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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un 28. 2021

두부는 왜 맛있고 난리

그만 요리를 두가지나 더 했지 뭐니

 이야기는 지난주 수요일로 거슬러-


"어 대박. 두부 진짜 만드나봐."

"응? 응 두부집이네."

"허얼. 야 직접 만든 두부다 직접만든 두부."

"그럼 하나 사."

"사자 사."


 대학원 야간 수업 일정으로 나와 바깥양반은 매주 화, 수요일에 대강의 저녁식사를 배달 및 포장음식으로 떼우고 있었다. 지난주엔 종강을 맞아 수업이 3개월만에 없는 첫날! 뭘 먹을까 하다가 그래도 화, 수요일 이틀 중 하나는 매주 지켜온 "햄버거데이"를 위해 저녁에 가까운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형마트에 햄버거매장이 있었고 그곳에서 꽤나 흡족하게 식사를 했는데, 햄버거가 만들어지는 사이 잠깐 매장을 둘러보다가 대박을 발견한 것. 즉석두부라니, 그것도 파주 장단콩 지정전문점이라니, 이건 절대로 못참아!


 당연히 두부를 한모도 아니고 두 모 사와서 일단 냉장고에 킵. 언제 먹을까? 하면, 바깥양반은 삼합을 주문하거나 또 언제 먹을까? 하면 바깥양반은 텐동을 주문했기 때문에 두부, 두부, 두부두부두부는, 일주일이 조금 안되는 오늘까지 자기의 순번을 기다려야만 했다. 


 이 경우에도 사실은 쌀밥의 문제가 먼저였는데, 어제 외식을 하고 돌아오면서 '내일 뭐 먹지'하는 고민을 하다가 나는 바깥양반이 잘 먹을만한 메뉴로 먼저 짜파게티를 떠올렸던 것이다. 월요일은 짜파게티. 파와 돼지고기를 함께 볶아서 자글자글 볶고 거기에 잘 익은 김치와 함께라면. 그런데 또 생각을 해보니 그래도 입덧 후 쌀밥 재활중인 바깥양반에게, 짜파게티가 아닌 제대로 된 밥을 해줄 방법은?

 일단 두부. 두부를 조리기로 했다. 그런데 두부를 꺼내서 큼직하게 조림을 위해 부침 사이즈로 썰어놓고 보니...


"으아아아! 맛있어!?"

"응?"

"맛있어! 먹어봐!"

"어 생으로?"


 나는 소리를 질렀고 샤워를 하고 나온 바깥양반에게 생두부를 그대로 물려줬다. 바깥양반은 처음엔 생두부라며 꺼리는 표정이더니, 그걸 한입 집어먹더니 눈빛이 변한다. 그러고는,


"어 이거 그냥 부친 것만 간장에 찍어도 맛있겠다."


 란다. 그럼 그럼. 최고의 두부를 들기름에 부치기만 해도 얼마나 맛있어. 그걸 조리면 더 맛있겠지? 나는 빠르게 양파와 당근 파를 바닥에 깔고 부쳐진 두부를 차곡차곡 냄비에 쌓고 갖은 양념을 하다가, 여섯조각은 따로 빼뒀다. 이거 그냥 간장만 톡 찍어서 먹어도. 캬. 

 그러나 오늘의 메뉴는 "쌀밥"인 것인고로, 나는 지난주에 남은 게우를 오늘 쓰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들기름을 돌솥에 살짝. 그 위에 마늘을 조금, 살살 볶은 뒤에 해동시킨 게우를 투척. 물을 조금씩 섞으며 소금과 함께 다시 들들 볶으면서 게우를 터트리며 볶는다. 지금 냄비 하나엔 두부가 조려지고 있고, 다른 하나엔 찌개가 끓여지고 있으며, 나는 옆에 서서 돌솥밥을 만들고 있는데, 월요일부터 이럴 일일까. 그런데 두부가 너무 맛있잖아. 이 두부를 사오지 않았다면 오늘은 그냥 솥밥에 찌개로 끝이었을 걸. 바깥양반이 좋아하는 스팸이나 구워서. 


 그러나 나는 의지의 한국인이므로 씻은 쌀을 솥에 붓고 새우고 그 위에 차곡차곡 올렸다. 그리고 다시 두부조림을 손보고, 찌개를 간을 하고, 상을 차리며 바쁘게 마무리를 한다. 그 사이에 학교홍보로 외부 업체에 문의한 일이 진척이 되어 연락이 왔다. 이런. 우린 지금 퇴근을 해 있지만 업체엔 빨리 답변을 해야 한다. 부장님에게 문의를 해가며 그 일까지 처리를 한다. 겨우겨우. 겨~우 겨우 그래도 다행히 끝마쳤다. 그러고 나니 오늘도 어김없이 한시간 가까이 요리를 한 셈이구나. 


 밥이 다 되었다. 조금 탔나 싶은데 나중에 밥을 다 뜨고 누룽지를 긁어먹어보니 세상에나 글쎄 글쎄 해물솥밥 누룽지가 당연히 그렇듯 존맛이야. 정말 맛있다. 현미가 설익긴 했지만. 여기에 두부에 찍을 파간장을 술술 쳐서 뜨순기미를 맡으며 참기름까지 쳐서 먹으니,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밥이 있는가싶어. 그리고 김치찌개에, 두부조림에 두부부침에, 월요일의 식탁이 조졸한데 호화스럽다. 잘 부쳐진 두부는 촉촉하고 바삭하기 그지없으며 그 콩의 그윽한 향기에. 두부조림은, 늘 그렇듯 4할 타율의 홈런타자지. 최고의 두부로 만든 밥상을 만끽한다. 무려 전복 10개치의 게우를 넣어 만든 밥솥 앞에서 또, 두부가 이렇게 맛있고 난리. 


 내일은 바깥양반이 먼저 약속이 잡혔고, 수요일은 내가 식사약속이 잡혔다. 장마가 시작된 가운데 우리의 월요일은 수더분한 일주일을 예고하며 이렇게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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