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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un 26. 2020

영재와 다문화 아동의 공통점은?

교육과 커뮤니케이션(2)

이중언어 교육이 아동의 뇌 발달에 좋다는 것은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관련하여 책도 몇 권 시중에서 구해 볼 수 있고, 충분히 많은 연구 자료들이 학령기 이전에 2개 이상의 언어를 지속적으로 접한 아동들의 인지발달이 더 왕성하다는 것을 밝혀왔죠. 또한 그것이 반드시 영어일 필요도 없습니다. 이를 테면 연변의 조선족과 한족을 비교로 한 연구에서는 아동의 통제능력, 언어구사능력이 모두 이중언어인 조선족의 아동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억력이 높다는 통계도 상당히 많이 누적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학부모님들이 아동의 이중언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서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자막 없이 영어 영상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죠. 영어노래, 영어영상을 줄곧 틀어주면서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부지런히 아이들에게 이중언어 자극을 준 결과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교육정책이 영어 압력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있어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입시에 영어가 크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예전처럼 영어유치원이라던지를 고통스럽게 다니는 일은 줄었습니다. 대신에 어린 시절부터 나름 재미있게 영어를 배우게 되었죠.


 그럼 왜 이중언어 아동이 지적능력이 또래보다 높은가? 이것도 아주 쉽게 설명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동이 두개의 언어를 동시에 접하면서, 자신의 중심 언어 체계로 어느 한 언어를 택합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언어 자극을 동시에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두 언어를 비교분석하게 되는 것이죠. 아이가 지속적으로 두 언어를 비교하는 사이에, 한쪽의 언어가 또래에 비해 느리지만(중심언어는 정상적으로 발달합니다) 만 5세를 전후해서 보조 언어까지 또래의 발달수준을 따라잡습니다. 그리고 다소의 고난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그 시간을 거치고 나온 댓가로 아이는 높은 인지체계를 습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에이 무슨...다문화 가정 아이들 공부 별로 못하던데? 싶겠지만 상당수의 다문화가정은 경제적 어려움, 우리 사회의 다문화 장벽, 가정 내의 부족한 소통 등의 문제로 인하여 이중언어의 효과를 그렇게 깊이 누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녀 교육에 영향을 끼치는 변인이라는 것은 이렇게 다양한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중언어가 아닌 우리집은 어쩌란 것이냐?


라는 질문이, 다른 차원에서 새로이, 당연히 따르게 될 것입니다. 이 질문은 이제 다소 어렵겠네요. 가정교육의 효과로 아이가 영어능력을 어느 정도 향상시켰으나...실제 다문화가정 수준의(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아님을 전제로 한)  이중언어 환경을 아이에게 만들어주지는 못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실제로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이중언어의 자극이 가해지는 가정의 환경과, 그냥 노래를 통해서나 책을 통해서 아이에게 영어 자극을 주는 가정의 환경은 무척 다릅니다. 다문화 가정 쪽이 압도적일 정도로 실제 이중언어 자극이 많죠.


 일반 가정의 고민은 이런 것입니다. 열심과 성심을 다해서 아이에게 영어 환경을 만들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엄마와 아빠 두 사람이 각각의 모국어를 가지고 아이에게 이중언어 자극을 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거든요. 부모가 홈스쿨링이라도 해야 하나요? 아이들에게 이중언어 자극을 주기 위하여 영어회화를 익혀서, 집에서 부부끼리 영어로 대화를 해야할까요?


 그런 노력을 실제로 하는 가정도 있긴 하겠습니다만...자- 조금 더 이, 이중언어 환경의 아동들이 높은 인지발달을 쌓아올리는 과정을 살펴보시죠.

 퀴즈. 이 그림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5초도 안되어서 답은 나오겠죠? 안녕!이라는 인삿말로 보입니다. 답을 알려준 것은 아닙니다. 신기하게도 우리의 뇌는 이런 다양한 언어자극을 통하여, 직관적으로 공통점을 추론해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위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이중언어 환경의 아동의 뇌 속에서는 이 다양한 언어작용의 공통점을 추론해내는 과정이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누가 답을 알려준 것은 아니죠. 젖먹이를 앉혀서는 "자 헬로는 안녕이야, 엄마는 마마야, 굿나잇은 잘자야." 이런 식으로 교육을 하진 않으니까요. 이런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딱히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정답을 찾아나갑니다. 그리고 다섯살때까진 조금 느린 것처럼 보이다가, 한 고비를 넘겨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 때쯤에는 두가지 언어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죠. 대체 이 과정이 어떻게 당연한듯 이루어지느냐? 라는 것에 언어 학습의 본질이 있습니다.


언어 소통의 다양한 수준


 아이의 언어 학습을 우리는 당연한 것으로, 아주 수월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실제로 언어 학습의 원리, 그리고 언어 소통의 다양성에 대해선 무관심합니다. 그런데 언어 소통의 원리는 꽤 다층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아래를 보실까요.

  맨 아래부터 순서대로 번역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제도적(교육이라거나) 커뮤니케이션

집단 커뮤니케이션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

내면 커뮤니케이션


 어렵진 않죠? 생소한 개념이긴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기능을 조금만 생각해보시면 이 다섯가지 층위에 대해서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나 혼자서 하는 말-친구 혹은 가족과 하는 말-집단적으로 하는 말-교육과정에서 하는 말-사회적으로 하는 말의 차이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피라미드라는 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즉, 저 커뮤니케이션 단계를 양적으로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자. 어떤 커뮤니케이션, 즉 언어적 소통이 가장 큰가요?


 내면, 커뮤니케이션이죠.


영재의 비밀


 영재 아동의 비밀이 여기 있습니다. 정의라고 할까, 흔하게 받아들여지는 개념으로서 또래의 아이들보다 특정 분야에서 월등한 발달 수준을 보이는 아동을 말합니다. 그럼 대체 영재들은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요?


 힌트는 이중언어에 있습니다. 아이가 이중언어 자극을 받아들여서 양쪽의 차이와 공통점을, 다른 누구의 개입 없이 내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추론해내듯이, 영재 아동은 외부의 자극을 종합해서 스스로 추론해나가는 과정을 갖습니다. 바로, 활발하게 내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죠. 이것은 상당히 우연하게 이루어집니다. 다문화 가정의 아동이 스스로 원해서 태어났다거나, "우리 아이를 이중언어를 통해서 공부 잘하는 아이로 길러야 해!"라는 의지를 갖고 다문화 가정을 만드는 것이 아닌 것처럼, 영재 아동의 높은 인지 발달 수준도 원하는대로 조종해서 길러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언어를 받아들여 학습하는 능력을 발달하여 가되, 그 언어를 원활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대여섯살 때까지의 아동이 부모와의 개인간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전에 얼마나 치열하게 내면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에 달린 것이죠. 스스로 얼마나 분주히 뇌를 굴리느냐 하는 것입니다. 한 인간이 평생을 성장하고 생활하는 동안 저 위에서 보듯이 가장 왕성하게 언어작용이 발생하는 공간은 내면입니다. 막대한 내면 커뮤니케이션을 거친 다음에야 개인과의 소통을 갖고, 그리고 집단, 그리고 제도적, 그리고 사회적 언어소통을 하죠.


대충 깔끔한 이미지를 퍼왔는데, 아동 머릿속에서 발생하는 내면 커뮤니케이션은 이와 비슷합니다.

 영재 아동들의 경우, 내면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인지체계를 확장해나가는 과정에서 기가막히게 운이 좋아서 "흥미-탐구-연계" 싸이클이 순환적으로 이루어지며 강화되는 케이스입니다. 아이는 외부 자극에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정답을 도출하기 위하여 부단하게 머리를 굴리죠. 10가지 객관식 문제가 있는데 실력으로 4문제 정도는 맞추고 찍었는데 다섯개 문제정도를 맞췄다고 가정해보죠. 90점! 대단한 성과죠? 그럼 그 아이는 더 넓은 인지 세계로 발을 뻗습니다. 창 밖의 자동차, 공룡, 주방에서 들려오는 도마 소리에 더 깊이 탐구하고, 스스로 더 많은 질문을 생성해내죠.


 부모님들은 그러므로 아이의 내면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기울이셔야 합니다. 그리고 내면커뮤니케이션의 경과를 판단해 피드백을 주셔야 합니다. 아이의 혼잣말에 빠르게 반응하고, 그 내면커뮤니케이션에 새로운 자극을 부여해야 합니다. 어렵지 않죠? 다시 이중언어 환경으로 되돌아가 봅시다. 아이가 "할머니"라는 말을 배웠는데 어느날 일본어로 갑자기 "바바"라고 말합니다. 아이가 할머니를 부르는 호칭의 공통점을 스스로 파악해서, 이중언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죠. 그럼 이 순간, 부모는 어떤 새로운 언어자극을 줘야 할까요? 당연히 "할아버지는 어떻게 불러? 싯떼르?(알아?)" 라고 물어보겠죠. 정답을 아이가 말해낸다면, 또 새로운 걸 물어보겠죠. 모른다면 알려줄 것이구요.


언어 능력의 고도화 없이는 인지 발달 역시 결국엔 지체된다

 

 영재아동의 인지발달도, 다문화-이중언어 아동의 인지발달도 결국엔 "얼마나 활발하고 왕성하게 내면커뮤니케이션을 가졌느냐"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다문화 가정이긴 한데, 부모님이 말 수가 적어요. 당연히 언어자극이 줄어드니까 내면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할 수 없고, 인지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죠. 마찬가지로 다문화가 아니되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고 싶은 "영재 워너비" 가정에서도 아이에게 전달되는 언어 자극, 그리고 언어를 통해서 전달되는 지적 자극을 계획적으로 조직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아이가 학령기에 접어들기 전에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어 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인지 성숙을 위하여 그 언어자극에 논리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는 끊임없이 "왜?"라고 묻습니다. 괴로우셨겠죠. 그러나 "왜?"라는 질문은 내면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외부자극을 자신의 인지체계에 통합하는 과정입니다. 가장 중요하죠.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해서 스스로 자기의 머릿속에 칸을 나누는 과정이니까요. 어렵더라도 이때 최대한 신중하게 아이를 납득시킬 설명을 개발하셔야 합니다. 이건 영어 공부보단 쉽겠죠. 아이의 "왜?"라는 질문이 그닥 고차원적인 건 아니니까요. "공룡이 왜 지금은 없어?" 라거나, "모기는 왜애 우리 물어?" 라는 질문 수준. 그것을 아이가 납득할만한 논리로 전개하는 것에는 큰 품이 들지 않죠.


 그러나 그것이 가장 핵심적인 아동교육의 핵심입니다. 조금의 논리만 제공하더라도 아이는 그 논리를 가지고 놀아요.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하나가 주어졌으니, 마치 아이가 "할머니"를 "바바"로 인지하고 그것을 "지지(할아버지)"로 추론해서 확장해나가는 과정처럼, 다른 "왜?"에 연결시켜 나갑니다. 모기가 왜 피를 빠느냐- 우리 주변에는 아주 많은 생명체들이 사는데, 우리가 고기를 먹는 것처럼, 우리 몸에서 나는 고기 맛을 느끼고 싶은 벌레들이 있는 것 같아. 라는 정도의 설명이라면, 아이가 흙을 갖고 놀다가 개미가 곤충을 하나 물고 지나가는 것을 보면 아이는 내면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그 상황에 대한 납득할만한 추론을 스스로 합니다.


"모기가 우리 피를 빠는 것처럼, 개미는 다른 곤충의 피를 빨려고 가져가나봐." 라구요.


 그러니, 아이의 혼잣말에 이제는 정말로 성심성의껏, 그리고 논리적으로, 그리고 왕성하게, 소통하실 수 있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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