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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ul 02. 2020

학습과 언어, 그리고 자발성과 주도성

교육과 커뮤니케이션(3)

 지난 두편의 꼭지에서 제가 전달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교육 혹은 배움의 과정은 커뮤니케이션의 과정과 유사점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의 질과 양에 대한 간단한 논의를 소개했습니다.


(1) 커뮤니케이션의 "질"이 교육에 영향을 미친다. https://brunch.co.kr/@coexistence/250

(2) 커뮤니케이션의 "양"이 교육에 영향을 미친다. https://brunch.co.kr/@coexistence/256


 제법 뻔한 이야기다 싶지만,  자녀교육이나 공부법 중에서 뻔하지 않을 이야기도 드물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의 지식을 구성하는 것들이 대체로 언어의 형태를 빌어서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신다면 더욱 학습에 있어서 소통, 그리고 소통의 매개인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서 새삼 생각해보실 수 있겠습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음성/문자로 입력된 활자언어를 해독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활자 모음의 내포 의미와, 배경까지를 이해해서 자신의 기존 지식체계에 통합하는 것입니다. 단어가 어렵네요. 조금 쉽게 풀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조지 플로이드가 경관에게 살해당한 미네소타 주의 인종구성은 백인이 약90%>다 라는 문장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지금 이 문장을 읽음으로써, 문자로 입력된 활자 언어를 해독하셨습니다. 그리고 내포 의미로서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을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시겠죠? 혹시 잘 모르신다면, 검색을 해보시거나 해서 보다 다양한 저 문장의 내포 의미를 파악하실 수 있겠습니다. 그 다음, 저 문장의 배경에 깔린 미국의 오랜 흑백갈등, 트럼프 행정부에 고조된 인종갈등양상, 미국의 열악학 공공서비스 등을 알고 계시다면, 저 문장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고 자신의 지식으로 삼게 되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은 모두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죠. 수학이든 영어든, 그리고 미술이든 체육이든 다르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학습 과정엔 반드시 언어가 매개됩니다. 3점 슛 연습을 한다고 해볼까요? 아 슛 거리가 짧습니다. 조 더 힘을 줘야겠네요. 자, 이런 판단을 언어 없이는 하지 못하지요? 왜냐면 언어가 우리 판단의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언어를 매개로 하여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은 학습에 있어서 대단히 핵심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드립니다.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히 한다는 것은 아이의 시공간을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습니다.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그러니까 활자를 해독하는 능력이 뛰어난 학생은 같은 시간동안 더 많은 활자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겠죠? 아이의 시간이 확장됩니다. 같은 시간동안 더 많은 정보를 입력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면서 또한, 더 많은 언어자극에 접하면서 공간적인 확장도 경험합니다. 위에서 보셨죠?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서 미네소타주의 백인 비율이 90%라는 사실이 영향을 실제로 끼쳤을지 아닐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우리는 미국이라는 공간에 한 걸음 다가서본 것입니다.


 "아이들하고 대화를 많이 나누세요." 라는 당연한 소리를 그러나, 단지 당연한 사실인 것처럼 전달만 해서는 아직도 조금 감이 잘 오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 드디어 이 이야기를 하게 되는군요. 여기까지 오느라 한참 걸렸습니다.

 영화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굿모닝 베트남>입니다. 유튜브에서 1200원에 기간 한정, 그리고 5500원에 평생 관람 가능합니다. 네이버 영화에서도 5000원에 구매, 1000원에 대여네요. 더 싼데요? 아래에 나오는 이야기를 100% 이해하시려거든, 영화를 전편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시간과 여가 환경을 고려하여, 짧은 요약영상이라도, 꼭 감상해보시면 좋겠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ayXKna1O30s

https://www.youtube.com/watch?v=hFIgy6XxEts


 영화가 상당히 오래전에 나온 것이고 해서, 성차별적인 발언도 보이고 베트남여성을 홀리려는 것도 그렇고 불편한 부분이 좀 있지요. 그러나 영화를 통해서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주인공 크로나워의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이 역시, 당대 미국의 문화적 배경을 좀 이해해야 하는 면이 있지만(이를 테면 미국 내에서 포병 대위는 대포 소리에 청력을 잃어서 목소리가 유난히 크다는 통념이 있습니다.) 크로나워는 탁월한 달변가입니다. 그런데 그뿐이 아니죠. 그는 양심적인 사람입니다. 언론을 통제하려는 군대의 규율을 무릅쓰고 양심의 목소리 그대로 방송을 하는 용기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다문화적 감수성을 갖추었습니다. 비록 베트남 여성과의 첫 만남은 불순한 동기였지만 후반부와 결말부에서 그는 진정으로 베트남 민중들과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됩니다. 라디오를 통해서도, 개인 대 개인의 대화에서도, 출병하는 한 무리의 부대 앞에서도 그는 한 사람 한 사람과의 공감대를 열어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커뮤니케이션의 7가지 유형


 지난번 글에서는 다섯가지 유형을 소개드렸는데, 오늘은 7가지로 구분된 이론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Intra-personal communication (내면 커뮤니케이션)

- 크로나워의 양심적 방송

Inter-personal communication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

- 동료병사 에드리언, 베트남 소년 소녀 트완과 트링 등 다양한 인물들과의 다채로운 관계맺음

Face-to-Face communication (대면 커뮤니케이션)

- 그런데 대면 커뮤니케이션은 조금 더 어렵죠. 후반에 굳이 트링이 직접 거부의 의사를 표하고, 그 때 트링을 마주한 크로나워의 진실된 태도를 보실 수 있습니다.

Small group communication (소그룹 커뮤니케이션)

- 소규모의 특정집단과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그의 라디오 제작팀과의 관계나 주도성, 리더십을 볼 수 있습니다.

Large group communication (대그룹 커뮤니케이션)

- 후반부 출병하는 부대와의 만남에서 긴 시간을 할애하며 그들과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이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학교로 치면 학급은 소규모, 학교 전체 규모는 대규모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동질한 특정집단이지만 개인적으로 소통이 어려운 집단이지만, 크로나워는 그들 모두와 공감대를 이끌어냅니다.

Mass communication

- 불특정 다수를 한 대규모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라디오 방송!

International/Intercultural communication

- 베트남 민중들과의 크로나워의 공감을 보실 수 있지요.


 휴. 위에 링크해드린 짧은 영상에서도 아마 충분히 이 일곱가지 커뮤니케이션을 감상해보실 수 있겠네요. 특히 저는 대규모커뮤니케이션 장면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리고 중간에 호크 중위라는 사람도 나오는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현격히 부족한 사람이 드러내는 독선적이고 판단력이 부족한 모습도 보실 수 있죠.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이처럼, 단지 말을 조리있게 한다거나 남을 재간있게 웃기는 능력을 넘어선 역량입니다. 우리 배움의 핵심 매개체이며, 더 많이 더 멀리 바라보고 세상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날개와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활발한 내면 커뮤니케이션으로 스스로의 도덕규범에 따라 실천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죠. 많이 읽고 많이 외우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학습 능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학습이라고 하면..."학"은 배우다, "습"은 익히다라는 뜻임을 아시지요? 무언가를 "익히는" 것은 실천을 내포합니다.(내포의미!) 습득한 지식을 자신의 역량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은 "학습"이 아닌 것이죠. 막대한 암기지식을 문제풀이 역량에 활용하는 일부의 "학생"들이 있을 뿐입니다.


 심지어 그놈의 4차 산업혁명에서도 강조하는 역량인데요. "역량"이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수량화할 수 있고 비교, 평가할 수 있고, 육성할 수 있는 능력임을 다시 말씀드립니다.

근데 협업능력이랑 비판적 사고는 어떻게 키울까요?  커뮤니케이션 없이?

 무엇보다도, 높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학습자의 자발성을 강화합니다. 논문이 하나 있는데 소개해보겠습니다.


첫째, 유아의 놀이성과 인지능력, 언어능력, 자아존중감 간에 정적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유아의 놀이성과 인지능력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정적관계로 유아의 인지능력이 높을수록 놀이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다음으로 유아의 놀이성과 언어능력 간의 관계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적상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언어능력과 놀이성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한 황윤세(2013)의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바이다. 유아의 언어능력이 증진되면서 또래와 주변인들과 적절한 의사소통을 통해 놀이의 즐거움이 증가되면서 유아의 놀이성이 증진되어지는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유아가 놀이를 통해 발생되는 언어적 상호작용은 유아들의 활동에 대한 흥미 유발을 자극하여, 놀이에 대한 관심과 주의집중을 끌어들이고 놀이를 지속하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난 유영옥(2012)의 연구결과를 지지하는 바이다. 또한 언어능력이 높은 유아들은 효율적으로 자기주장을 하기 때문에 또래관계에서 어려움이 줄어(Lee, Yi, & Shin, 2013) 유아가 보다 더 많은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이를 통해 유아의 놀이성이 증진되는 점을 시사하는 바이다. 유아의 놀이성과 자아존중감 간에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적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스로에 대해 지각하는 만족과 가치감이 높은 유아일수록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의 놀이에 대해 자발성이 높고 즐거움을 많이 느껴 놀이성이 증진된다고 볼 수 있다.

(유아의 놀이성과 인지능력, 언어능력, 자아존중감간의 관계 분석, 박애경, 김보라, 연규승, 2018)


 여기서 "놀이성"은 "주도성"이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위에 서술된대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통해 흥미가 참여로, 그리고 참여에서 연계로 이어지는 가운데 아이는 스스로 문제 해결의 경험을 축적하며 자발성을 키우죠. 크로나워에게 있어서 베트남 생활은 배움의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비록 원초적 동기지만) 베트남에 대한 흥미를 실제 현장에서 참여하며 확장시켰고, 그리고 베트남에 대한 깊은 이해로 자신의 지식을 확장하며 연계시켜 나갔습니다.


 아동 그리고 청소년에게도, 그리고 성인들에게도 이것은 모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과정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활자를 읽으시면서 이 글의 의미를 파악하고, 자신의 육아 및 자녀교육 경험이라는 본인의 인식체계에 통합시켜나가시는 것이죠. 그리고 만약, 이러한 논의에서 무언가 “해보자!”라는 의사를 품게 되시고 그런 방향에서 무언가를 아이와 새롭게 해보신다면, 그리고 그런 경험이 쌓여나간다면, 부모님들 스스로가 주도적인 학습자가 되는 것이고 그를 통해 아이들의 주도성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느냐?! 를 다음 글에 구체적으로 소개해보고 커뮤니케이션 특집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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