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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Apr 20. 2021

국밥충의 아침

동백꽃 필 무렵(6)


 나는 국밥충 오브 국밥충인지라 국물음식을 좋아하는데 바깥양반 입덧이 아직 한창이라 집에서 찌개든 국이든 끓이지를 못한다. 고추장 찌개에 햄 좀 넣어주고 하면 바깥양반은 아주 밥공기에 코를 박고 먹곤 하는데 일단 김치도 금지. 찌개도 금지. "시원하게" 국물을 들이킨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임신 초반엔 입덧의 무서움을 모르고 바깥양반이 좋아하는 곰탕도 여의도에 가서 먹고 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럴 계제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최근에 몹시 국물이 당기고 있다. 지난주에 짬뽕을 한번, 라면을 두번이나 먹었다. 원래는 집에서 라면을 끓이는 일이 극히 드물었는데 말이다. 매일 햄버거나 탕수육처럼 바깥양반이 당겨하는 음식을 먹다보니 이젠 나의 국밥충의 소울이 시도 때도 없이 소울음을 날린다. 뜨거운 국물을 입에 넣으라고.


 하여 어제도 맘스터치를 저녁으로 먹은 터라. 나는 아침에 라면을 끓였을 뿐이고. 혼자 먹는 밥상이니 김치를 꺼내어 먹고 있었을 뿐이고. 하는 김에 일요일에 배달시켰다가 남아 얼려두었던 탕수육도 조금 덜어 오븐에 돌려서 먹고 있었을 따름인데. 세상천지 라면을 콕 집어 어떻게 그렇게 라면을 끓여먹고 있냐며 대단하다는 핀잔이! 날아왔단 말인가.


 아. 나는 국밥이 땡긴다. 뜨거운 사발에 팔팔 끓여져 담겨나오는 순대국. 해장국. 곰탕. 내장탕이 땡긴다. 바깥양반도 땡겨하고 있을 터이다. 입덧이 끝나면. 평화롭게 국밥을 먹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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