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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May 11. 2021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짙은 법이라

동백꽃 필 무렵(11)

 입덧에 대해서라면 평이하게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 편이다. 입덧약 덕분이긴 하지만, 바깥양반은 때가 되면 잘 먹고 무리한 음식 주문을 하지도 않는다. 새벽에 딸기가 먹고 싶어서 잠을 깨우거나 하는 일은 없고, 다만 수박을 깍두기 사이즈로 잘라서 바치라는 요구 정도가 한계 수준이다.


 다만 평이한 입덧을 유난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이전의 바깥양반의 식성이 하드코어한 고기 편식가였다는 점이다. 하루라도 거를새라 고기 메뉴를 원하시고, 제육볶음이라거나 파스타에 섞인 야채들은 삭삭 골라먹는 바깥양반은, 특히 야채볶음밥에서 당근과 양파는 일일이 골라내가며 먹는 굉장한 편식가인 때문에, 입덧으로 고기를 거의 먹지 못하는 지금의 모습이 나에겐 유난해보인다.


 아랫집에서 찌개를 끓이는지, 내음이 올라오면 그것에도 거북해한다. 해장국이며 갈비탕이며 좋아하고 잘 먹었는데 잘 먹지 못한다. 그나마 손이 간다는 탕수육이나 햄버거, 타코 같은 한정된 메뉴로 벌써 3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으니 내가 좀 지친다. 이것도 그냥 내 성격이 문제다. 나는 ENTP 성향. 반복된 일상에 십사리 염증을 느낀다. 해서. 바깥양반이 먹을만한 걸 이리 저리 불러보다가 일요일 이른 저녁으론 냉면을 포장해왔다. 내가 만들어준 비빔국수나 열무국수는 또 못드신다고 하고, 매콤한 칡냉면은 좋다고 드신다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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