현실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이끌어내게 됩니다. "다양한 경험, 여러 대상들 사이의 관계망 탐구를 통해서 이 도파민 구조가 활성화되었을 때 어떻게 공부에 다시 집중시킬까요?" 이것이 대부분의 가정이, 아이가 열살부터 열다섯살 사이에 늦든 빠르든 경험하게 되는 일입니다. 태권도, 피아노, 미술, 독서 논술 등등,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을 하나 둘 가지치기해내야 공부로 에너지를 잘 쏟게 될 것인데, 이게 너무 늦어지면 아이든 우리든 힘들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아이의 "고등사고력으로 이어지는 흥미의 관계망"을 학습을 중심으로 재구성할지에 대해 우리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텐데요,
그럼 당연히, 12년간의 초중고 학교 생활을 생각해봐야하겠죠.
학교와 공부 도파민
자, 선행학습 왜 할까요? 왜 열살 된 애들한테 미적분을 가르칠까요? 이것도 하나의 공부 도파민입니다. 친구들보다 더 어려운 걸 배우고 있다는 도파민, 2,3년을 월반해 배운다는 도파민, 시험에서 만점, 90점을 받았다는 도파민. 선행학습은, 시험 중심의 교육제도에서 시험 그 자체를 도파민으로 받아들이도록 계단을 놓아주는 일입니다. 이 "성적 도파민"을 잘 느끼는 아이들이 끝까지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 책상에 딱 붙어거 공부를 합니다. "공부 도파민"으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성적 도파민"을 이기기 쉽지 않죠.
이처럼 학교 안에는 다양한 도파민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공부, 교사에게 듣는 칭찬, 오늘 하루도 일과를 지켜냈다는 보람 등등, 아이들이 12년 간 고된 학교 생활을 이어가는 이유입니다. 각자 도파민의 획득 경로가 잘 생겨난 아이들은 결국 공부로 흘러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학습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아이들 본인도 학부모님들도 불현듯 잊으시는데요, 사실 고등학교까지 올라왔을 때 아이들이 8시나 9시, 혹은 그 전에 학교를 가잖아요. 공부 좀 하는 아이들은 낮잠을 거의 안 잘 것이고 그 상태에서 10시 11시까지 학원까지 돌고 집에 옵니다. 집에 와서 12시 자정까지 숙제를 하다가 거의 이제 자정 넘기는 일이 다반사가 됩니다. 중고등학생에게 자연스러운 일정입니다. 한국 고등학생들 중에 절반 이상은 그런 스케줄을 감당하고 있죠.
우리가 이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그렇지 고등학교쯤 되어서 당연히 8시까지 학교를 가고 당연히 밤 10시까지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이 자체가, 아이들이 공부에 충분히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 공부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이 자체가 아이들이 12년 동안 학교에서 다양하게 가치 판단을 해서 내린 결론인 것입니다. 분명히 학교의 안팎에는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공부 굳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결국 '지금 내가 해야 될 것은 공부구나'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것을 이해하기때문에 오늘도 학교에 갑니다.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그렇습니다. 단, 여기에서 좀 과도한 학습량이나 선행 학습이 이 학교의 상호작용에 상처를 좀 내는 부분이 있습니다. 학원을 적절히 조율해야 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하루 종일 네모난 회색 벽에서 학교에 머물게 되는 이 힘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것을 왜 받아들이게 될까요? 이것을 "학교에서 얻게 되는 공부의 필요서에 대한 인식"이라고 해볼까요?
먼저 말씀드렸던 흥미, 즉 interest는 일방향적 관계 형성입니다. 이것은 아이가 대상에 다가가고 학습하는 것만을 설명합니다. 아이들이 실제로 학교에서 공부의 필요성과 가치를 내면화하는 것은 interest가 아니라 좀 더 심도깊은 개념을 동원해야 합니다.
여기서 교환작용, 즉 '트랜잭션Transaction'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와야합니다. transaction이라고 하면 어려운 단어처럼 보이지만, 흔히 '돈 거래'를 영어로 trasaction입니다. 트랜잭션은 인터랙션interaction과는 또 조금 다릅니다. 이 구분은 조금 모호할 수 있으니 패스하고, 방금 말씀드렸던 흥미, 즉 인터레스트interest는 학습자 중심의 심리적 자극입니다. 그래서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때 발달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단순히 흥미를 가지고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학급 구성원들과 교류할 때 교사와 교류할 때 더욱 큰 발달이 이루어집니다. 교환, Transaction이죠. 이것은 아이 중심의 작용이 아니라 학습 공동체와 함께하는 작용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수업을 듣는 것뿐만이 아니라 수업 중에 손을 들고 질문하고 발표하고 팀원이 되어서 참여하고 협업하고 하는 것들이 훨씬 더 아이들의 성장을 촉진합니다. 친구들과 대화하고 고민하고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키는 과정, 이 도파민이 느껴지는 대상에 대해서 충분히 인터레스트 하고 이 트랜잭션 하는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발달하고 성숙합니다.
학습 주도성의 의미는 이 12년의 학교 생활 과정을 아이 스스로 흥미를 가지고 다가가는 인터레스트 중심의 활동과 그런 그들과 함께 서로서로 교류하며 학습하는 이 과정을 통해서 풍성하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죠. 앞서 선행학습이 한가지 도파민의 경로라고 설명드렸죠. 선행학습을 하는 아이는 시험 성적을 올리며 자기 자신의 우등생 정체성을 키워가게 됩니다. 리더십이 빼어난 아이는 친구의 공부를 도와주고 학급회장으로 열심히 생활하는 것에서 공부 도파민을 느낍니다. 학교 안에는 다양한 도파민의 경로가 자리합니다. 이 도파민의 길을 찾아내는 것, 이것이 학교와의 transaction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트랜잭션 그리고 인터레스트까지 아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다양한 저마다의 흥미를 점차 공부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실 다양한 고려 요인들이 있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부모님들의 평소에 학습 습관이라거나, 아이들과의 대화 습관, 시간 배분하는 것들, 이런 것들이 공부 도파민에 영향을 끼치는데요, 이것은 책에 담경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교육은 매우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학교에 맡겨주셨을 때 충분히 부모님들이 집에서 고민을 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부모님들의 노력이 더 더해지는 거죠.
그럼에도 학교에 보내놨는데 아이들이 '공부해야지'라고 하지 않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릴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공부가 싫어서 학교 가기 싫고 하는 아이들 있잖아요. 이 고민을 풀어야 합니다. 그런 아이들에 대해서 두 가지만 좀 고민을 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체력입니다. 특히 제가 여학생들에게 많이 강조하는데 여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사춘기를 지나면서부터 몸이 이제 신체 컨디션이 들쑥날쑥하는 것을 많이 느끼잖아요. 그리고 중학생쯤 되면 신체 발달에 비해서 체력들이 떨어지고 정말 중학교에서의 그 공부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이 안 됩니다. 남학생들 중에도 그런 애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인 우리는 너무 그 시절 경험대로 막 참아가면서 공부했던 경험, 그리고 반드시 개근상을 받아야 했던 그런 문화적인 경험에 너무 익숙해서 아이들이 실제로 몸이 아프고 힘들다라고 하는 것을 잘 못 느끼시죠. '그 정도는 견디는 거야. 우리도 그랬어'라고 하면서 아이들을 계속 학교로 내모시거든요.
지금은 그런 것이 잘 먹히지 않는 시대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훨씬 더 과거보다는 좀 상처받을 경로가 많지요. 몸이든 마음이든 좀 그런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더 쉽게 지치는 환경 자체가 지금 우리의 조건입니다. 그런 걸 잘 모르시더라고요.
그런 것 때문에라도 초등학교 때부터 충분히 야외 활동과 체육 활동을 시켜주시는 것이 대치동의 전략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뜻밖에도 종교입니다. 이 말을 하는 저는 무신론자이고, 철학적으론 불교 사상에 더 친근합니다. 특별히 어느 한 종교를 편들려고 하는 말은 아닌데, 공부를 해 본 바 종교가 아이들의 공부로 유도하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종교를 통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질서'라는 것을 학습합니다. 교회든 불교든, 가면 할머니들이 많고 가족들이 보통 조부모님, 부모님, 아이들 이렇게 3대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서 절도 하고 기도도 하고, 어른들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을 배웁니다. 즉 아이들의 가치관 속에 자연스럽게 위계 선악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집니다.
저는 그래서 최근에 아내에게 아이와, 아내는 교회를 다니던 사람입니다, 교회를 다녀보는 게 어떠냐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대치맘에게도 교회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예전엔 이걸 전통 습속인 '유교'가 했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 제사 지내고 차례 지내잖아요. 이런 행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가 조상님들 덕분에 지금 잘 살아있고, 우리가 조상님들한테 예를 지내고 차례를 지내는 것을 통해서 우리가 어른들을 공경해야 된다라고 하는 것을 학습합니다.
체력과 종교 이외에도 여러가지, 아이들을 공부로 인도하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엔 체력은 가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지점이고, 종교는 누구나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한번 잘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이가 나중에 교회를 다니더라도, 인성교육의 효과를 누린 다음엔 아이 스스로 세계관을 가다듬도록 할 예정입니다. 한 종교에 아이의 인식이 고찰되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요.
여기까지, 세 꼭지를 정리하죠.
공부 도파민은 아이가 성장할수록 더 중요합니다. 고등학교 쯤 오면, 공부 도파민이 살아있는 아이만 공부합니다. 공부 도파민은 학습 대상에 느끼는 흥미=interest에서 발생합니다. 이 능력은 선천적이며, 평생 발달합니다. 현대 교육계에서 인재 선발의 핵심 기준은 ‘고등사고력’이며, 이것은 도파민 구조의 발달을 통해 형성됩니다. 최고의 교육환경 속 아이들은 이 도파민 구조의 형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며, 적절한 시기에 조절합니다. 아이들은 12년 간 학교 환경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공부 도파민 구조에 참여하며, 공부에서 도파민을 느끼지 못할 때 스마트폰 등, 다른 영역에 빠져듭니다. interest보다 한 단계 더 레벨업한 단계 transaction입니다. 교사와, 친구와 함께 서로를 변화시키는 행동입니다.
자 그럼, 아이들의 학습 주도성과 즐거운 배움에 또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이 브런치북의 글들은 저의 책, <공부 도파민>에 대한 이해를 돕거나, 심화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글이 재미있으셨다면, 아래 책도 한번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공부 도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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