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페북에 올렸을 당시는 호칭이 바깥양반은 아니었다
짠.
쭈꾸미다. 주꾸미가 표준어지만 역시 어감이 쭈꾸미가 낫다. 외할머니께서 태안에서부터 대전의 우리집까지 네시간 넘는 길을 버스와 택시를 타고 와서 꺼내주신 소울푸드. 어른이 되고 나서도 오징어나 한치와는 다른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달달한 맛, 게다가 봄철에만 즐길 수 있는 알 덕분에 쭈꾸미를 먹을 때는 정말 행복하다.
방금 페이스북에서 옛글 공유 기능으로 2년 전의 글을 보여준 사진을 받은 것인데, 나는 집밥을 뭘 하든 사진을 잘 찍지도 않고, 요즘도 그렇고, 그렇게 찍은 사진을 잘 모아두지도 않는다. 이따금 만족스럽게 음식을 했을 때, 페이스북에 올리곤 했는데 오늘은 마침, 쭈꾸미파스타. 그리고 지금이 마침, 알이 꽉찬 쭈꾸미 제철.
지난해 가을 한창 공기가 화창해지는만큼 싸늘해져갈 무렵 친구와 주꾸미낚시를 다녀온 적도 있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지금 딱 쭈꾸미낚시가 시작될 때다. 아니, 마스크와 세정제를 챙겨 감염을 예방하고 꿋꿋이 배를 타는 사람들도 있을 테다. 5월은 되어야 낚시가 수월해지는데 4월에는 아직 물이 차서 쭈꾸미들이 잘 낚여 올라오진 않을듯하다. 낚시든, 장을 봐서 사오든, 봄쭈꾸미. 몸통에 꽉찬 그 알. 육수에 데쳐낸 그 향긋한 단맛. 무 육수에 미나리를 곁들이면 더욱 좋을듯도 하다. 외가에선 대개 숙회로만 먹었다. 해물이 한두가지라야지.
이날 만든 쭈꾸미 파스타는 아마도 알배기철이라 장을 1키로 봐온 모양이다. 스무마리 가까이 되는 쭈꾸미를 일주일 내내 먹는다. 쭈꾸미떡볶이, 쭈꾸미라면, 쭈꾸미숙회를 만들어먹는다. 알배기는 다섯개 중 넷은 바깥양반에게 주고 난 다리를 더 많이 먹는다. 서른다섯 넘기 평생 먹어온 알배기가 워낙 많으니, 내가 남은 인생 내내 바깥양반에게 조금 양보해도 공평해보인다. 바깥양반은 알배기 쭈꾸미를 맛보기 전까진 양념석쇠구이 밖에 몰랐다. 큰일날 소리! 양념석쇠구이 따위, 대체 누가 개발한 요리일까. 쭈꾸미를 가장 이상하게 먹는 방법이다. 부드러운 식감과 달달한 육즙을 모두 포기하고 질긴 고기만 먹는 일이다.
자...그래서 쭈꾸미파스타는 어떻게 했을까. 쭈꾸미를 데치고 몸통을 떼어 마저 삶는다. 다리들은 한입 크기로 손질한다. 미리 파스타면도 삶아둔다. 아. 코스트코에서 사온 파스타들이 참 안 줄어든다. 그래도 모처럼 집에서 파스타를 해달라니 다행이지 뭐야. 팬에 버터를 녹이고 마늘과 함께 칵테일새우를 먼저 살짝 볶는다. 소금 약간. 그리고 쭈꾸미를 데친 육수를 반컵 정도. 그리고 손질된 다리들과 몸통과 파스타를 우르르 부어서 아주 잠깐 강한 불에 볶아낸다.
오래 볶아선 안된다. 절대로 쭈꾸미 살이 쫄아들어선 안된다. 그러니까, 특히나 쭈꾸미의 경우, 몸통은 속까지 푹 익히되 쫄아붙지 않도록. 그리고 당연히 다리는 살짝 데친만큼만. 쭈꾸미는 어류 세계의 파스타면이랄까. 살짝은 설익은듯한 만큼만. 알 텐데!
쭈꾸미의 정말 좋은 점은 몸통까지 통째로 먹기 때문에 먹물은 물론이거니와 내장에서 감칠맛이 그대로 우러난다는 점이다. 소금에 마늘(한국인이니까)만 있으면 양념도 끝.
예쁘게 접시에 담아지니 바깥양반이 좋아한다. 알배기를 골라서 줬더니 바깥양반이 맛있다며 배시시 웃는다.
야, 너 지금 먹물주머니 씹어서 이가 온통 새카맣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