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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ul 30. 2021

Check in : 젊은달와이파크

#Place 06. 주천면 핫플


젊은달와이파크

- 입장료는 15000원. 내부에 카페가 있어서 관람 전후에 차 마시는 것까지 하면 2시간 가량 시간 보낼 수 있음

- 영월읍에서 차로 약 40분 걸리는데 주천면이 정육식당이라거나 상권이 좀 형성되어 있는 편이라 두루 돌아보기 좋음

- 강릉의 하슬라아트뮤지엄의 분점 격인 박물관으로 생각보다 어린 연령대의 관람객은 많지 않음. 인스타 감성의 사진 찍기 좋은 곳. 


 

 영월을 "Young 月"로 해석해서 "젊은 달"로 네이밍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보인다. 젊은 달이라, 영월이 품고 있는 감수성과도 통하는 면이 있어 괜찮은 생각이라고 느껴진다. 파이프로 이루어진 붉은 대나무밭을 뚫고 지나가면 "달 카페"가 있다. 아트센터 내부 카페 답게 아기자기한 소품과 화려한 예술작품이 함께 어우러진 홀이다. 맥주까지 포함해 다양한 음료를 취급하고 있다. 


 주차장에서부터 제법 인파가 많다고 느꼈는데 맥주를 팔다니. 아예 사람을 앉혀놓을 요량이구만. 생각하며 나는 쪄죽핫의 본령에 따라 카페에서 땃땃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카운터 바에 여러 품종의 생두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막상 드립커피를 취급하진 않고 에스프레소 역시 블렌딩을 고를 수 있도록 하진 않아 호기심이 동해서 어떤 블렌딩이냐 물으니, 


"아 저희는 여러가지 그때 그때 블렌딩을 하고 있고요, 케냐AA랑,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랑, 코케허니랑...한 다섯개 블렌딩하고 있어요."

"아하 네 알겠습니다..."

"오빠 또 핫이야? 독하다 진짜."

"아니...직접...로스팅한다잖아..."


 이런 대화가. 응? 그때 그때 블렌딩을 달리 한다굽쇼? 그러나 일단 커피를 받았을 때는 크레마가 진하게 뽑혀진듯 마음에 들었다. 맛도 그럭저럭 평균은 하는데 아무래도 블렌딩을 깊이 연구한다기보단 케냐 AA라던가 예가체프라던가 유명한 원두를 좀 두루 섞은 식인듯. 커피 맛을 보는 것보단 괜스리 뜨거운 걸 시켜서 다 마시는데 오래 걸리고 있다. 바깥양반은 수박쥬스를 다 마시고 내가 커피를 마무리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별 수 없지. 충분히 마셨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와이파크는 현대미술로 공간조형이 가득 채워져 있어 사진을 마음껏 찍기 좋다. 특히 초반부의 3~4개 전시관은 이처럼 누가봐도 인물사진 찍기 딱 좋게 배치되어 있다. 심지어는 SNS에 사진을 찍어서 올려달라고 요청도 하고 있었다. 


 바깥양반과 나는, 이제 아이가 나오면 오랜 시간 외출도 여행도 막힐 것임을 알기에 이런 기회가 퍽 반가웠다. 그래서 바닥에 누워서 "목성" 전시의 사진을 찍기도 하고, 꽃으로 조형된 공간전시에서는 교대로 꽃밭에서 사진을 찍는등 재미있게 놀았다. 

 전시관 중 30% 가량은 이렇게 파이프로 꾸며진 "레드 파빌리온" 시리즈였는데, 2층에서 3층까지, 실제로 4~5층 높이까지 올라가는 구도라서 고소공포증이 있는 바깥양반은 중간에 무섭다며 내 팔을 잡아당겼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을 위해서 별도의 길을 안내해준다는 안내문이 있어서 나는 별일이다 보고 넘겼는데, 그래 바깥양반이 딱 그 케이스구나. 


 반대로 팔팔한 어린 아이들은 좋아할만하다. 레드파빌리온 최상층은 "플레이 룸"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설마 저 그물망들에 어린 아이들이 들어갈 수 있고 그런 거 아니겠지. 


 와이파크의 공간조형이 이렇게 초록/파랑과 보색을 이루는 강렬한 붉은 색으로 되어 있어, 사실은 전시관 내부보다는 전시관 밖에서 자연과 함께 바라볼 때 그 가치를 발한다. 우리 중학교 미술교과던가 지리교과서던가, 할튼 그쯤에는,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특색이 있다고 하는데...와이파크가 딱 그렇다. 실내에서 전시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날씨가 덥지만 않다면 이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천천히 걷기 좋다. 실외에서 바라보기도 좋고, 몇몇 구간은 그대로 현대미술 같은 감각을 느끼게 한다. 

 음...그렇다고 이런...현대를 넘어서 미래지향적인 예술작품이 없는 것도 아니고...이 작품이 "뮤지컬 사일런스"던가. 


 그런데 전시를 보는 내내 드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왜 굳이 주천면 한가운데에 이렇게 본격적으로 좋은 시설을 만들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굉장히 품을 많이 들인 공간이다. 그러면 조금 더 구석에 지어도 될 텐데...그래도 충분히 유입이 될 텐데 왜 굳이 이리 좋은 자리에? 


 궁금증이 전시 마지막에 풀렸다. 원래 주천면이 술 주酒 자에 내 천川 자. 술샘이라 하여 주천면으로서, 술이 유명한 곳이었단다. 그래서 원래 이 자리에 주류문화 박물관이 있었는데, 그 자리를 사들여 리모델링을 한 곳이었던 것. 전시 마지막에 가서야 "이색적인" 술 전시들이 나왔고, 그때 바깥양반이 내게 알려주었다. 아하. 그래서 굳이 주천면 한가운데 있었던 게로군.


 그래서, 가뜩이나 아동취향은 아닌 와이파크의 마무리가 주류박물관이 되어, 더더욱이 언밸런스한 재미를 주었다. 관람은 그렇게 끝. 

 동선은 엉망이긴 하지만 영월읍을 지나쳐, 주천면 반대편에 위치한 제이큐브 미술관에 왔다. 1층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 전시관람은 무료. 그러나 전시라고 해 봐야 20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이라 작품에 대한 기대보단 오며 가며 잠깐 쉬며 그 분위기를 느끼기에 적합한 곳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귀여운 딸을 가운데 두고 한 가족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진한 카레내음이 풍긴다. 이번엔 커피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어렵쇼, 이번엔 커피가 아까 와이파크의 달카페보다 낫다. 여기서 핫을 마실걸 그랬다. 그러나 저러나, 알뜰살뜰 꾸며진 카페에서 잠깐 목을 축인 후에 2층으로 올라갔다. 


 화가 김보연의 사무실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는데, 호기심에 살짝 문을 열어봤는데 굉장히 멋들어진 공간이다. 

방명록은 못 참지!

 요만한 공간이 두개. 그래서 스무개도 안되는 작은 미술작품들 전시가 다다. 그러나 작은 공간에 비하여 왕성하게 다양한 화가들의 전시를 유치하고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공간이 집 근처에 있다면, 자주 올 것 같다. 2주마다 신진화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니! 게다가 커피도 맛있고 말이다.


"이런 그림은 집에 둬도 되겠다."

"응 근데...이거 따라 그리려고 하면 하루면 되긴 해."


 물론 그 수준이 될 때까지의 실력 상승은 별개로.


"동백이 낳으면, 애는 내가 볼 테니 집에 있지 말고 나가서 매일 그림 배워. 오빠가 말했지. 네가 좋아하는 거. 잘하는 거 키우자고."

"응 알았어."


 별의 별 짓거리는 다 하고 살아온 나와 다르게 바깥양반의 경우엔 모범생으로 초중고를 마치고, 대학에서도 장학금을 받고 다녔고, 다만 취업 과정에서 경력은 나보다 훨씬 풍부하다. 그러나 다양한 잔재주가 있는 나와 다르게 바깥양반의 경우...흔히 말하는 똥손이다. 나는 그런 바깥양반의 노후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취미 겸 특기를 하나 만들라고 강권하고 있는데,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태교 겸 예약해둔 쿠킹 원데이클래스도 취소되고 말았다.


 어쨌든, 수확이 있었다. 아기자기 작은 화랑 같은 공간에서 바깥양반과 그림에 대한 새로운 목표도 설정하고, 생각보다 맛있었던 커피도 즐기고, 그렇게 오늘은 마무리.  숙소를 옮겨, 바베큐로 하루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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