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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May 31. 2021

큰딸이 아빠를 닮으면 뭐가 어때서

동백꽃 필 무렵(15)

 바깥양반은 아들을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유는 가부장제도와는 조금도 상관이 없다. 우리 바깥양반은 고작 가부장제도에 굴하는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그러면 무엇이 그녀에게 아들을 원하도록 하였는가. 그것은 내 외모, 정확히는 내 머리 사이즈다. 바깥양반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 외모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만족하나 딱 하나 머리 사이즈에 대한 아쉬움을 줄곧 솔직담백하게 드러내왔으며, 남자로는 봐줄만한 외모이나 혹시라도 내 외모를 딸이 닮게 되었을 경우를 크게 두려워하고 있다.


 그렇다. 그녀가 아들을 원하는 이유. 그것은 가부장제도도 아니요, 본인의 노후를 위해서도 아닌, 오로지 큰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그 속설 탓으로, 여자애가 아빠처럼 얼굴이 크면 안된다는 바람 하나인 것이다.


 실제로 바깥양반은 하루에 스무번씩 꼭 꼭 동백아 동백아 아들이든 딸이든 꼭 엄마 외모를 닮아서 나와야 한다며 나의 자존심과 자긍심에 스크래치를 내고 계시다.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떤가. 나는 꼭 날 똑 닮은 아이가 나와서, 그녀의 저 기원을 헛된 것으로 만들어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아 솔직히 콧날은 내가 바깥양반보다 훨씬 낫거든 눈썹하고.

진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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